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질 때
얼마 전까지는 드물게 보이더니
그사이 나무에서 빛나고
땅 아래서 빛나는 것들로
가을 거리는 눈부시게 환하다
우리는 소심한 눈길을 주며
흐르는 물처럼 멈추지 못하지만
가슴엔 어느새 한 그루 은행나무
가을이 깊어갈수록 점점 다가오는
겨울이 오늘도 나무를 온종일 흔든다
우수수 떨어지는 몸의 일부를
아픔 없이 미련 없이 보내는 나무
다 잃고서야 끝나는 나무의 한해
나는 봄부터 겨울까지 한해 내내
잃을 줄 모르고 얻으려고만 하는구나
오랜만에 토요일 오전, 11월 8일 시를 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