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양장 스페셜 에디션)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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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래빗 #피터래빗전집 #베아트릭스포터 #현대지성 #180622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토끼피터래빗!!! 베아트릭스 포터가 지은 동화 시리즈(The Tale of Peter Rabbit)의 주인공이다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피터래빗은 활자보다는 문구나 노트파일 등 디자인 캐릭터로 훨씬 익숙했다



그런데 현대지성의 피터래빗 전집을 읽으면서등장하는 토끼고양이생쥐강아지오리여우다람쥐돼지개구리들의 사랑스러운 삽화들에 눈을 뺏겼을 뿐 아니라해학이 있는 이야기들의 유머에 푹 빠져버렸다.
  

영국 동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1943년에 사망하여 그녀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기간은 2013년 12월 31일에 만료되었다따라서 피터래빗 이야기는 민음사나 현대지성 등등 다양한 출판사에서 속속들이 출판되고 있다같은 내용의 텍스트를 가지고 만들기에각자 책의 경쟁력은 삽화와 번역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개인적으로는 현대지성의 승이다연노랑색 예쁜 표지에 은색 각인이 반짝거리는 제목에반짝거리지 않은 옛날 종이 느낌까지약간 큰 듯한 사이즈로 삽화를 더 크게 볼 수 있어서 더 좋다정말정말 너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피터래빗 시리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작품이지만솔직히 보다 폭넓은 독자층을 포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베아트릭스의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의인화되어 있는데다가 현실세계의 어른들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결벽증 있는 생쥐 티틀마우스 아줌마음흉한 여우 신사경제활동을 이해해서 물건값을 올리는 영악한 고양이 타비타 트윗칫 등등 인간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지성 판이 좋은 이유는 23개의 이야기의 도입부에 [이 이야기에 관하여]라는 현대적 설명이 뒷받침되어 흥미를 더해준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10. 모펫양 이야기에서는 새끼 고양이 모펫 양과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쥐 이야기가 나오는데이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인 톰과 제리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또 작가가 힐탑 농장에서 이 작품을 집필했는데이웃에게 빌린 새끼 고양이를 모델로 삼았다는데찾아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흥미를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조앤 k. 롤링이 밝히기를 해리 포터의 성을 베아트릭스 포터에게서 따왔다고 했다.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는 데 힘이 들었던 조앤이나, 능력이 출중함에도 나아갈 수 있는 분야가 한정적이었던 포터나, 어느 정도 여성으로서 지닌 유사성이 있는 것 같다. 여성으로서 억압적 삶을 강요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그녀는, 자유로운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열망을 은연중에 드러냈을 지도 모른다. 
  

100년 전의 그림과 동화가 지금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은 실로 놀랍다. 꼭 피터래빗의 창의력 넘치는 세계에 놀러오시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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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지만 정말 너무해! - 새내기 아빠의 좌충우돌 폭풍 육아
란셩지에 지음, 남은숙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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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아이도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살피는 전업주父 또한 사랑스럽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동시에 많은 것을 새로이 얻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춰져 있던 삶의 초점이, 완전히 새로운 개체에게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은 1가구 1자녀 정책과 마오쩌둥의 양성평등 정책으로 인해 유교권임에도 여권이 굉장히 빠르게 상승하였다고 들었다. 중국 남성들은 요리나 육아, 살림을 오히려 대부분 도맡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 란셩지에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로, 일반적인 '가장'이었다. 자타공인 상남자로 살아오던 저자는, 어느날 워킹맘인 아내를 대신해 육아와 살림을 도맡게 되었다.

GOD의 유명한 노래가사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가 괜히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는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서 모든 손길을 요한다. 부모는 한없이 다 주고 싶은 마음이다. 자신은 대충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울 지라도, 자식에게는 영양이 풍부한 건강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은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같은 모습으로 자는 것, 비슷한 식성을 지닌 것, 묘하게 닮은 구석을 찾는 것 등 소소한 것에서 오는 '혈연'의 확인

이 부모를 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짧다고들 한다. 엄마와 아빠 밖에 없던 아이의 세상에 친구와 사회가 들어오며, 부모의 입지는 조금 작아지나보다.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견하면서도 아쉬운 것. 조금만 천천히 크면 좋겠다는 마음이야말로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지는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가 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문턱이 어느날 너무 높아보이는 것. 길가의 담배연기가 세상 무엇보다 나쁜 것으로 느껴지는 것. 따가운 햇빛에 그늘만 찾아다니게 되는 것. 골목골목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에 심장이 철렁하는 것.  그럼에도 아이가 새로이 마주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고, 그 추억들을 나눠 담을 수 있는 것. 아이가 자라는 것과 동시에 아빠도 성장한다. 이 책은 자녀교육일반에 대한 초보 아빠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육아에세이이자 육아법 그림책이다. 

조카가 있어서 조카를 보러가면 항상 사진기를 빼어들고 쉬지않고 찰칵대는 편이다. 지금 이순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저장하기 위해서인데, 내 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조카는 괜히 사진기를 싫어한다. 잘 노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그 예쁜 모습이 사진기에는 내 눈에서 만큼 예쁘게 담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흔들리고, 초점이 어긋나고,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도 그 사진마저 소중하다. 그것이 사랑인가 싶다. 

아들 사진이 마지막에 하나 나와있는데 보자마자 미소짓게 되었다. 아기 얼굴만한 거친 손과 함께 있는 순진무구한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귀엽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것으로 여겨지던 육아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미디어에 많이 나오고 있어서 기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국민예능처럼, 이 책도 그렇게 사랑받으면 좋겠다. 육아는 한 사람을 키워내는 대서사이다. 당연히 부모 모두가 힘을 합쳐 이뤄내야 하는 단계로서의 과정이고, 동시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배움의 과정이다. 육아하는 아빠가 많아져서, 아빠의 사랑을 추억할 수 있는 가정이 늘어나길 바란다.

책의 초입에 적혀진 짧지만 강한 쉐익스피어의 문장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신의 아이를 알고 이해하는 아버지야말로 현명한 아버지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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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 20대 암 환자의 인생 표류기
김태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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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생김은이번생에과감히포기한다 #김태균 #페이퍼로드 

#브런치출판 #완독 #추천 #180611

   

< 제목 및 표지>

  
이 책의 제목은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이다잘생김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의해 평가받는 가치이다그것을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는 어느 정도 자조적인 메세지로 보였다.처음에는 좀 못생긴 사람이 자조적으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성 책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나는 그런 개그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서읽기 전에 재미 없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외모는 대개 선천적이고 대부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숭배하는 것이 기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왼켠에 작게 써져 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20대 암환자의 인생 표류기”. 20대에 암에 걸린다면 얼마나 우울할까라는 약간의 연민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무겁게 다가온다동시에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슬프게 다가오는 이중적 책이었다. 단순한 자기 연민이 아닌, 22살에 암에 걸린 9년차 프로아픔러인 지은이의 솔직한 자조이자 진심이 담긴 따뜻한 글이었던 것이다


<누가 타인의 아픔을 재단할 수 있는가>

  
중학교를 다닐 때였나장애인이라는 표현보다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장애인도 우리의 친구니까!라는 계도적 메세지였는데몇 년인가 지나고 나니 장애우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비장애인 시각에서 본 시혜적인 표현이므로다시 장애인이라는 표현으로 정정하자고 하더라처음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친구면 좋지라고 생각했는데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에 이제는 동의한다마찬가지로이 책을 처음 읽기 전에, ‘20대 암환자의 투병기라길래 굉장히 우울하고 슬프고 좌절스러운 글이 아닐까 예단했었다왜냐하면 조금만 아파도 정말 삶이 고된데가장 큰 질병 중 하나인 암을그것도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겪게 되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그럼에도 그는 내 예상을 빗나갔다필자는 스스로를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읽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를 대단해 할 것이다암은 명백한 아픔이다그렇지만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그저 동정하며 타자화하는 것이 아니라이해하고 연대하되 시혜감을 갖지 않는 자세를 갖고 싶다





<삶은 때로 달고 때로 쓰다.>


 저자는 암환자로 살아가는 것은 아포가토의 삶과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굉장히 적절한 비유를 한다. 

“ 암환자로 살아가는 인생은 마치 ‘아포가토’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아이스크림처럼 마냥 달달한 상황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에스프레소처럼 씁슬하기만 한 인생을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게 한없이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달달함과 씁쓸함의 경계에 있는 애매모호한 인생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내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해 조금은 빠르고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물론 함께해서 더러웠고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럭저럭 감사했다 말하고 싶다. "

암환자의 삶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생은 그러할 것이다. 때로는 숨막히게 고통스럽고, 때로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우리 모두의 삶은, 새로운 아포가토를 먹는 일의 연속 아닐까.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끝내고천천히지만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는 몸을 보면서 저자는 행복해한다.그러면서 암이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삶을 지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낸다무엇보다슬픔과 고독 속에서 그의 유머는 더욱 빛난다

그는 비록 스스로가 잡지에 나오는 강인한 사람도 아니고위기를 극복한 위인들 같이 대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아니라고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도 지친 사람에 불과하다고 자조한다그렇지만원래 모든 인간은 그렇다어느 정도 결여되어 있다자신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신 혹은 사기꾼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마찬가지로그는 오랜 투병생활로 자신의 정신이 병들었고더 이상 감추기가 힘들다고 말한다그러나 무슨 연유든 간에 인간에게는 각자의 아픔과 슬픔이 있고따라서 정신이 어느 정도 병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를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다블랙코미디의 개그맨처럼자신을 낮추고 세상의 고통을 비웃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삶과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감출 수 없다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 같이 무취였던 자신을 구제해주려는 사람들의 체취로 뒤섞여졌고본인도 받은 만큼 열심히 비비적거려서 또 한명의 그루누이를 돕겠다는 그는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에필로그> 

아가는 것은 대체로 슬픈 일이고이틀이 기쁘다면 5일이 상처받는 그런 일상은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대개 그 아픔과 상처는 혼자 이겨내지만그 과정에서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혼자라고 생각한 인생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삶에 존재할 많은 인연들이여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서평은 페이퍼로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것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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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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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살것인가 #을유문화사 #유현준 

#180609 #완독 #강추

 
한줄평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현명하고 따뜻한 고찰 (4/5)



<쓰기 전에>

연히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어보게 된 책이다반 정도 훅 읽고 이 책이 또 한 번 유현준 교수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출판사에서 힘들게 만나게 된 인연인만큼여러분들께 이 책이 단순한 서평용 도서가 아닌 '마음에 남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다양서를 미리 접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우연하지만 감사한 기회를 주신 을유문화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제목 및 디자인>
표지 디자인. 별로 인덱스를 치며 읽는 타입은 아닌데,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표시를 왕창 해버렸다. 그만큼 좋은 부분이 많았다.

  
갱지 느낌이 나는 표지에 펜으로 스케치한 것 같은 타임스퀘어가 그려져 있다정갈한 네모들이 군집되어 있는 것이 묘하게 현대적임과 동시에 유적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분명 현대 도시이자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city의 모습에 어째서 나는 고전적인 유적의 쓸쓸함을 느꼈을까책을 읽고 나니 명확해졌다표지의 디자인에는 자동차와 조명이 없기 때문이다도시의 이미지에는 빼곡히 들어찬 사람과 형형색색의 광고판시끄러워보이는 자동차의 해일이 수반된다그러나 이 책의 표지에 사용된 그림에는사람은 적고 두 개의 후자는 결핍되었다이는 결과적으로 묘하게 현대적이고 도시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올해 초 ‘call me by your name’이라는 좋은 영화를 보고 나와금요일 저녁에 홍대입구역에서 신림까지 가는 2호선을 타면서 느꼈던 박탈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영화보다도 강하게 남은 인상이다그런데 만약 저렇게 유유자적한 도시라면꽤 살만할 것 같다그러니까 결국,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유현준 교수의 물음은 당신의 삶을 어떤 공간에서 그려나가고자 하는가와 일맥상통한다.

<공간과 사람에 대하여>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는 것은 내게 끊임없는 질문으로 다가왔다앞으로의 삶을어떤 공간에서 채워나갈 것인가 하는 물음들은 결국 공간에 대한 질문이자 동시에 삶과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굉장히 엄격한 규율들로 얽힌 기숙사와 학교에서 20대 초반을 보냈고 최근 2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삶에 다시 없을 자유로운 의 공간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나로서는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가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었다. ‘2장 밥상머리 사옥과 라디오 스타에서 천재를 키우는 공간에 대한 유현준 교수의 시각이 재미있게 다가왔다다양한 피부색의 수백 가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다양한 문화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충돌이 사고 패턴의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동시에 도시와 시골이 다르고도시들도 다 제각기 특색이 있다는 점을 부럽다는 저자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주거 환경을 아쉬워한다. 1장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청소년은 대부분 비슷한 아파트에 살고비슷한 생김새의 아이들과 비슷한 교육을 받으며 비슷하게 자라난다는 것이다이런 획일화된 보편성은 간편하지만 동시에 창의성을 말살한다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대는 곧 다양성과 탈중심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나라는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것을 추구하며 그를 벗어난 사람과 공간들을 틀린 것으로 취급한다더 높은 공간에서 넓이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포용적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그리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면 좋을 것이다.

뒷 표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작가인 유홍준 교수의 멘트가 들어있다.
<나만의 공간에 대하여>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7년 기숙사 생활을 접고대학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기숙사에서 사는 것은 좋았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없는 인간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누구와 다로 할 이야기도 마땅히 장소가 없다보니 깊은 감정의 교류가 어려운 적이 많았고때로 너무 우울하거나 슬프더라도 부끄러움에 감정을 꾹꾹 눌러 포장하는 경우도 많았다책에서는 건축가들이 바라보는 공간을 정주(定住)이냐 동적이냐공적이냐 사적이냐의 4분면으로 나눈다고 하였다사적 공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가 갈 수 없어져서특히 공적인 정주이 없는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사적으로 돈을 내고 시간 단위로 공간을 구매한다고 하였다카페비디오방노래방찜질방특히 모텔 대실이 그렇다마찬가지로 가족이 여럿인 집에서 화장실이 하나인 경우에 화장실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싸운다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최후 도피처는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소도같은 공간이다다행히 기숙사가 아니고 본가에는 항상 내 방이 있었다고등학교 때는 대개 기숙사에서 2주를 보내고 주말에만 집에 갔는데부모님이 별로 터치하지 않아주셔서 온전한 휴식과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항상 충전이 가능했다지금도 그렇다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임에도 1~2주에 한 번은 꼭 집에서 아무 것도 없이 혼자보내는 시간을 갖는다그것은 나의 공간이고내 삶의 공간을 영유하는 것은 곧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결혼을 하든동거를 하든누구랑 살든 꼭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동반자만의, 아이들만의 공간도 만들어야겠다.

중간중간 있는 그림과 사진들이 이해를 정말 잘 돕는다.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건축으로 읽는 세상>

이 책은 단순히 건축에 대한 어떤 대학 교수가 자랑하는 책으로만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엔 너무 재미있고(...) 결과적으로 이 책은 건축과 건물을 사랑하는 전문가 눈으로 본 세상 이야기이다. 동시에 그 이야기는 포괄적이고 넓게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대변한다굳이 통섭을 얘기하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학문들은 역설적으로 깊게 들어갈 수록 넓게 연결된다'는 점을 유준현 교수는 우리에게 다시 확인시킨다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다른 이론으로도 대답할 수 있지만건축의 측면에서 그의 대답은 놀랍도록 현명하고 통찰력이 있다몇 가지 소개하자면 이렇다
  
단상 위의 사람이 권위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 기업들이 많이 나오는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 건축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는가
왜 한국의 도시들은 특색이 없고 다 비슷비슷한가
좁디좁은 1인 가구가 도시의 넓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회사를 어떤 구조로 만들어야 사람들을 더 소통하게 하는가
인스타그램과 미디어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공간적 권력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질문에 대해 톡톡 튀는 동시에 수긍하게 하는 대답을 하게 하는 유준현 교수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는 감정이 강하게 들었다무엇보다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랩퍼나 반항아들이 후드티를 쓰는 이유가 후드티를 씀으로써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자기를 숨길 수 있고’, 그 좁은 모자 속의 공간에서라도 주체성을 띤다는 점을 보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왠지 모르게 모자나 후드선글라스를 쓰면 당당한 동시에 아늑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 때문이었을까. 인간은 이성적이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 환경은 대개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넓게 포함한다.

우리를 화목하게 만드는 도시를 함꼐 만들어 보자. 마지막 문장이 참 좋다.
<맺으며>

저자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넓은 지식그리고 그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사적인 해석은 전문적인 동시에 대중적이다그의 이야기는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고기술의 발전 스펙트럼을 넓게 포괄하며첨단과학으로 완성되어가는 우리의 공간을 어떻게 인간답게’ 꾸려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우리는 이 도시에서이 공간에서지금의 삶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행복해지기 위해서는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도시에 사는 우리들과우리가 만들어나갈 그 공간의 이야기에 대해유준현 교수가 이끌어주는 한 권의 탐색은 더할나위 없이 즐거웠다그의 전 작도 꼭 읽어볼 것을 약속한다



이 서평은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것임을 밝힙니다. >


이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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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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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벼운 무게로, 그러나 묵직한 스릴을 던지는 장르의 충실함
-



김영하의 책의 무게는 가볍다. 주말에 침대에 누워 짧은 시간이면 독파해 버릴 수 있는 정도의 얇은 두께이다. 그렇지만 내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수수께끼가 펼쳐진 미로에 갇혀 헤매는 후유증에 걸린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더라도 머릿속에서 김영하의 이야기가 새로이 펼쳐진다. 활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탐미하고자 책장을 새로이 펼 수밖에 없었다. -



‘살인자의 기억법’은 재미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소설이다. 화자이자 주인공부터가 흥미롭다. 김영하의 전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그려낸 주인공의 직업이 자살안내인이었던 것처럼, 작가가 제시한 이번 책에서의 주인공 또한 만만치 않다. 그는 다양한 인간상에 대한 통찰이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 이 책에서의 주인공은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70세의 연쇄살인범 김병수이다.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독보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작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연쇄살인범의 고독한 싸움을 아무렇지 않게 그려낸다. -



지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펴게 된 책이었다. 소설은 일정 분량 이상이 아니라면 서사를 제대로 펼칠 수 없다는 고루한 생각에 평소 얇은 소설책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먼저 생각보다 짧은 분량에 놀랐고, 그 얇은 책이 그려낸 한 편의 스릴러가 이처럼 즐거운 여행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뛰어넘는 완독의 여운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정말 좋았던 것은 소설적이지 못할 뻔 했으나 충분히 소설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독자들이 바라던 조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또 다른 그만의 멋으로 우아하게 그려낸 새로운 형태의 반전. 믿고 있었던 것을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파괴하고 유유자적하게 독자들을 바라보며 ‘어때?’라고 묻는 듯한 여유로운 결말. 불완전한 화자의 점점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는 서술, 아슬아슬한 신뢰와 불신의 외줄타기에서 독자들이 믿고 있는 판단을 책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는 서술. 내용 자체가 살인 등 범죄와 관련된 스릴러임과 동시에,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작이라 할 수 있는 스릴러였다. -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악을 마음껏 일삼던 주인공에게도 시간과 늙음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치매라는 예상치 못한 시간의 강력한 반격 앞에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이라는 주인공의 외침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과 겹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삶과 죽음, 선과 악, 기억과 시간이라는 철학적 주제 앞에 내가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읽었는지 자신에게 되묻게 되는 독자에게 또한 진짜 '치매' 비슷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문장만큼 이 책을 잘 표현하는 언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인용해서 이 책의 기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것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공포의 기록이다.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인생이 던진 악마적 농담. 두 겹의 악몽 혹은 두 겹의 감옥으로 이루어진, 웃을 수 없는 농담의 공포, 그것이 『살인자의 기억법』이 우리에게 건네는 악의적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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