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베르그-슐츠는 그것을 복원하면서 건축을 ‘장소의 예술‘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건축물은 거주자를 감금하고 위축시키거나 부재하게 하는 장소가 아니다. - P129
다시 말해 건축은 불변하는 경계를 고착시키는 게 아니라 거주자의 열망에 부응하는 장소이자그의 육체 및 꿈과 하나가 되는 장소, 즉 존재의 열림 (실존)을 도와주는장소의 예술이다. - P129
따라서 노르베르그-슐츠는 어떤 장소에 있든 인간의존재를 먼저 찾았다. 그 존재성만이 설명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 P129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즉 ‘장소의 정령‘이라는 개념도 사실 다양한 표상, 상상력, 의미의 작용 그리고 지리적요건의 총체를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체성이 없는 장소도 있다. - P129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장소는 아직 계획해볼 수 있는데, 이때 지붕은 주변 환경이나 주민들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 P130
건축 작업은 전통을 따라야 하고 산재된 것을 한데 모으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바꿔 말해 표본이 되는 ‘집‘이 존재하기에 주민과 이웃 그리고 풍경의 통일성이 보장된다. - P130
지붕은 무엇보다 풍경의 위와 아래를 잇는 접점이다. - P131
"물과 휴식이 절대 필요했다." 섀클턴은 이렇게 적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상륙을 시도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P128
항해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 모르는 곳에 상륙하는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P128
우리는 다시 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너무 지쳐서 아무런 감정도 생겨나지 않았다." 섀클턴은 이렇게 적었다 - P129
간밤에 그들을 괴롭혔던 그 허리케인으로 인해 500톤이나 되는 증기선이 침몰하고 선원들이 모두 죽었다는 얘기를 그들은 나중에야 들었다. - P129
제임스 커드 호의 항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순간의 그들은 알 수도 없었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 P129
날씨가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섀클턴은 마침내 목숨을 건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미끄러져 내려간다!" - P136
세 사람은 깜깜한 어둠 속을 향해 위태로운 돌진을 시작했다."우주 공간에 던져지는 것 같았다." - P137
"머리가 쭈뼛 곤두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흥분이 되더니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그 아슬아슬한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흥분한 채 마구 소리를 질러댔고 섀클턴과 크린 역시 함께 소리를 질렀다." - P137
하지만 섀클턴은 결코 눈을 감지 않았다. "모두 다 잠을 자면 아주 위험했다. 그런 상태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 P138
나는 5분 뒤에 그들을 깨워 30분이나 잤다고 거짓말을 한 다음 다시 출발했다." - P138
포경기지 근처에서 그들은 거의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탐험대 이외의 다른 사람을 만났다. - P140
기괴한 행색의 사내 셋과 마주친 두 명의 어린아이들은 그러나 다들 겁에 질린 얼굴로 어디론가 달아나버렸다. - P140
쇠를레 씨가 ‘당신들은 대체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이때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섀클턴입니다’라고. 그 순간, 쇠를레 씨는 잠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돌아서서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 P140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을 그들은 드디어 해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뜨거운 물에 목욕을 했고, 매끈하게 면도를 했으며,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 P140
포경기지 사람들은 세 사람에게 최대한의 정성과 예의를 보여주었다. 죽음의 바다를 건너 기적처럼 돌아온 이들에 대한 뱃사람으로서의 경의였다. - P140
섀클턴의 생존 소식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신문들은 앞을 다투어 섀클턴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고, 국왕이 직접 포클랜드로 축하 전보를 보내왔다. - P143
워슬리는 이렇게 적었다. "섀클턴은 거의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얼굴엔 날마다 주름이 새로 늘어났고, 검고 두껍던 머리카락은 차츰 흰색이 되어갔다. 맨 처음 구조작업을 시작했을 때 그에게는 회색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세 번째 구조작업을 나서는 그의 머리는 완전한 회색이었다." - P144
사우스 조지아 섬 내륙의 이름 모를 산과 빙하를 36시간이나 행군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늘 셋이 아니라 넷인 것 같았다. - P145
당시엔 대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워슬리도 내게 이렇게 말했다. "대장, 산을 넘을 때 왠지 또 다른 누군가가 옆에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크린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 P145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그들을 이끌었던 알 수 없는 존재는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 P145
만일 엘리펀트 섬에 단 한 명이라도 죽은 대원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들은 죄다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었다. - P145
만일 먹을 것과 담배가 풍족했다면, 우리의 정신상태는 아주 위태로워졌을 것이다. 이런저런 궁리와 실험이 없었다면 우리의 사기는 심각하게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 P156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더들리 더커 호의 출발이 커드 호와 동료들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었다. - P157
"미처 대답할 겨를도 없이 대원들은 엎치락뒤치락 서로 엎어지고 국그릇을 뒤엎으며 출입구로 한꺼번에 달려갔다. 출입구를 가린 천이 찢어졌고, 그리로 나가지 못한 대원들은 ‘벽’을 부수고 밖으로 몰려나갔다." - P159
모험이 끝나자 지나간 일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엘리펀트 섬에서의 일상은 절망적이기보다 그저 조금 불편한 정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몰랐다. - P161
어렸을적 TV에서 ‘공포의 비행’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방영했었는데 어린마음에 굉장히 무서우면서도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나중에 이 영화가 스티븐 킹의 ‘랭골리어’를 원작으로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영화를 찾아 보았는데, 여전히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서 소설까지 보게 된 것이 ‘자정 4분 뒤’였는데, 원작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거의 90%이상 일치한다.‘비밀의 창 비밀의 화원’은 중반까지는 굉장히 지루했는데, 이후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다만 중후반쯤 결말이 다소 예상되긴했다. 그래도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달리기를 하듯 빠른 속도로 목공술과 함께 건축가와 건축술의 역사를 서술하는 것 역시 지루한 일이다. ‘건축가architecte‘라는 단어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목수를 뜻하기에 더욱 그렇다. - P102
라틴어 ‘cumulus‘에서 온 ‘다락방comble‘이란 말은 본래 ‘무더기‘라는 뜻인데, 비유적 의미는 ‘잉여, 절정, 성취‘이다. 나아가 동의어인 라틴어 ‘culmen‘에서 ‘절정에 달하다culminer‘가 나왔고, 결국 여기서 건축물의 정점인 ‘다락방‘이란 뜻이 생겨났다. - P106
클로드 미뇨Claude Mignot는 망사르에 관한 전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망사르의 독창성은 다락방의 종단면이 동시대 다른 건축물보다 위로 들려진 데 있다." - P106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 Antonio Gaudi i Cornet(1852~1926)는 조상 대대로주물을 제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우디는 이 점에 긍지를 느꼈을뿐만 아니라 건축에 대한 자신의 열정도 거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 P111
"솥을 만드는 사람은 피막으로 볼륨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는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공간을 본다." - P111
19세기 후반의 바르셀로나는 자본이 풍부하고 활동적이며 상업과문화가 발달한 도시였다. - P111
젊은가우디는 고딕 예술에 아르누보를 섞고 카탈루냐의 바로크 양식과 무데하르 양식‘을 혼합하여 돈 많은 부르주아를 위해 형형색색의 타일을 입힌 카사 비센스, 늑대 가면을 떠올리게 하는 철제 발코니의 카사 바트요, 살아 움직이는 듯 굽이치는 파사드의 카사 밀라 같은 비정형 고급주택과 경쾌하고 자유분방한 구엘 공원을 만들었다. - P111
"가우디는 손가락 끝의 감각을 기막히게 잘 읽는다. 그래서 소름 돋게 할 필요가 있는 바로 그곳에 소름이 돋게 한다. 모든 것이 질감으로 곤두서 있다. 그의 건축은 모피 모자의 털처럼 촉각으로느낄 수 있는 성감대다." - P112
가우디가 만드는 지붕은 일상성이나 기하학적 형태와는거리가 멀다. 그것은 미로가되기도 하고, 높낮이가 서로다른 계단 통로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막다른 골목이되기도 한다. - P111
가우디는 직각과 직선을 거부했다. 신의 창조물이자 고갈되지 않는 영감의원천인 자연에서 직각과 직선을 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 P113
1926년 6월 7일에 전차가 치고 지나간 사람은 바로 가우디였다. 그는 생각에 빠져서 전차의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보행자가 아니라 전차가 멈춰 서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 P116
1929년 르코르뷔지에는 살바도르 달리에게 가우디야말로 바르셀로나의 명백한 수치라며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았다. - P116
향유와욕망은 가톨릭과 지중해식 고딕 예술의 고유한 특질이며, 그것은 가우디에 의해 재발견되어 가우디에 의해 절정에 이르렀다고 르코르뷔지에에게 설명해주었다. - P117
1952년에 완공된 마르세유의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건물 내부에 상가, 호텔, 도서관, 영화관을 갖추고 있다. 이 복층 아파트 안에는 기막히게 잘 짜인 붙박이장과 설비 일체를 갖춘 부엌 그리고 발코니가 구비되어 있다. - P122
방문객의 입을 정말 떡 벌어지게 만드는 것은 지붕의 독창성이다. 옥상의 어린이 공원과 유치원은 필로티 위에 세워진 작은 집과 ‘놀이마당‘을 갖추고 있다. 그 밖에도 옥상에는 분수대, 장애물이 설치된 미로, 공연장 등이 있다. 굴뚝과 환기구, 엘리베이터는 조각품 같고, 그 윤곽은 정말 산과 바다 사이에 정박한 여객선 같다. - P122
라 빌레트 공원에 붉은색 폴리 folie를 설계한 프랑스계 스위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도 건물의 지붕 위에 또 다른 지붕을 만들었다. -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