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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벌을 깨우며
송명규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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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에 관심 있는 사람 중 송명규 교수가 번역한 모래 군의 열두 달을 읽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 인류 문명 속에서 숲이 한 역할과 변화를 다룬 숲의 서사시도 인간문명이 자연에 미친 영향의 역사를 보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물론 현대 생태사상의 흐름을 소개하는 현대 생태사상의 이해도 그렇다. 생태주의의 이해를 위해 미시적 역사와 거시적 역사, 그리고 사상적 흐름을 밝힌 의도가 읽힌다.

 

이번에 낸 봄벌을 깨우며는 생태수필집으로 앞서 나온 두 권의 생태수필집의 연장선에서 나온 작품이다. 짐작컨대 모래 군의 열두 달처럼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적 환경과 그 속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들과의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법과 관계 맺는 방식을 친근감 있게 소개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수필이라는 자기고백적인 글쓰기 방식을 통해 자신의 유년기 추억의 장소와 일화, 그리고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하며 겪은 삶의 이야기들 속에 자연스럽게 자연의 주인공들과 만나는 이야기들을 정감 있게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수필작업을 통해 레오폴드의 모래 군의 열두 달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작업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놀라워라. 사진보다 더 섬세한 세밀화와 수채화들은 정말 사진보다 더 자연스럽고 생생하다. 화집으로서 이 책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작가는 함께 작업하는 삽화가의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해 고민 끝에 직접 그리게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작품들을 보자마자 독자는 작가가 엄청난 실력을 갖춘 화가임을 알 수 있다. 움직이는 자연물을 사진으로 찍어 세밀하게 그리는 작업은 엄청난 인내와 집중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업 시간 동이야말로 대상을 다시 깊이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세밀화를 그려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보건데 작가의 인품 또한 그런 사람일 것이다.

실제로 책 안에는 아내와 지인은 물론 이웃들과 나누는 정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호기심 어린 시선과 더불어 학자로서의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예술가로서 감탄하는 시선이 함께 그의 그림과 글에는 담겨 있다. 무엇보다 술술 읽히는 글을 통해 독자 또한 작가를 따라 동네 탐험을 나서고 싶어지도록 유혹한다.


이제 책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보자. 책은 충북 괴산의 산골로 들어가 집을 짓고 살며 거기서 만난 다양한 동식물들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이사와 동시에 저수용 연못을 여러 개 파서 그 안에 연꽃은 물론 물고기를 기르고 새집과 먹이 급식소를 설치하는 등 자연을 저극적으로 초대하여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식을 시도한다. 그러며 집 연못에서 원앙, 고라니, 수달 같은 야생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그의 해박함과 더불어 유년시절 시골에서 자라며 겪은 자연에 대한 체험이었다. 서울에서 자란 나로서는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던 체험이 그리 많지 않다. 작가가 족대를 들고 지역의 냇물과 강을 뒤지며 어류를 찾아보는 것을 보며, 왕성한 호기심과 실천력이 유년기의 성장과정과도 괸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책에는 1급수에서 사는 갈겨니 대신 2급수에서 사는 피리가 우세종으로 변한 냇물의 변화가 잘 설명되고 있다. 축사와 비료 등의 부영양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 외에 수달과 원앙 같은 보호종들을 관찰하며 겪는 이야기도 재밌다.

진도개인 키우며 산에 설치된 올무나 차우(멧돼지용 덫)에 개가 걸린 경험을 통해 중앙기관이나 도시와 다른 마을사람들의 생활문화를 가깝게 들려주기 한다. 흔히 올무와 차우는 사냥꾼들이 설치했다고 생각하지만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설치한 것들도 많다는 것이다. 보호종인 자라를 잡아 보신용으로 팔거나 거래하는 문화도 법과 다른 현실의 문화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연의 생명들도 지키며 공존할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며 무작정 시작한 양봉은 어떤가? 처음 벌통을 확인하다가 실수로 얼굴과 머리에 쉰 군데나 벌에 쏘이고도 확인 작업을 마치는 장면은 경악할 정도의 일이었다. 벌에 쏘여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 방만 쏘여도 팔짝 뛸 정도로 아프고 따갑다. 그런데 오십 군데라니, 그러고도 작업을 마치다니. 할 말을 잃는다. 이런 무모함과 위험을 극복하게 하는 열정은 무엇일까? 영원한 청년이고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난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한 책이다. 염천의 푹푹 치는 날이지만 이 책을 읽고 주변의 숲과 들을 산책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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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다 해를 살다 - 생명살이를 위한 24절기 인문학, 개정판
유종반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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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진에 산다. 강진에 와 실감하는 것이 달의 위력이다. 지역의 병원이나 은행에서 받아온 달력에는 음력과 절기는 물론 매일 고저 물때시간까지 표시되어 있다. 당장 가까운 강진만생태공원에 가도 밀물과 썰물에 따라 현격히 달라지는 풍경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달력을 보고 조금과 사리의 변화와 물이 들고 나는 때를 확인한다.

절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귀촌하면서 농촌 풍경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좀 더 가깝게 느끼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다보니 음력처럼 별로 주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자니 달의 변화에 맞춰진 음력과 달리 24절기는 태양의 변화에 맞춰진 동북아시아의 양력이 아닌가? 해가 가장 길 때와 짧을 때를 기준으로 동지와 하지, 그리고 그 사이 춘분과 추분. 마치 시계의 문자반처럼 계절의 문자반을 그리고 자연의 변화에 따라 농사를 짓고 살림살이를 살았다니 얼마나 과학적인가? 단순히 수학적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비와 이슬서리, 더위와 추위의 날씨 변화를 반영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개구리나 지렁이, 씨앗과 열매 같은 생명의 핵심적인 변화까지 반영한 양력이라니.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자연과 함께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런데 이 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달라지게 관찰되고 있는 자연의 변화도 반영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절기에 따라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진행되는 삶의 공부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독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가는 절기마다 그것의 의미를 묻고 생각하고 저마다 대답을 하며 살아갈 것을 권유하고 안내하고 있었다. 참된 삶을 찾아가는 수행으로서 절기살이를 하고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절기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는 책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자연에 맞춰 조화롭게 살아가는 참된 삶의 고백이자 안내서인 셈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지점에서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령 나는 곡우생이다. 책에서는 우리말로 씨앗비라 설명하고 있다.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고, 봄이 되어 볍씨를 담그는 때이다. 봄볕을 받으며 생명이 시작되는 시절이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책에서는 삶에서 뿌리는 씨앗의 의미를 묻는다. 몸과 맘과 삶의 씨앗의 의미와 그것을 어떻게 뿌려야 하는지. ‘말을 할 때는 깨지기 쉬운 유리공을 주고받듯이 하라’,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몸은 겸손의 옷을 입고, 맘은 사랑의 옷을 입고, 삶은 진실의 옷을 입어야 한다며 삶의 지침이 되는 말이 담겨 있다. 몸과 맘과 삶의 세 씨앗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북미 원주민 이야기를 전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아무 때나 씨앗 뿌리지 않았다. 씨앗 뿌리는 사람의 마음 상태가 그대로 씨앗 속에 들어가 나중에 열리는 열매 속에 그 마음이 담긴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앗 뿌리기 전에 반드시 화난 마음이나 분노의 마음이 있다면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부드럽게 푼 다음 씨앗을 뿌렸다.’ 글을 읽으며 세상에 심어진 나라는 사람의 씨앗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사랑과 겸손과 진실의 씨앗을 잘 가꾸고 있는가?

오십이 넘은 나이에 새삼 백로와 추분을 실감 있게 읽었다. 백로는 묽은이슬의 절기로 열매를 익히고 익어가는 때를 가리킨다. 양의 기운과 음의 기운이 교차하며 내적으로 익어가는 때인 것이다. 책은 나이 든다는 것은 늙은이가 아니라 익은 이가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잘 익어가는 것의 의미를 네 가지로 설명한다.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것’, ‘지혜로워지는 것’, ‘평안해지는 것’, ‘깊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 것이 늙는 것이 아니라 익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이 먹는 것은 기대되고 충만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잘 익은 나무가 된다면, 책에서 소개한 잘 익은 자두나무 밑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처럼 나누는 삶이 되리라.

열매도 열매지만 이제는 초록이 대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나이임을 나도 느낀다. 그리하여 한로와 상강의 계절을 아름답게 맞아야 함을.

이렇게 독자마다 각자 자신의 삶을 대입하면서 읽으면 좋은 책인 거 같다.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여름과 가을이 길어져, 책에서 만나는 24절기가 지금의 현실보다 한 달 쯤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기상으로 가을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한로와 상강이 10월이고 겨울의 처음인 입동과 소설이 11월이다. 하지만 현실의 날씨와 자연 변화로 보면 한로와 상강의 징후가 요즘 11월에 해당하고, 입동과 소설의 징후가 요즘 12월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게 되면 현대의 24절기는 다시 만들어져야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며 관찰하고 기록하며 다시 써가야 할 24절기가 분명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인으로서 24절기에 맞춰 자연과 함께 살았던 조상과 달리 이제는 생태파괴와 기후위기를 겪는 지구인으로서 우리의 과제와 사명도 달라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책임과 의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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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심해까지 - 우리바다 해양생물
손민호 지음 / 아카데미서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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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조수웅덩이의 생물과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만난 책이다. 하지만 조수웅덩이의 생물은 물론 우리나라 바다의 생태계와 동식물들들을 서식지별로 풍부한 사진과 더불어 생물의 특성정리를 통해 담은 역작이다. 바다와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나 바다 생물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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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지음 / 소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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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관찰하는 작가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그림들에 담겨 있다. 작가는 생명에 반응하며 약하고 쓰러져 가는 것들에 연민과 연대를 느낀다. 작가의 그림 한 장 한 장이 사람들 마음에 심는 위안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씨앗호주머니에서 마구 퍼져나온 나무들을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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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살판 우리문화 우리명장
선자은 지음, 이수진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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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남사당패의 여러 놀이들, 그 중 땅재주를 넘는 땅쇠의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 전개가 스피드하면서 그림은 역동적이다. 책을 읽으며 남사당패의 용어와 연희들에게 대한 설명을 그림과 함께 보니 남사당패가 민중예술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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