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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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권태로울 때를 정확히 짚어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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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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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존스튜어트밀 #현대지성 #고전읽기 #완독 #180630

만족한 돼지가 되느니 차라리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편이 더 낫고,
만족한 바보가 되느니 불만족한 소크라테스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게 낫다.

라는 격언으로 유명한 존 스튜어트 밀의 책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학부 땐가 원문으로 읽어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문장구조가 너~~~~무나도 복잡해서 10퍼센트도 못 읽고 포기한 책이다.


  1859년에 출간된 자유론은 명확한 근거를 통해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을 비판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제한적인 인도주의적인 주장이 돋보이는 그야말로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출판된 시기가 1800년 대 중반으로 여성 참정권이 없었고 신분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던 시대임을 고려했을 때, 토머스 홉스/존 로크/벤담 등 자유주의의 기존 사조를 최대한 녹여내고 자신의 뛰어난 통찰력까지 얹은 민주시민의 필독서이다.


  



일단 유명한 책이니만큼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나는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최신의 자유론을 읽었다. 기존에 서울대 도서관에서 빌려두었던 산수야 출판사의 정영하 역본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최신 업데이트가 된 판본이라 그런지 문장 구조라던가 문체가 훨씬 읽기 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현대지성의 고전 시리즈들이 무엇보다 특출난 부분은, 연관되는 문단을 묶어 소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밀의 유려한 논리력으로 자유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은, 촘촘하고 섬세하게 짜여있기에 한 부분이라도 놓치면 이해를 놓치기 일쑤이다. 현대지성의 판본에서는 소제목을 달아줌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제고해주고 있었다.
  



자유론은 벤담의 영향을 받은 공리주의자답게 공리주의를 기본적인 사상의 원리로 전제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개개인에게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그들에게 주어진 재능을 발전시켜 최대한의 인류의 효용을 얻고자 하였다. 동시에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필요함을 논증하였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절대로 틀릴수 없다(infallibility)는 독재와 독선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기준에서 틀리고 잘못된 의견이라도 그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하는 자유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또한 밀은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든 행위를 개인적 자유의 영역에 종속시킴으로써 자유를 보장하고자 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 영향(해악)”을 미치는 사회적 행위의 경우에는 국가의 개입을 옹호하였다. 
  


특히, 밀은 개인과 사회를 이끌 원동력으로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하였는데, 최근 다양한 사회학적 연구에서 다양성과 다원화의 중요성과 선한 영향을 논증하는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였다. ‘서로 다름은 겉보기에는 논쟁을 촉발하고 분열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개성이 극대화될 때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헌정사에서, 사랑했던 해리엇 테일러에게 책을 헌정하는 모습에서 괜시리 격한 감동을 느꼈다. 해리엇 테일러는 자유주의적 유니테리언주의 활동을 하면서, 급진적인 정치사상을 토대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이었는데, 남편이 사별한 후 밀과 재혼하였다. 탁월한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던 그녀는 밀의 사상에, 특히 여성관에 큰 영향을 미쳐서 영국 여성해방사상의 기념비적 작품인 여성의 종속”(1869)같은 대작을 저술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를 하는 이유, 모든 학문은 실용적이고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현실의 불완전한 인간 사회에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게 함으로써, 개개인과 사회의 발전이 최대한 효용을 얻을 수 있도록 논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배제하는 우리 사회 곳곳의 독재를 제거해나가는 시민의 교양을 발전시킬 유인을 확인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경제학이자 정치학, 철학 고전으로 유명하지만, 시민자치나 정부, 정책의 이야기를 보면 행정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따. 하나의 고전이 다른 학자들의 이론과 학문들에 얽히며 와닿는 걸 보니 공부한 보람이 있나보다 혼자 뿌듯했음..ㅎㅎ... 7월에도 고전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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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 그는 과연 광기와 고독의 독재자인가?
고미 요지 지음, 배성인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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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그는과연광기와고독의독재자인가 #고미요지 #배성인 #지식의숲 #180626
“그는 미치광이가 아니면 천재, 둘 중 하나다.”
“꽤 영리한 사내(pretty smart cookie)다.”
“(미국령 괌 앞바다에 미사일 발사 계획을 유보한 것에 대해서) 심사숙고한 후에 상당히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자살 행위를 하고 있는 로켓맨.”
“국민을 굶기고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 미친 남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가가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인물. 바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다.- 머리말 중에서

2018년은 정말 천지가 개벽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것 없었던 기싸움이 끝가장 가까우면서도 절대 방문할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었던 북한. 그런 북한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환대하는 눈치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의 기조가 변화했고, 평창올림픽에는 사실상 주인공처럼 자리했다. 비록 정치쇼고 연막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한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평화의 물결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충분한 희망을 주고 있는 듯 싶다. 평창의 기운이 이어져, 4 27일과 5 26일에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온 국민 그리고 세계는 평화의 기운이 넘실대는 한반도에 주목하고 있다. 세습된 권력으로 정적을 제거해나가며 주지육림에서 살고 있는 김정은이, 대체 왜 한반도 비핵화를 논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그의 말을 믿고 핑크빛 미래를 그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이 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애와 일대기를 자세하게 그려낸다. 신문기자 출신의 일본 저자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며 보고 들은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객관적인 기술을 펼쳐나간다.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은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남미 관계, 북미 관계, 북중 관계에 속하지 않는 제 3자 주변국으로서 객관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혐한 감정과 남북의 분단상황 그리고 전범의 역사를 오히려 극우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남미 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발전을 절대로 우호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솔직히 일본의 의견은 어느 정도 재팬 패싱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젊은 절대권력자 김정은의 역사와 성장과정에 대해 1,2장을 충분히 할애했고, 그의 심리마저 날카롭게 분석하였다. 3,4장에서는 북핵의 진행과정과 현상황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북한의 경제발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트럼프와 유엔의 강한 경제압박으로 평화의 무드가 조성된 것도 맞지만, 북한이 (중국의 조력 하에) 어느 정도 자생적으로 경제를 이끌어나갈 힘이 있었던 것이 놀라웠다. 5장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과, 김정은에 대한 북한 내 평가, 중국과 미국이 구상하는 북한 정권교체 시나리오를 논리적으로 기술하며 아베 정권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자세한 디테일이 많아서 읽기에 지루한 부분이 있었으나충분한 자료로 뒷받침되는 설득력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특히외국에서 생활한 김정은이 생각보다 개방적일 수 있다는 점과김정일이 개인 숭배로 국가를 유지하는 것의 위험성을 인식하였으나 병환으로 인해 세습권력으로 노선을 바꾸었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책은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이전에 쓰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평화무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남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입장에서 현 세계정세를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주는 똑똑한 책이다. 김정은과 북한은 위험하면서도 달콤한 유혹이다. 그에 대해 자세한 분석을 통해 실은 줄이고 득을 높이는 똑똑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자세한 목차가 책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리스트만 보셔도 어떤 책인지 감이 오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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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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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다운 #ba패리스 #스릴러소설 #아르테 #짱잼 #챙추천#180622


한줄평: 미쳐버린 가속도로 달리는 심리 서스펜서(4점/5점)

여름밤에 읽으면 서늘-해질 것이 확실하다! 특이한 전개와 창의적인 플롯. 강추!


후반부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제어할 수가 없다. 미치도록 궁금해서, 문장을 눈으로 빠르게 훑느라 호흡마저 딸린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에서처럼 이 소설의 화자는 불완전 화자이다. 1인칭으로 서술됨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일 지를 모호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는 근원적인 불안에서 오는 공포가 독자를 스멀스멀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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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말하면 타인의 즐거움을 망쳐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인공 캐시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지름길로 가던 중 정차한 차량을 발견한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잠시 멈췄는데도 운전자에게 반응이 없어 괜한 일에 휘말릴까 두려워 그냥 지나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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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고보니 그 운전자는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었고 캐시는 자신이 구할 수 있었지 않나 심한 자책감에 빠진다. 그런데, 살인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대답없는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전된 기억력 문제까지 생겨 있었던 일마저 오락가락하는데...

여기저기 뿌려진 복선들이 딱 맞아 들어갈 때의 쾌감이란. 독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메는 스릴러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물리적 신체적 폭력은 전혀 없는데, 피가 이리저리 튀기는 묘사보다 오히려 소름끼친다. 후반부로 갈 수록 긴장은 고조되고 불완전한 주인공이 과연 이것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염려하고 응원하게 된다. 





넌 미쳐가고 있어. 머릿속 목소리가 노래를 부르듯 읇조린다. 넌 미쳐가고 있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런데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나 자신." 이라는 문구가 소설을 가장 잘 설명하지 않나 싶다. 독자를 가스라이팅하는 ㅋㅋㅋㅋㅋ 심리스릴러라니. 정말로 위험하고, 짜릿하며 치명적이다!!! 


* 가스라이팅(gaslighting) :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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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증보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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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가 말하는 죽음과 부조리에 대해" - #알베르카뮈 #이방인 #새움출판사

L'Étranger.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1942년에 발표한 소설로, 카뮈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이다.


  
영어 번역명은 The Stranger, The Outsider, Foreigner 등으로 번역된다. 우리나라에는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고, 프랑스가 자랑할 만한 전세계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를 아주 조금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때 교수님이 카뮈의 이방인은 처음 나왔을 때 사용한 문체 때문에 충격을 준 부분도 있었다고 했던 것을 언뜻 기억하고 있었다. 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위키백과의 설명을 빌린다. 
  
“ 이 소설은 문어체(단순 과거)가 아니라 구어체(복합 과거)로 쓰여진 소설이다그래서 그 당시 이와 같은 표현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프랑스어에서는 현재와 관련 없는 과거를 표현할 때에는 단순 과거를현재와 관련 있는 과거를 표현할 때에는 복합 과거를 사용한다회화에서는 단순 과거를 사용하지 않고 복합 과거만 사용한다결국 거칠게 말하자면 단순 과거는 문어체복합 과거는 회화체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해서 일반적인 소설은 현재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단순 과거를 사용하며이것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용법이다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소설에서 복합 과거를 사용했다는 것은 소설의 내용이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책보다 더 유명한 첫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르겠다.(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 또한 새움출판사의 이방인을 접하기 전에는 이방인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 소설의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죽음이다어머니의 노환으로 인한 죽음과주인공이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게 된 살인 사건과 그로 인한 사형의 언도자연사/살인/사형이라는 디테일은 다르지만결국 죽음이라고 하는 한 가지 공통된 정의로 촘촘히 얽혀있다
  
책을 읽고 흥미가 생겨서 더 찾아보니카뮈의 부조리 3부작이라고 불리는 이방인그리고 시지프신화와 오해에도 이방인에서 나오는 죽음의 내용이 각각 담겨있다고 한다오해는 살인으로 인한 자살을시지프 신화는 자살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뮈의 사유를 지배하는 죽음이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난해했지만 지적 만족감을 주었다
   

1부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 뫼르소의 모습은 덤덤하기 그지 없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멀리 떨어진 마랭고로 떠나야하는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먼 곳에 가는 것과 회사에 휴가 신청을 해야하는 것의 피로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고, 그냥 문지기의 밀크커피를 받아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며, 심지어 어머니의 나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장례가 이뤄지는 동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장례식 다음 날에는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만난 옛 회사 동료 마리와 잠자리를 가지기까지 한다.
  
이방인의 플롯을 극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뫼르소가 친구의 치정과 얽혀 그의 총을 대신 지니고 있다가, 모르는 아랍인을 쏘아죽인 살인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세 쪽 정도의 짧은 분량만을 차지한다. 1부와 2부를 구분 짓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살인사건은 뫼르소의 성격을 전혀 변환시키지 않는다. 살해동기를 묻는 검사에게 뫼르소는 (칼에 비친) 강렬한 햇빛 때문이었다고 말함으로써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기까지 한다.

  
어머니의 죽음, 아랍인의 살인 자체는 뫼르소 개인의 정서에는 큰 영향력이 없었고,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검사와 판사, 배심원, 심지어 그를 변호하는 변호인까지 두 가지의 죽음을 연관하여 장례식에서 보였던 뫼르소의 무덤한 행동을 아랍인 살인의 유죄를 넘어 인간성이 말살된 끔찍한 사이코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뫼르소는 그에 대해 적절한 변명을 하거나 거짓말을 지어내지 않고, 그저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말할 뿐이다. 
  

뫼르소는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연관 없는 두 가지의 죽음은 마치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뫼르소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마라는 전제로 치닫고, 결과적으로 그는 사형에 처하게 된다.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욕심 없는 뫼르소의 성격이 결과적으로 그의 사형을 언도하는 기이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카뮈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사형제도와 재판일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것일 수 있다. 뫼르소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사제에게 감정을 분출하는 장면에서 그것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나 싶다. 사람은 누구나 다 사형 받을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결국 죽음의 형태는 다르더라도 궁극적 결과가 동일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혀 관련 없는 두 가지 죽음에 대한 타인의 해석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죽음을 언도받은 뫼르소. 오히려 죽기 직전에 깨어난 의식을 맛보며 행복을 느끼고, 가장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주인공의 비극적 모습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깨달음이란 뭘까 사유해볼 수 있었다. 
  

이방인

저자 알베르 카뮈

출판 새움

발매 2018.06.12.



 : 번역 때문에 논란이 많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뒤에 자세한 역자노트가 나와있으니 프랑스어를 배운 분들은 참고하며 읽기 정말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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