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는 아름다운 침묵이 있다. 나는 평정심, 자명함, 내구성, 존재감, 진정성, 따뜻함, 관능미 같은 속성으로 건물과 교류한다. - P34

건물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건물은 무언가를 나타내거나 대표하지 않고 건물 자체로 존재한다. - P34

지극히 사실적인 그들은 어떤 비유로도 변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지극히 사실이다.
상상은 그 사실성을 축소한다.

매우 사색적인 미국의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의 시 <햇살 속 장미꽃 다발>의 앞부분이다. - P34

스티븐스의 시집에 실린 서문을 읽어보니 스티븐스는 사물을 오래 참을성 있게, 정확히 바라보며 사물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티븐스의 시들은 사라진 법칙이나 질서에 대한 저항이나 한탄이니고 실망감의 표현도 아니며 최대한의 조화를 추구한다. - P34

윌리엄스나 한트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기본 사고가새삼 떠오른다. 예술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사물의 실체와 상상력 사이에 존재한다. - P36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건물과 관련된 사물의 실체와 상상력 사이에 존재한다. - P36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하고 싶다. 특정 장소와 목적에 맞는 건물을 설계할 때 내 상상력을 집중시킬 실체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 해답은 장소와 목적에 있다. - P36

"인간과 장소의 관계, 장소와 공간의 관계는 그 안의 거주에 기반한다."
장소와 공간에서의 생활과 사색에 대한 하이데거의 말로 볼 때 거주의개념은 건축가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체의 의미와 직결된다. - P36

나는 그 실체에 의미와 감각을 부여하여 성공적인 건물의 불꽃이 타오르게 한다. 이제 건물은 인간을 위한 주택이라는 역할을 담당한다. - P37

건축의 실체는 형태, 볼륨, 공간이 구체화된 몸이다. 생각은 사물 속에존재한다. - P37

나는 모든 것이 이론적으로 규명된 상태에서 건축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내가 건축을 하고 건물을 세우고 완벽함이라는 이상을 위해 작업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생각나는 대로 물건을 만들던 태도와 비슷하다. 그때는 분명한 이유도 모르면서 그저 내 생각에 정확하다 싶은 방법으로 이것저것 만들었다. - P39

장소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 건물을 보면 그 장소와 그 장소를 넘어서는 무언가와 관련된 내적 긴장감이 건물을 채우고 있다는인상을 받는다. 건물이 그 장소의 본질의 일부이자 세계 그 자체를 말하는 것 같다. - P42

전통에 의지하여 대지의 요구를 되풀이한 건축 디자인은 세상에 대한진정성 있는 관심과 동시대적 삶의 발현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 P42

장소를 흔드는 힘을 갖지 않은 채 현대적인 트렌드와 세련된 외관만을 제시하는 건축 역시 그 장소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그 대지의 중력을 붙잡지 못한다. - P42

목재 창고 같은 모양의 좁은 현관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니 높은 천장과 넓은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과천장은 어두운 광택의 목재로 처리되어 있었다. 일정한 간격의 프레임과 패널, 웨인스코팅, 코니스, 다양한 무늬의 브래킷에 지지된 들쑥날쑥한들보도 보였다. - P45

공간의 전체 분위기는 어둡고 약간 암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눈이 적응되자 암울함은 온화함으로 변했다.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높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방의 일부분을 비추었다. - P45

실내로 들어간 순간 기다란 벽면 중간에 테이블 다섯 개를 놓고도 충분히 넓은 반원형 돌출부에 시선이 멈추었다. 굴곡진 벽면에는 창문이 있고 바닥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나는 이곳에 앉고 싶었다. 다행히도 테이블 두 개가 비어 있었다. 분명 평범한 손님이겠지만 이미 식사 중인 사람들에게서 왠지 모를 우월함이 느껴졌다. - P45

높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강의의 집중도를 높이고 공간에 편안함을 주었다. - P47

우리는 이 돌 조각품이 하나의 건물로 보이도록 신경을 기울였다. 판재의 접합부는 모든 면이 일정한 패턴으로 정교하게 연결되도록 디자인을 하였다. 콘크리트 단면의 접합부가 보이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출입구 중간에 칼날처럼 돌출된 가는 철재 프레임으로 문의 양 끝을 지지하게 했다. 바닥 슬래브의 석재 콘솔 사이에는 경량유리와 얇은 금속판재를 삽입하여 뼈대 사이의 공간을 마치 베란다 같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 P49

나는 배우들을 향한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마음과 배우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존경한다. 그는 배우들을 줄에 묶인 대상으로대하지 않았다. - P53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에는 따뜻함이 있다. 친구와 이야기하는 동안 아침 인터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건물을설계하고 싶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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