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의 길에 대한 짧은 생각

 

 

내가 누구인지

나만의 것이 무엇인지

찾던 시절이 있었다

땅바닥을 쳐다보며 동전을 줍듯이

구걸하는 마음으로 찾았었다.

 

나의 길을 찾았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는 것들로 증명하기 위해

한 푼짜리 능력에

서 푼짜리 노력을 보태며

가다 서다 하면서

자꾸만 물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길을 잃었다고 했다

잃는다는 것은

갖고 있었다는 것인데

가졌던 것을 잃은 것인지

갖고 싶은 것을 잃은 것인지

모호한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길이란게

나의 길이란게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시작하고 끝나는 것일까?

 

길 위에

점 하나가 찍히면

그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이 모여 면이 되는

언젠가 보았던

인도의 바닥그림 콜람처럼

나도

그렇게

점의 미약함을 견디고

선의 가능성을 믿으며

면의 풍성함을 갖게 되는

 

그런 길 위의 삶을

살고 싶다.

 

       2014. 8.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은 또 그렇게 온다

파란 하늘에 낮게 핀 뭉게구름이 되어

여름인 햇빛과 가을인 바람이 만나

 

지난 여름 달구어졌던 집안은

가을 공기로 채워지고

베란다엔 얇은 이불이 걸리고

거실엔 털북숭이가 깔리며

가을은 또 그렇게 온다

 

한 채의 인삼으로 홍삼을 내리려는

계획이 설 때

가을은 이미 곁에 와 있는 것이다

 

 

        2014. 9.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장마 이후의 긴 비

 

 

며칠째

흐리다 비오다를 반복하니

해보다 구름이 친구처럼

느껴진다

 

집안은 대낮에도

해지는 저녁처럼 어둑해

세 개짜리 전등을 켠다

 

아들은 들어왔다 나갔다

다시 들어오고

딸은 들어올 것이다

 

밤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를

지키려는 듯

여전히 하늘은

불 꺼진 거실처럼 어둡다

 

 

     2014. 8.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