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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미술 - 피처 에디터의 내밀한 미술일기
안동선 지음 / 모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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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에세이라 작품에 대한 설명은 아예 기대가 없었고 가볍게 감상과 관점만 생각하고 봤는데...다른 에세이랑 너무 비교되네...현대 미술을 다루기에 작그 역량이 부족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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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순한과거 는 모로코가 프랑스의 보호령이던 1926년에 자수성가한 이슬람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 후에는 대부분 프랑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며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했던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서로 대척점에 놓여 있는 요인들- 종교, 사회, 세대, 젠더, (동/서양) 가치관 등이 일으키는 갈등은 이 소설을 전진시키는 힘이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요소의 갈등은 결국에는 두 개의 큰 축으로 귀결되는데, 하나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지만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아버지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아랍 사회이고, 다른 한 축은 프랑스의 식민지하에서 태어나 합리적인 서양 근대 교육을 받고 개방적인 문화에서 성장해서 기성세대/사회에 반항하는 젊은 세대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겉으로는 이슬람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명망있는 사업가이지만, 내연녀를 두고 있으며, 아내와 아들들에게 폭력을 서슴지 않고 절대 복종을 강요한다. 그는 그가 이룬 자산을 지키고 축적할 후계자로 유럽인처럼 금발머리와 파란눈을 가지고 태어난 드리스를 선택한다. 드리스는 덕분에 프랑스인 교사가 프랑스어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서양식 근대 교육을 받지만, 그로 인해 아버지로 대변되는 아랍사회의 위선과 부조리를 깨닫고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운다. 동생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갈등은 고조에 이르지만, 소설은 말미에 그동안 쌓아올린 과격한 반항에는 어울리지 않는 급격한 화해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이 소설의 발표와 함께 반역자로 낙인 찍혀 30여년 넘게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타국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슬람 사회를 상징하는 아버지를 모욕하고 비난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찬미해 마지 않던 서양 근대 문명으로부터 배신당하고 그 역시 전통 이슬람 사회와 못지 않게 위선으로 얼룩져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버지와의 굴욕적인 화해는 선으로 포장되어 있던 서양 문명의 가면을 벗기고 고발하는 것이고, 바로 이런 결말로 인해 카뮈의 이방인과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고 찬사 받는다고 생각 했는데, 모로코인들은 초중반부에 걸쳐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아버지의 권위에 저항하는 모습이 작가의 입장이라고 여긴 듯 하다.

게다가 소설은 주인공의 몽환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른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작가의 입장을 직관적으로 알기가 어렵다. 제국주의의 추접한 민낯을 온 세상에 까발리고, 프랑스로부터 자주 독립하고 싶었던 보통의 모로코인들은 혹은 희망을 심어주는 작품을 원했던게 아닐까. 절망과 슬픔은 가치있는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조차 가릴 때가 있다.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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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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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굉장히 많은 물건을 소유한다. 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것 같은 침대나 의자, 식기 같은 기본적인 물건들조차 보통의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간의 역사에서 굉장히 최근에야 이루어진 일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전, 물건은 장인들의 수공업에 의존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굉장한 가치와 의미를 지녔다. 귀한 물건은 소중히 여겨졌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물건은 흔해졌고, 유행에 따라 한 철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되어 버렸다. 대를 걸쳐 쓰는 명품이라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백들 조차도 잇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2-3년 남짓 사랑 받다 장농에 처박히기 일쑤다.

이런 세상에서 작가 윤광준은 오래오래 곁에 두고 쓸만한 생활명품을 소개한다. 그가 소개하는 101개의 물건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본질과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바람같은 유행에도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자리를 지킨다.

작가가 소개하는 생활명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적 감수성은 낭만적이지만, 기능적으로 디지털화된 물건보다 불편하거나 대체 가능성이 높은 물건일 확률이 높다. 핸드폰 카메라로 대체되는 라이카 카메라, 핸드폰의 계산기로 대체 가능한 브라운사의 계산기, 자동 와인 오프너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손쉽게 작동할 수 있지만, 작가는 디지털이 가지고 있는 기능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기능과 생각은 과학을 발전 시키고, 인류의 부를 늘렸지만, 행복감을 상승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유현준 교수는 늘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가난한 자는 온라인에 머무르고 부자들은 오프라인의 세상으로 나온다고 얘기한다. 인생의 참 즐거움은 오감의 만족을 경험하는 데서 나온다.

디지털은 과정이 축약된 반면 아날로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한다. 아날로그는 오감을 이용하는 과정에 충실하다. 그런 감각하는 과정의 매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을 이룬다. 감각이 살아 있는 사람은 경험의 양이 월등히 많다. 이는 그의 인생이 풍부해짐을 의미한다.

생활명품이라는 제목처럼 작가가 소개하는 물건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부피가 크지 않은 생활용품이 주를 이룬다. 명품이라고 하지만 굉장한 고가의 물건도 아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이로 하여금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P327 간편하다 해서 모든 걸 대치할 수는 없다. 현재의 관점과 기준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는 일은 위험하다. 여전히 간직하고 싶은 가치와 깊이가 있다. 첨단의 기술이 밀어내지 못하는 건 사람의 마음과 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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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쇼펜하우어의행복론과인생론
#을유출판사

현대인들의 아픈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는 힐링물의 유행이 지나가면서, 지난 7-8년간 출판 시장에서 제일 인기있는 철학자는 단연코 프리드리히 니체였다. 따뜻한 응원은 커녕 뼈 때리는 쓴소리로 가득한 니체의 #철학 은 눈물을 삼키고 회초리를 드는 엄격한 부모님을 닮았다. 일시적으로 거짓 평화를 갖다주는 사탕보다는 몸에 좋은 쓴 약을 알아보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그런 니체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바로 니체가 흠모해 마지 않던 #철학자 #쇼펜하우어다. 니체가 쓴 맛이라면 쇼펜하우어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발가벗겨진 채로 맞는 바람같은 매운 맛이다. 니체의 독설은 쇼펜하우어의 것에 비하면 순한 맛이다. 순한 맛의 철학자는 광증으로 젊은 나이에 정신을 놓았지만, 오만한 쇼펜하우어는 노년에도 형형한 눈빛을 장착하고 독설을 날렸다. 그의 독설은 콧대 높은 바그너의 무릎도 꿇렸다. 니체에겐 추남의 연모를 받는 냉미녀처럼 도도한 바그너였지만, 쇼펜하우어에게 니벨룽겐의 반지를 헌사하고도 형식적인 인사조차 돌려 받지 못했다.

깨알같은 글씨로 65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집대성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1부의 행복론과 2부의 인생론, 국내 초역의 ‘색채론’과 해설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쇼펜하우어의 주저인 #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 에 미처 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출판한 것인데, 약 30년도 더 지나 쇼펜하우어가 이미 노년에 접어 들었을 때 출판한 것이니,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은 더욱 단단하게 여물고 혼란스럽던 곁가지들은 다 쳐내어져서 정수만 남았다.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의 도덕성, 거침없는 철학적 행보는 (본인은 부인할지 모르겠지만) 상당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과 천재성에 빚을 지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이른 나이에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고, 평생 불화를 겪었으나 당대의 거장들과 교류하며 괴테를 소개시켜 준 어머니로부터 인문학적 천재성을 물려 받았다.

그러나 재능과 부를 모두 가진 엄친아인 쇼펜하우어의 인생관은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다. 쇼펜하우어가 바라보는 인생의 디폴트 값은 고통이다. 개체 보존 욕구, 종족 번식 욕구, 이기심에서 발생하는 삶에의 의지 (=욕망) 는 그것이 고통이던 혹은 (그보다는 나은) 무료함이던 간에 인생을 불행하게 한다. 행복이란 순간의 착각이며, 행복을 쫓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이성을 통해서 욕망을 통제하고 초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헛된 희망으로 미래에 행복할 것을 기대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충실하라고 한다. 성적,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사고의 유희일 뿐, 해탈을 통해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고 행복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유일한 행운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 쇼펜하우어가 위대한 철학자인 이유다.

P22 내면이 풍요로우면 운명에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P23 육체적 장점이든 정신적 장점이든 시간의 힘 앞에서 점차 굴복하고 만다. 그런데 도덕적 성격만은 시간도 어찌할 수 없다.

P48 속물은 정신적 욕구가 없는 인간이다.

P64 자긍심은 어떤 점에서 자신이 압도적인 가치를 지녔다는 것에 관한 확고한 확신임에 반해, 허영심은 이러한 확신을 타인의 마음속에서 일으키려는 소망이다.

P200 어릴 때는 인생행로에 중요하고 중대한 일이나 인물은 요란하게 등장할 걸로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일이나 인물 모두 아주 조용히, 뒷문으로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슬쩍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P250 오직 현실만이 실재하고, 다른 모든 것은 단지 사고의 유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251 우리 인생의 여러 장면은 거친 모자이크 그림과 같다.

P376 진리는 적나라할수록 더없이 아름답고, 그것이 주는 인상은 간단한 표현일수록 더욱 심오하다.

P507 인간의 공허함과 단조로움으로부터 생겨나는 사교에 대한 욕구는 인간을 한 덩어리가 되게 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쾌감과 반발심으로 인해 다시 떨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을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정중함과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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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아름다워 을유세계문학전집 117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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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아름다워
#헤르만헤세
#소설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도서제공

10여년 전부터 한국인에게 압도적인 사랑을 받는 작가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지만, 20년 전만해도 오랜 시간동안 한국인이 제일 사랑한 외국 작가는 헤르만 헤세였다. 유럽에서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은 작가인데,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있어서 의외라는 유럽의 반응에 나야말로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데미안 은 청소년들의 제1의 필독서였는데, #데미안 을 재밌게 읽은 많은 독자들은 스스로 찾아서 헤세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 읽었다. 나 역시 #유리알유희 #나르치스와골드문트 #수레바퀴아래서 #싯다르타 를 읽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청소년기에 헤세의 소설은 아름답고 섬세하지만 깨지기 쉬운 예쁜 유리알 같았다.

그 때로부터 20년도 더 지나 어른이 된 나는 더 이상 소설이라는 장르를 즐기지 않게 되었다. 나는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20여년 동안 내 감정을 거세시키는 노력에 유독 힘을 기울였고, 감수성과 감정을 증폭시키는 소설을 특히 멀리했다. 그런 와중에 헤세의 신작 #청춘은아름다워 을 만났다. 어린 시절에 또래의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며 가졌던 그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

제목인 #청춘은아름다워 는 이 책에 속한 단편소설 중 하나의 제목으로, 헤세의 전매 특허인 - 사랑의 열병을 앓는 청춘을 그린 단편 소설 중 하나다. 이 책에 수록된
#대리석공장 #라틴어학교학생 #회오리바람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부모와 학교로부터 졸업하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생의 제2막에 나아가기 직전 짧은 휴가중에 있다. 즉 사회의 때가 묻기 전, 순수함을 간직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헤세 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경외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그 시간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봄과 여름이다. 소설 속 자연 - 스치는 바람, 코 끝에 닿는 향기, 내리쬐는 햇살, 머리 위의 구름, 밤에 들이는 벌레들의 울음소리, 발 끝에 닿는 풀 한 포기까지 모두 다정하고 싱그럽다. 이렇게 헤세의 소설은 청춘의 싱그러운 냄새가 난다. 여름의 한가운데 주인공들의 고뇌와 사랑의 열병은 절정을 맞지만, 그 여름은 끈적하고 불쾌하며 열대야를 유발하는 여름이 아니다. 덥기도 하지만 많이 따뜻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주인공들의 심란한 마음과 요동치는 감정을 나타내듯 한 낮에 소나기가 내리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더워지고, 더위가 아닌 사랑의 열병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진 여름이다. 돌아갈 수도 없고, 심지어 기억조차 나지 않아 슬프지만 헤세를 통해 그 시절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이제는 그 시절이 훌쩍 지나버렸기 때문일까? 헤세의 작품이라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이 달랐던 중편소설 #클라인과바그너 를 읽는 중에는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뒤쫓는 구성이 난해했지만, 심적으로는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한대로 이뤄지며 나의 결정이 옳음에 의심하지 않고 자신만만하던 그 시절은 지나고 후회만 남은 클라인은 자기 비난과 연민 속에서 고통스럽게 분열한다. 중년은 지나온 나의 결정과 인생을 책임지고 평가받는 시간이다. 찬란한 연두빛과 따뜻한 햇살, 싱그러운 물방울로 그려지는 헤세의 젊음과 유독 더 비교되서 처참하고 슬프다.

P162 나는 나의 모든 은밀한 뿌리와 함께 나 자신이 몽땅 뿌리 뽑혀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 아래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지금의 나와 나의 어린 시절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벌어졌다. … 그런 직후 나는 한 사람의 성인이 되기 위해, 또 인생을 이겨 내기 위해 이 도시를 떠나갔다. 돌이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인생 최초의 그늘이 내 곁을 가볍게 스쳐 지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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