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에 대한 짧은 생각
내가 누구인지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
찾던 시절이 있었다
땅바닥을 쳐다보며 동전을 줍듯이
구걸하는 마음으로 찾았었다.
나의 길을 찾았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는 것들로 증명하기 위해
한 푼짜리 능력에
서 푼짜리 노력을 보태며
가다 서다 하면서
자꾸만 물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길을 잃었다고 했다
잃는다는 것은
갖고 있었다는 것인데
가졌던 것을 잃은 것인지
갖고 싶은 것을 잃은 것인지
모호한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길이란게
나의 길이란게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시작하고 끝나는 것일까?
길 위에
점 하나가 찍히면
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이 모여 면이 되는
언젠가 보았던
인도의 바닥그림 콜람처럼
나도
그렇게
점의 미약함을 견디고
선의 가능성을 믿으며
면의 풍성함을 갖게 되는
그런 길 위의 삶을
살고 싶다.
2014. 8.21.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은 또 그렇게 온다
파란 하늘에 낮게 핀 뭉게구름이 되어
여름인 햇빛과 가을인 바람이 만나
지난 여름 달구어졌던 집안은
가을 공기로 채워지고
베란다엔 얇은 이불이 걸리고
거실엔 털북숭이가 깔리며
한 채의 인삼으로 홍삼을 내리려는
계획이 설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는 것이다
2014. 9.13.
장마 이후의 긴 비
며칠째
흐리다 비오다를 반복하니
해보다 구름이 친구처럼
느껴진다
집안은 대낮에도
해지는 저녁처럼 어둑해
세 개짜리 전등을 켠다
아들은 들어왔다 나갔다
다시 들어오고
딸은 들어올 것이다
밤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를
지키려는 듯
여전히 하늘은
불 꺼진 거실처럼 어둡다
2014.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