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와 대학교의 7년 기숙사 생활을 접고, 대학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하며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기숙사에서 사는 것은 좋았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없는 인간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구와 다로 할 이야기도 마땅히 장소가 없다보니 깊은 감정의 교류가 어려운 적이 많았고, 때로 너무 우울하거나 슬프더라도 부끄러움에 감정을 꾹꾹 눌러 포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책에서는 건축가들이 바라보는 공간을 정주(定住)이냐 동적이냐, 공적이냐 사적이냐의 4분면으로 나눈다고 하였다. 사적 공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가 갈 수 없어져서, 특히 공적인 정주이 없는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사적으로 돈을 내고 시간 단위로 공간을 구매한다고 하였다. 카페, 비디오방, 노래방, 찜질방, 특히 모텔 대실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가족이 여럿인 집에서 화장실이 하나인 경우에 화장실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싸운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최후 도피처는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소도’같은 공간이다. 다행히 기숙사가 아니고 본가에는 항상 내 방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개 기숙사에서 2주를 보내고 주말에만 집에 갔는데, 부모님이 별로 터치하지 않아주셔서 온전한 휴식과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항상 충전이 가능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임에도 1~2주에 한 번은 꼭 집에서 아무 것도 없이 혼자보내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나의 공간’이고, 내 삶의 공간을 영유하는 것은 곧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결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누구랑 살든 꼭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동반자만의, 아이들만의 공간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