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 뫼르소의 모습은 덤덤하기 그지 없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멀리 떨어진 마랭고로 떠나야하는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먼 곳에 가는 것과 회사에 휴가 신청을 해야하는 것의 피로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고, 그냥 문지기의 밀크커피를 받아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며, 심지어 어머니의 나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장례가 이뤄지는 동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장례식 다음 날에는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만난 옛 회사 동료 마리와 잠자리를 가지기까지 한다.
이방인의 플롯을 극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뫼르소가 친구의 치정과 얽혀 그의 총을 대신 지니고 있다가, 모르는 아랍인을 쏘아죽인 살인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세 쪽 정도의 짧은 분량만을 차지한다. 1부와 2부를 구분 짓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살인사건은 뫼르소의 성격을 전혀 변환시키지 않는다. 살해동기를 묻는 검사에게 뫼르소는 (칼에 비친) 강렬한 햇빛 때문이었다고 말함으로써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기까지 한다.
어머니의 죽음, 아랍인의 살인 자체는 뫼르소 개인의 정서에는 큰 영향력이 없었고,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검사와 판사, 배심원, 심지어 그를 변호하는 변호인까지 두 가지의 죽음을 연관하여 장례식에서 보였던 뫼르소의 무덤한 행동을 아랍인 살인의 유죄를 넘어 인간성이 말살된 끔찍한 사이코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뫼르소는 그에 대해 적절한 변명을 하거나 거짓말을 지어내지 않고, 그저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