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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외 ㅣ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13
플라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돋을새김에서 새로 나온 번역서를 나는 직접 검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펜을 든 건, 출판사와 번역자의 무모함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서이다.
우선 이번 번역서의 역자는 전문번역자이지만,
플라톤을 공부하신 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번역을 시도하셨다. 정말 용감한 분이시다.
출판사 또한 참으로 용감하다.
이미 박종현의 희랍어 원전번역서가 나와 있음에도
출판사는 새로 중역을 시도하는 데 대해
일언반구의 <변명>도 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어보기는 한 것인가?
참고로 박종현은 <<소크라테스의 변론>>으로 옮기고 있다.)
중역을 한 책임에도
책표지에는 희랍어가 로마자 글자로 표기되어 있다.
아니 희랍어를 가지고 번역한 책도 아니면서 표지에 희랍어는 왜 넣는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출판사는 <서울대 선정 필독인문서>라는 제목의 광고까지 하고 있다.
서울대가 이 번역'서'를 선정한 것은 결코 아님에도 말이다.
게다가 출판사가 책을 소개한 글을 보면 낯이 붉어질 정도이다.
"법이 내린 판결에 대한 무조건적인 준수를 주장하는 소크라테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이가 소크라테스라는 식의 주장을 아직도 하고 있다니!!!
(내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궁금한 분이 계시면,
김주일,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를
읽어보시길 권유 말씀드린다.)
결론인즉, 이번 번역서는 철저히 상업논리에서 나온 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인문학자들이 애써 밝혀놓은 것까지
다시 뒤집으려는 이런 책을 독자더러 사서 보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낯뜨거운 일이 아직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도 남을 속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 원전번역에 힘쓰는 사람들도 있다.
최소한 그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까지 들어와서
시장논리에 따른 출판을 일삼는 일일랑
이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