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물, 도시, 주택, 거리는 의도를 가지고 그곳에 자리한다. 그들은 하나의 장소를 창조한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는 전면과 후면, 좌측과 우측이 있고 접근성과 거리가 있으며 안과 밖이 있다. - P75

물체와 환경, 자연과 인간이 만든 작품의 조화.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과도 다르고 물체의 순수한 아름다움과도 다른 무엇. 건축은 예술의어머니가 아닐까? - P75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근처에 있는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작품 빌라 로톤다로 가는 길을 찾아본다. 모든 장면이 그녀의 기억에 오랜 이미지로 남았다. 그녀는 이날의 기억을 글로 남겼다. - P76

인상이 먼저 오고 성찰이 뒤따른다. 어떤 것들은 갑작스러운 충동이나 친구들과의 대화, 미학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기억 속 대상을 의식적으로 탐구한 결과로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아름다움을 부여받는다. - P76

다른 사람들이 이미 경험한 아름다움에 뒤늦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한 아름다움을 머릿속에서 형상화하여 어떤 대상에 대한 인상을 내 것으로 흡수하기도 한다. - P76

아름다움은 언제나 환경(배경), 현실의 일부, 어떤 노력이나 인공의 흔적도 없는 완벽에 가깝게 자립적이거나 정물화처럼 정지된 대상 속에서나타난다. - P76

우리의 지각은 본능적이다. 이성은 부차적인 역할을 한다. 아름다움은 문화의 산물이며 교육과 상응한다. 우리는 상징, 형상, 디자인이라는 틀로 집약된 형태를 보며 감동한다. - P77

아름다움을 달성하려면 나 자신과 하나가 되어야 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일을 해야 한다. 아름다움이 발견되어, 운 좋게 창조될 수 있는 대상은 내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 P78

잘 만들어진 모든 대상은 그 형태를 결정하는 적절한 질서를 내재한다. 내가 발견하고 싶은것이 바로 그 본질이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할 때 대상에 깊이 집중한다. 나는 추상적인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혐의 진실성을 신뢰한다. - P78

이 집은 현재의 대지에서, 도로변에서, 교외에서, 허름한 지역에서, 너도밤나무가 빽빽한 언덕에서, 항공기가 지나가는 지역에서, 호반에서, 숲이 만든 그늘 아래에서 무엇이 되고 싶을까? - P80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거나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항상 부재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 열망. 아름다움의 경험은 아름다움의 부재를 깨닫게 한다. - P81

내가 경험한 것, 나를 감동시킨 것은 기쁨과 고통을 수반한다. 고통은 내가 경험한 부재에서 온다. 그러나 부재감이 촉발한 아름다움의 경험은 순전한 축복 그 자체다. 독일의 소설가 마르틴 발저의말이다. "부재한 것이 많을수록 그 부재를 견디기 위해 우리가 동원한것은 더욱 아름답다." - P81

감정과 우리 주변의 대상들은 친밀한 관계 속에 있다. 이는 건축가라는내 직업과도 관련이 깊다. 내가 일하는 대상은 형태, 인상,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구성하는 대상들의 물리적 존재감이다. 나는 건축이라는일을 통해 기존의 물리적인 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와 공간의 분위기에 기여한다. - P85

이런 의문이 생긴다. 과연 나는 건축가로서 내가 설계한 작업에 어떤 식으로든 건축적분위기의 정수를 담고 있는가? 강렬함, 분위기, 존재감, 행복감, 풍성함, 아름다움 같은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어느 순간 실체의 마법을 일으킬 수 있는 구체적인 형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다른 방법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주는, 건축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마법의 주문이 있는가? - P85

나는 건물이 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그에 맞게 작업한다. - P86

나는 공간의 소리, 촉감과 두드림에 소재와 표면이 반응하는 방식, 듣기의 전제가 되는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 P86

건축은 공간의 예술이며 시간의예술이다. 그것은 질서와 자유 사이, 길을 따라가거나 스스로 길을 찾고 방황하며 거닐고 이끌리는 것 사이에 존재한다. - P86

대상의 적절한 크기를 찾기 위한 노력은 여러수준의 친밀감, 접근성, 거리감을 만들고 싶은 열망에서 출발한다. 나는 태양을 고려하여 소재, 표면, 모서리, 유광, 무광을 선택한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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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의 그림. 다양한 색과 순수 추상의 향연. 그것은 바라봄의 대상이며 순수한 시각적 경험이다. - P72

순간의 강렬한 경험, 과거와 미래를 넘어 시간이 완전히 멈춘 듯한 기분. 아름다움이 주는 느낌이다. - P72

시간의 흐름이 멈춘다. 나는 아름다운 깊이를 가진 이미지 속에 빠져든다. 지속되는 감정 속에서 사물의 정수, 가장 보편적인 속성들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생각의 체계 너머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72

이탈리아 비첸차의 르네상스 극장. 가파른 객석, 세월이 묻어난 목재. 친근함, 힘이 느껴지는 공간감과 강렬함. - P73

언덕 위의 저택. 그녀는 시골길을 걷다가 숨이 멎는 듯 아름다운 보석을 발견했다. 빛나는 건물이었다. 풍경이 저택에 속했는지 저택이 풍경에 속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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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세상을 감정과 이성으로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과 우리자신 안에 있다. 좋은 건축 디자인은 감각적이며 지적이다. - P65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의 뿌리는 어린 시절이다. 그 뿌리는 우리의 역사 속에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건축 경험을 의식적으로떠올리면서 작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P65

건축을 설계하고 발명하기 위해서는 소재들을 제대로 알고 다루는 방법을배워야 한다. 이것은 연구이며 기억의 행위이다. - P66

건축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종이 위에 그려진 도면이나 프로젝트는 건축이 아니라 음악 악보와 비견되는 약간은 불충분한 건축의 표현물이다. 음악이 연주되어야 하듯이 건축은 시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몸이 실체가 된다. 이 건축의 몸은 언제나 감각적이다. - P66

모든 설계 작업은 건축과 소재의 육체적 · 객관적 감각이라는 전제에서출발한다. - P66

스케일 도면은 전문 건축가들이 일반적으로 따르는 ‘아이디어-계획-구체적 대상‘이라는 순서를 역순으로 하여 구체적 대상에서 시작한다. 먼저 구체적인 대상을 만든 뒤에 스케일에 맞춰 그린다. - P67

디자인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언제나 전체를 향한다. 본질적으로이미지는 상상 속 실체의 총체이다. 벽과 바닥, 천장과 소재, 방의 조명과 색의 분위기. 바닥에서 벽으로, 벽에서 창문으로 이어지는 모든 디테일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미지로 떠오른다. - P67

내면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사고의 일부이다. 건축적·공간적·다색적 감각적 그림과 이미지에대한 연상적이고 야생적이고 자유롭고 정돈되고 체계적인 사고.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정의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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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는 아름다운 침묵이 있다. 나는 평정심, 자명함, 내구성, 존재감, 진정성, 따뜻함, 관능미 같은 속성으로 건물과 교류한다. - P34

건물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건물은 무언가를 나타내거나 대표하지 않고 건물 자체로 존재한다. - P34

지극히 사실적인 그들은 어떤 비유로도 변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지극히 사실이다.
상상은 그 사실성을 축소한다.

매우 사색적인 미국의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의 시 <햇살 속 장미꽃 다발>의 앞부분이다. - P34

스티븐스의 시집에 실린 서문을 읽어보니 스티븐스는 사물을 오래 참을성 있게, 정확히 바라보며 사물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티븐스의 시들은 사라진 법칙이나 질서에 대한 저항이나 한탄이니고 실망감의 표현도 아니며 최대한의 조화를 추구한다. - P34

윌리엄스나 한트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기본 사고가새삼 떠오른다. 예술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사물의 실체와 상상력 사이에 존재한다. - P36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건물과 관련된 사물의 실체와 상상력 사이에 존재한다. - P36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하고 싶다. 특정 장소와 목적에 맞는 건물을 설계할 때 내 상상력을 집중시킬 실체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 해답은 장소와 목적에 있다. - P36

"인간과 장소의 관계, 장소와 공간의 관계는 그 안의 거주에 기반한다."
장소와 공간에서의 생활과 사색에 대한 하이데거의 말로 볼 때 거주의개념은 건축가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체의 의미와 직결된다. - P36

나는 그 실체에 의미와 감각을 부여하여 성공적인 건물의 불꽃이 타오르게 한다. 이제 건물은 인간을 위한 주택이라는 역할을 담당한다. - P37

건축의 실체는 형태, 볼륨, 공간이 구체화된 몸이다. 생각은 사물 속에존재한다. - P37

나는 모든 것이 이론적으로 규명된 상태에서 건축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내가 건축을 하고 건물을 세우고 완벽함이라는 이상을 위해 작업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생각나는 대로 물건을 만들던 태도와 비슷하다. 그때는 분명한 이유도 모르면서 그저 내 생각에 정확하다 싶은 방법으로 이것저것 만들었다. - P39

장소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건물을 보면 그 장소와 그 장소를 넘어서는 무언가와 관련된 내적 긴장감이 건물을 채우고 있다는인상을 받는다. 건물이 그 장소의 본질의 일부이자 세계 그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 P42

전통에 의지하여 대지의 요구를 되풀이한 건축 디자인은 세상에 대한진정성 있는 관심과 동시대적 삶의 발현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 P42

장소를 흔드는 힘을 갖지 않은 채 현대적인 트렌드와 세련된 외관만을 제시하는 건축 역시 그 장소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그 대지의 중력을 붙잡지 못한다. - P42

목재 창고 같은 모양의 좁은 현관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니 높은 천장과 넓은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과천장은 어두운 광택의 목재로 처리되어 있었다. 일정한 간격의 프레임과 패널, 웨인스코팅, 코니스, 다양한 무늬의 브래킷에 지지된 들쑥날쑥한들보도 보였다. - P45

공간의 전체 분위기는 어둡고 약간 암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눈이 적응되자 암울함은 온화함으로 변했다.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높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방의 일부분을 비추었다. - P45

실내로 들어간 순간 기다란 벽면 중간에 테이블 다섯 개를 놓고도 충분히 넓은 반원형 돌출부에 시선이 멈추었다. 굴곡진 벽면에는 창문이 있고 바닥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나는 이곳에 앉고 싶었다. 다행히도 테이블 두 개가 비어 있었다. 분명 평범한 손님이겠지만 이미 식사 중인 사람들에게서 왠지 모를 우월함이 느껴졌다. - P45

높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강의의 집중도를 높이고 공간에 편안함을 주었다. - P47

우리는 이 돌 조각품이 하나의 건물로 보이도록 신경을 기울였다. 판재의 접합부는 모든 면이 일정한 패턴으로 정교하게 연결되도록 디자인을 하였다. 콘크리트 단면의 접합부가 보이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출입구 중간에 칼날처럼 돌출된 가는 철재 프레임으로 문의 양 끝을 지지하게 했다. 바닥 슬래브의 석재 콘솔 사이에는 경량유리와 얇은 금속판재를 삽입하여 뼈대 사이의 공간을 마치 베란다 같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 P49

나는 배우들을 향한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마음과 배우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존경한다. 그는 배우들을 줄에 묶인 대상으로대하지 않았다. - P53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에는 따뜻함이 있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동안 아침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건물을설계하고 싶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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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7
이현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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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젝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해설이다. 이미 읽었던 책인데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냥 직접 지젝을 읽으면 될 것이고, 읽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간중간 의미있는 해설도 있지만, 대부분 동어반복이 심하고 발췌가 많다. 끝까지 읽긴 했으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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