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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저 사회학30선
다케우치 요우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몇 십 년 전이기에, 이제는 남의 이야기인 듯 사회학은 뿌연 연기처럼 여겨지는 이때에 <세계 명저 사회학 30선>을 만났다.
책을 받아 표지를 보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마도 오래전 잊혔던 사회학을 배웠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그래서인지 책을 펼치고 정말이지 쉬지 않고 후딱 읽어버리고 말았다.
처음 서문에서 저자가 자신이 겪었던 것을 밝혔듯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대면한 사회학 책이 너무 어려워서 아예 사회학이란 것을 멀리한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사회학에 관심이 있는데, 그랬다면 정말이지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우선, 사회학을 접근하기 쉽도록 엄선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들은 명저이자 고전이며,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공부했던 에밀 뒤르켕, 엥겔스 칼, 마르크스, 엘리야스, 미셀 푸코, 칼 만하임 등 아직도 기억하는 사회학자들을 만나니 기분이 마치 오래전 친구를 만나듯 기분이 상큼해진다. 심지어는 학창 시절 읽었던 책들이 소개되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기억이 새록새록 하면서, 그래 이런 내용이었지, 이런 용어를 사용했었지 하며 흥미진진하게 눈에 와서 박힌다. 게다가 이러한 내용이 예전처럼 당연히 공부해야 할 내용이 아니라, 너무도 편안하게 읽다 보니 현재의 사회와 그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대비시키면서 읽게 되어 이해가 조금 빨라진 듯해 내 자신이 뿌듯하다.
아쉬운 것은 한참 몰입하려고 할 때에 책에 대한 소개가 끝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래야만 그 책을 구입해서 좀더 사회학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지만, 지금 막 이 책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아쉬움 가득이다.
예를 들면, 에밀 뒤르켕의 <자살론>을 보면서는 최근 자살한 배우가 생각났다. 뒤르켕은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지만 이를 ‘사회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사회가 개인의 욕구를 규제할 수 없게 되면서 일어나는 고뇌가 원인이 되고, 사회의 ‘도덕적 구조’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싶다. 좁게 보면 배우라는 한 개인의 죽임이지만, 크게 보면 현 사회의 한 면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어렵게 겨우겨우 읽었지만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책,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책에서 간략하게 요약해준 덕분에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나 하고 다시 되새김질하게 된다. 전공 책이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책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나중에라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근대자본주의과 금욕주의의 하나인 프로테스탄티즘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지금과는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바탕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마지막에 막스 베버가 병이 들어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니 이런 소소한 것들이 책에 대한 궁금증과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 같다.
피에르 브르디외의 <구별짓기>는 어쩌면 지금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이 상황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학력, 학벌 등 소위 성공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들도 하나의 계급이고 문화자본이라고 규정하면서 이것은 경제자본과 연결되는데, 우리는 그 안에 한 곳에 위치하게 된다. 그것도 공중에 말이다. 이는 중간계급문화의 슬픔을 그대로 전하는 브르디외만의 방식인 셈이다.
사회학 명저 30선에 대한 각각의 소개는 짧아 아쉽지만, 하나하나 읽어 나가면서 마치 마지막 챕터를 읽고 나니 사회학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을 본 듯하여, 아! 이게 사회학이구나, 이래서 사회학이 중요하고 필요한 학문이구나, 사회를 보는 시선을 이렇게 키워 나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