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진 책의 뒷 면에는 96. 12. 9 이라고 적혀있다.내가 책읽는 속도와 곧 시험을 앞둔 기간이었음을 감안해 볼 때 일주일이내에 다 읽지 않았을까? 그 때 학교에서 교양과목을 하나 들었는데,강사가 강력히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길레 사서 읽어보았었다. 정말 괜찮았다. 옥중서신이 주는 묘한 매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절된 공간 속에서 깊어지는 사색의 맛 때문이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수인들은 늘 벽을 만납니다. --------- ( 중략 ) ------------가련한 자유의 시간 - 꿈속에서마저 벽을 만나고 마는 것입니다. 무수한 벽과 벽사이. 운신도 어려운 각진 공간에서 우리는 부단히 사고의 벽을 헐고자 합니다. 생각의 지붕을 벗고자 합니다.'<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의 제일 첫 페이지>

비록 수인은 아니지만, 우리도 우리의 사고 속에서 끊임없이 벽을 만나곤 한다. 내가 하는 말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남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런 벽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제약한다. 이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우리는 수인과 다를 것이 없다...수인(囚人)...한자 모양이 재미있다 사방에 벽이라니갑갑하겠다.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고 낙서처럼 써놓았던 글 중에 하나이다. 지금보니 내 하드디스크에 이런 종류의 글이 꽤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러 오브 오일
마이클 이코노미데스 & 로널드 올리그니 지음, 강대은 옮김 / 산해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석유는 권력이다'라는 제목을 가진 서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이 책은 어떤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 이 책은 서문이 암시하는 바처럼 석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비즈니스에 관해서 쓴 글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환경주의자들을 거의 정신병자 수준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로까지 몰아가면서, 석유산업은 미래이기 때문에 절대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또한 흔히 <허버트 곡선>으로 대표되는 석유 고갈로 인한 에너지 대란 위기론에 대해서는, '천연가스'의 활용의 확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자신 있게 앞으로 300년간 석유는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퓰리처상 수상자 대니얼 예긴은 석유야말로 권력과 세계 지배의 동의어이며, 안보와 번영, 현대 문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THE COLOR OF OIL'이라는 이책의 원제는 색깔에 빗대어서 그러한 석유산업의 다양한 성격을 묘사하는 이 책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현대는 석유문명의 시대라 일컬어진다. 오늘날 석유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석유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로서는 이런 책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번역 탓인지, 내용이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두 사람이 같이 썼다는 이 책의 한계 때문인지, 책이 그렇게 부드럽게 읽히지는 않았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는 통계이야기
더렐 허프 / 청아출판사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나는 여론조사에 속지 않는다'고 흔히 착각한다.그러나,주간동아(제367호)에 실린 기사를 보면 심지어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얼마나 쉽게 여론조사의 함정에 빠지는지 알 수 있다. 노당선자가 이후보를 역전한 결정적 계기는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였다. 통합21측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이후보 지지율이 그 무렵 각 언론사 여론조사의 이후보 평균 지지율(35%) 아래로 나올 경우 단일화 여론조사를 무효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통합21측은 이후보 지지율이 이후보 최저 지지율(30%) 아래로 나올 경우에만 무효로 하자며 훨씬 완화된 조건을 제시했다.
통합21측은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 양자 TV토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는 답변이 많이 나오자 조건을 완화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통합21측 제의를 수용했다. 토론회 다음 날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노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는 답변이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정 TV토론에 대해 다음 날 조간신문들이 “노후보가 안정감을 보였다”고 평가한 점이 시청자들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이다. 민주당은 '시청자들은 다음 날 신문의 보도 경향을 참고해 TV토론에 대한 최종평가를 내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론조사는 '언제 조사하느냐?'에 따라서 매우 유의미한 결과의 차이를 보인다. '여론조사는 기껏해야 어느 한 시점에서 나타난 태도를 보여주는 유효한 측정치일 뿐이다. (315p)' 설문문항을 결정하기 위해 민주당 측과 국민통합21 측은 밤샘 설전을 벌였다. 김행씨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대항할 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를 설문문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단순지지도에선 노후보와 정후보는 백중세였고, 이후보와의 경쟁력에선 정후보가 앞서고 있었다. 민주당측은 김행씨의 설문문항을 이후보와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으로 보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때 김한길 본부장이 김행씨에게 “설문문항을 직접 글로 써보라”고 했다. 김행씨가 쓰자, 김본부장이 “그걸로 하자”며 협상을 끝냈다. 김본부장은 김행씨가 제시한 설문문항은 여론조사 응답자들 입장에선‘뒷문장이 강조되는'쪽으로 들리기 쉽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 설문문항은 사실상 단순지지도를 묻는 문항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wording(묻는 방식, 묻는 순서 등을 포함하는 개념) 이라고 부르는 질문지 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내는 단적인 사례였다. '복잡하게 기술된 질문을 포함하여 응답자에게 너무 낳은 것을 요구할 경우 -(중략)- 응답자들이 체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323p)'

여론조사 시기 협상에서도 민주당은 통합21보다 한 수 위로 드러났다. 통합21은 샘플 수를 5000명으로 하자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다. 5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려면 낮 시간대부터 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주부층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정후보가 절대 유리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11월26일 언론사의 마지막 여론조사 발표 때 단일후보가 이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야 후보단일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논리를 폈다. 맞는 말이었지만 여기엔 다른 의도가 깔려 있었다. 26일 언론 효과를 위해선 25일 단일후보가 결정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24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여론조사 날짜를 월요일인 25일에서 일요일인 24일로 하루 앞당기려는 의도였다. 일요일은 노후보의 주 지지층인 20, 30대 직장인 남성이 집에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요일이었다. 결국 이런 지략 대결 끝에 24일 노당선자는 여론조사 승리자가 됐다.

마지막으로 이 사례는 '어떠한 표본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표본은 겉으로는 과학적 정확성을 지닌 것처럼 착각되기 쉬우나 권유할 만한 일은 못된다.(28p) 그렇다고,노무현 당선자 측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그 쪽이 여론조사의 고유 맹점을 좀 잘 활용했을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이응준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이응준'을 소개 해준 것은 내 친구였다. 녀석은 그가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난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난 그의 소설을 샀다. 그리고 읽고 또 읽었다. 그의 소설에 줄을 쳤고 외웠다. 나란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사주기도 했다. 그 만큼 그가 쓰는 언어 그가 하는 이야기는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문체 때문이다. 그의 소설은 한마디로 '문체'이다. 다른 것보다도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내가 그에 열광하는 것이 단지 무체라면, 난 신경숙이나 김승옥에도 열광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승옥과 신경숙은 좋아하기는 하지만, 열광 정도는 아니었다.즉,이응준에게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확실히 뭔가가 다르다.

이 사람이 '달 뒤편으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의 후기에서 이렇게 써 놓았다. 내 글을 읽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이나 교양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그냥 당신이 스스로를 외롭다고 느끼면 그것으로 족하다. 사는 게 무지무지 행복하다고 여기는 당신이 있다면, 제발 덮어두고 돌아가 그 삶을 더 즐기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사는 게 정녕 슬프고 지루하다 여기는 당신이 어떤 구원 내지는 해답을 바라고 이 소설들을 읽고자 한다면, 난 그에게도 어쨌거나 비슷한 말을 해줄 수밖에 없다. 나는 당신들에게 한 줄 잠언조차 들려줄 수 없을 뿐더러, 그런 꿈의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서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다 읽고 난 내 독자들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지금 외로워 몹시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어봐줄 수 있었음 하는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응준에 열광했던 것은 아마도 나와 내 친구가 진정 서로 외로웠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 것으로 내가 열광하는 이유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나의 글쓰기가 갖지 못한 '서정성'을 그가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수도 있다. 무언가 부족한 것들은 무언가 남는 것들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니까.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그의 이러한 미덕이 가장 잘 드러났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단편집인 것 같다. 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그는 그의 이러한 서정적인 문체가 싫다고 말했으며, 실지로, 그의 새로운 소설에서는 이러한 서정성을 버렸다고 한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라고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한국책략 나남신서 455
김우상 / 나남출판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기대했던 책이라 실망이 컸다. 처음에는 너무나 거창한 제목에 비해 부실해 보이는 책의 굵기에( 한국책략정도의 제목을 사용한 책이 이정도 굵기로 짧고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면,이미 소문이 났을 것이다.)에 무시하고 있다가 친구 한명의 추천과 마침 읽고 있던 논문의 참고문헌에 내용이 보여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부제는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이다. 그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현실주의,신현실주의, 자유주의,신자유주의 시각에 바탕을 둔 여러가지 국제정치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론들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치상황을 분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둘 다 실패한 것 같다.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지도 못했고, 그 이론에 따라 현상황(1998년도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지도 못했다. 글을 읽는 내내 이론과 상황설명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게임이론에 관한 설명부분에서는 그 정도가 심했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