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증보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카뮈가 말하는 죽음과 부조리에 대해" - #알베르카뮈 #이방인 #새움출판사

L'Étranger.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1942년에 발표한 소설로, 카뮈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소설이다.


  
영어 번역명은 The Stranger, The Outsider, Foreigner 등으로 번역된다. 우리나라에는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고, 프랑스가 자랑할 만한 전세계의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를 아주 조금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때 교수님이 카뮈의 이방인은 처음 나왔을 때 사용한 문체 때문에 충격을 준 부분도 있었다고 했던 것을 언뜻 기억하고 있었다. 다 잊어버렸기 때문에 위키백과의 설명을 빌린다. 
  
“ 이 소설은 문어체(단순 과거)가 아니라 구어체(복합 과거)로 쓰여진 소설이다그래서 그 당시 이와 같은 표현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프랑스어에서는 현재와 관련 없는 과거를 표현할 때에는 단순 과거를현재와 관련 있는 과거를 표현할 때에는 복합 과거를 사용한다회화에서는 단순 과거를 사용하지 않고 복합 과거만 사용한다결국 거칠게 말하자면 단순 과거는 문어체복합 과거는 회화체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해서 일반적인 소설은 현재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단순 과거를 사용하며이것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용법이다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소설에서 복합 과거를 사용했다는 것은 소설의 내용이 현실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책보다 더 유명한 첫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르겠다.(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être hier, je ne sais pas.)"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 또한 새움출판사의 이방인을 접하기 전에는 이방인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 소설의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죽음이다어머니의 노환으로 인한 죽음과주인공이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게 된 살인 사건과 그로 인한 사형의 언도자연사/살인/사형이라는 디테일은 다르지만결국 죽음이라고 하는 한 가지 공통된 정의로 촘촘히 얽혀있다
  
책을 읽고 흥미가 생겨서 더 찾아보니카뮈의 부조리 3부작이라고 불리는 이방인그리고 시지프신화와 오해에도 이방인에서 나오는 죽음의 내용이 각각 담겨있다고 한다오해는 살인으로 인한 자살을시지프 신화는 자살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뮈의 사유를 지배하는 죽음이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난해했지만 지적 만족감을 주었다
   

1부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 뫼르소의 모습은 덤덤하기 그지 없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멀리 떨어진 마랭고로 떠나야하는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먼 곳에 가는 것과 회사에 휴가 신청을 해야하는 것의 피로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하지 않고, 그냥 문지기의 밀크커피를 받아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며, 심지어 어머니의 나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장례가 이뤄지는 동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장례식 다음 날에는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만난 옛 회사 동료 마리와 잠자리를 가지기까지 한다.
  
이방인의 플롯을 극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뫼르소가 친구의 치정과 얽혀 그의 총을 대신 지니고 있다가, 모르는 아랍인을 쏘아죽인 살인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세 쪽 정도의 짧은 분량만을 차지한다. 1부와 2부를 구분 짓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살인사건은 뫼르소의 성격을 전혀 변환시키지 않는다. 살해동기를 묻는 검사에게 뫼르소는 (칼에 비친) 강렬한 햇빛 때문이었다고 말함으로써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기까지 한다.

  
어머니의 죽음, 아랍인의 살인 자체는 뫼르소 개인의 정서에는 큰 영향력이 없었고,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검사와 판사, 배심원, 심지어 그를 변호하는 변호인까지 두 가지의 죽음을 연관하여 장례식에서 보였던 뫼르소의 무덤한 행동을 아랍인 살인의 유죄를 넘어 인간성이 말살된 끔찍한 사이코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뫼르소는 그에 대해 적절한 변명을 하거나 거짓말을 지어내지 않고, 그저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말할 뿐이다. 
  

뫼르소는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연관 없는 두 가지의 죽음은 마치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뫼르소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마라는 전제로 치닫고, 결과적으로 그는 사형에 처하게 된다.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욕심 없는 뫼르소의 성격이 결과적으로 그의 사형을 언도하는 기이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카뮈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사형제도와 재판일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것일 수 있다. 뫼르소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사제에게 감정을 분출하는 장면에서 그것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나 싶다. 사람은 누구나 다 사형 받을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결국 죽음의 형태는 다르더라도 궁극적 결과가 동일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혀 관련 없는 두 가지 죽음에 대한 타인의 해석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죽음을 언도받은 뫼르소. 오히려 죽기 직전에 깨어난 의식을 맛보며 행복을 느끼고, 가장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주인공의 비극적 모습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깨달음이란 뭘까 사유해볼 수 있었다. 
  

이방인

저자 알베르 카뮈

출판 새움

발매 2018.06.12.



 : 번역 때문에 논란이 많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뒤에 자세한 역자노트가 나와있으니 프랑스어를 배운 분들은 참고하며 읽기 정말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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