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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 고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 세네카가 들려주는 화에 대한 철학적 사색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3년 1월
평점 :
2천년전 네로 황제의 스승인 세네카 선생님이 지은 책이다.
신약성경만큼 오래된 책이다.
세네카 선생님은 책 한 권을 오롯이 화에 대해서 썼다.
심리학에서는 화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부당하다는 감정을 참고 억압한다면
언젠가 감당하기 힘든 더 큰 것으로 폭발 한다는 것이 심리학의 기본 원리이다.
사람 좋은 이미지를 너무 오래 쓰다 보면 그것이 짐이 된다는 말이다.
한계점까지 쌓인 것이 어느 순간 그 한계점을 넘으면 (그것이 사소한 일 이라 해도)
깨지고 폭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는 것 보다는 그때그때 감정표출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이제껏 내가 심리학을 통해서 배워온 이론이다.
그런데 세네카 선생님은 화에 대해서 조금도 그 필요성을 인정 안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전체가 화의 본질을 파헤치고 그것이 얼마나 백해무익하며 위험하고 어리석은가를 이야기 한다.
심리학 이론과 현자의 말 중에 어느 것이 맞는 말인가?
이런 흥미로운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세네카 선생님은 화를 감정표출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화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불필요하고 유해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화를 내야 하는 순간에 그것을 유예하고 진정한 다음 이성적으로 그 일에 대해서 판단하라고 한다.
어떠한 화의 긍정적인 이론에도 화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통제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화를 낸 것이 잘못 판단 된 것이라고 알았을 때에도
더 큰 화로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급기야 화를 내는 자신조차도 파괴하는 것이 화라는 말이다.
책 내용은 화란 어떤 것인지 화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화를 진정시키고 다스리는 방법, 화가 난 사람을 다루는 법,
그리고 마지막엔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생각하라고 한다.
흔히 회자되는 사랑하며 살기에도 인생이 짧다는 말이 2천여년전에 세네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의 응용인 것 같다.
책의 결말부분에 나오는 비유가 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말싸움을 할 때 이웃에서 "불이야!"라고 고함소리가 나면 열띤 말싸움을 중단시킨다고 한다.
더 큰 위협이 다가오면 시시한 적들과 붙어 싸울 겨를이 없다.
어쩌면 그렇게 시시한 일인데 열을 내는 것 일지도 모른다.
손해와 부당한 일, 모욕과 경멸 따위에 우리가 초월해 있고
잠깐의 불편함은 넓은 마음으로 참아보자고 한다.
심리학과 세네카 선생님의 다른 주장에 대한 답이 나왔다.
심리학에서는 화를 참고 병을 키우지 말라고 했던 것은.
참음으로 마음의 병이 커지는 연약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자신이 마음의 병이 들어 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응어리진 것을 풀어야 정신건강에 좋다.
하지만 올바른 이성과 판단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네카 선생님의 조언처럼
그 신경 거슬리는 작은 일들에 초월해 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화는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약한 심리의 사람에게 그때그때 감정표현이 쌓인 것을 풀어주는 경우는
언젠가 폭발할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심약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특별한 경우다.
아무리 심한 화나는 일들도 짧은 인생에 있어서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하찮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