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 20대 암 환자의 인생 표류기
김태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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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출판 #완독 #추천 #180611

   

< 제목 및 표지>

  
이 책의 제목은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이다잘생김이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의해 평가받는 가치이다그것을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는 어느 정도 자조적인 메세지로 보였다.처음에는 좀 못생긴 사람이 자조적으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성 책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나는 그런 개그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서읽기 전에 재미 없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외모는 대개 선천적이고 대부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숭배하는 것이 기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왼켠에 작게 써져 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20대 암환자의 인생 표류기”. 20대에 암에 걸린다면 얼마나 우울할까라는 약간의 연민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무겁게 다가온다동시에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슬프게 다가오는 이중적 책이었다. 단순한 자기 연민이 아닌, 22살에 암에 걸린 9년차 프로아픔러인 지은이의 솔직한 자조이자 진심이 담긴 따뜻한 글이었던 것이다


<누가 타인의 아픔을 재단할 수 있는가>

  
중학교를 다닐 때였나장애인이라는 표현보다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장애인도 우리의 친구니까!라는 계도적 메세지였는데몇 년인가 지나고 나니 장애우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비장애인 시각에서 본 시혜적인 표현이므로다시 장애인이라는 표현으로 정정하자고 하더라처음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친구면 좋지라고 생각했는데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에 이제는 동의한다마찬가지로이 책을 처음 읽기 전에, ‘20대 암환자의 투병기라길래 굉장히 우울하고 슬프고 좌절스러운 글이 아닐까 예단했었다왜냐하면 조금만 아파도 정말 삶이 고된데가장 큰 질병 중 하나인 암을그것도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겪게 되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그럼에도 그는 내 예상을 빗나갔다필자는 스스로를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만읽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를 대단해 할 것이다암은 명백한 아픔이다그렇지만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그저 동정하며 타자화하는 것이 아니라이해하고 연대하되 시혜감을 갖지 않는 자세를 갖고 싶다





<삶은 때로 달고 때로 쓰다.>


 저자는 암환자로 살아가는 것은 아포가토의 삶과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굉장히 적절한 비유를 한다. 

“ 암환자로 살아가는 인생은 마치 ‘아포가토’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느꼈다. 아이스크림처럼 마냥 달달한 상황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에스프레소처럼 씁슬하기만 한 인생을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게 한없이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달달함과 씁쓸함의 경계에 있는 애매모호한 인생이라고나 할까.
덕분에 내 삶의 존재 이유에 대해 조금은 빠르고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물론 함께해서 더러웠고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럭저럭 감사했다 말하고 싶다. "

암환자의 삶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생은 그러할 것이다. 때로는 숨막히게 고통스럽고, 때로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우리 모두의 삶은, 새로운 아포가토를 먹는 일의 연속 아닐까.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끝내고천천히지만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는 몸을 보면서 저자는 행복해한다.그러면서 암이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삶을 지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낸다무엇보다슬픔과 고독 속에서 그의 유머는 더욱 빛난다

그는 비록 스스로가 잡지에 나오는 강인한 사람도 아니고위기를 극복한 위인들 같이 대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아니라고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도 지친 사람에 불과하다고 자조한다그렇지만원래 모든 인간은 그렇다어느 정도 결여되어 있다자신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신 혹은 사기꾼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마찬가지로그는 오랜 투병생활로 자신의 정신이 병들었고더 이상 감추기가 힘들다고 말한다그러나 무슨 연유든 간에 인간에게는 각자의 아픔과 슬픔이 있고따라서 정신이 어느 정도 병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를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다블랙코미디의 개그맨처럼자신을 낮추고 세상의 고통을 비웃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삶과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감출 수 없다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 같이 무취였던 자신을 구제해주려는 사람들의 체취로 뒤섞여졌고본인도 받은 만큼 열심히 비비적거려서 또 한명의 그루누이를 돕겠다는 그는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에필로그> 

아가는 것은 대체로 슬픈 일이고이틀이 기쁘다면 5일이 상처받는 그런 일상은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대개 그 아픔과 상처는 혼자 이겨내지만그 과정에서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혼자라고 생각한 인생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곁에 있음을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삶에 존재할 많은 인연들이여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서평은 페이퍼로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것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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