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단순한과거 는 모로코가 프랑스의 보호령이던 1926년에 자수성가한 이슬람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 후에는 대부분 프랑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며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했던 작가 드리스 슈라이비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서로 대척점에 놓여 있는 요인들- 종교, 사회, 세대, 젠더, (동/서양) 가치관 등이 일으키는 갈등은 이 소설을 전진시키는 힘이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요소의 갈등은 결국에는 두 개의 큰 축으로 귀결되는데, 하나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지만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아버지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아랍 사회이고, 다른 한 축은 프랑스의 식민지하에서 태어나 합리적인 서양 근대 교육을 받고 개방적인 문화에서 성장해서 기성세대/사회에 반항하는 젊은 세대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겉으로는 이슬람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명망있는 사업가이지만, 내연녀를 두고 있으며, 아내와 아들들에게 폭력을 서슴지 않고 절대 복종을 강요한다. 그는 그가 이룬 자산을 지키고 축적할 후계자로 유럽인처럼 금발머리와 파란눈을 가지고 태어난 드리스를 선택한다. 드리스는 덕분에 프랑스인 교사가 프랑스어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서양식 근대 교육을 받지만, 그로 인해 아버지로 대변되는 아랍사회의 위선과 부조리를 깨닫고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운다. 동생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갈등은 고조에 이르지만, 소설은 말미에 그동안 쌓아올린 과격한 반항에는 어울리지 않는 급격한 화해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이 소설의 발표와 함께 반역자로 낙인 찍혀 30여년 넘게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타국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슬람 사회를 상징하는 아버지를 모욕하고 비난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찬미해 마지 않던 서양 근대 문명으로부터 배신당하고 그 역시 전통 이슬람 사회와 못지 않게 위선으로 얼룩져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버지와의 굴욕적인 화해는 선으로 포장되어 있던 서양 문명의 가면을 벗기고 고발하는 것이고, 바로 이런 결말로 인해 카뮈의 이방인과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고 찬사 받는다고 생각 했는데, 모로코인들은 초중반부에 걸쳐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아버지의 권위에 저항하는 모습이 작가의 입장이라고 여긴 듯 하다.

게다가 소설은 주인공의 몽환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른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작가의 입장을 직관적으로 알기가 어렵다. 제국주의의 추접한 민낯을 온 세상에 까발리고, 프랑스로부터 자주 독립하고 싶었던 보통의 모로코인들은 혹은 희망을 심어주는 작품을 원했던게 아닐까. 절망과 슬픔은 가치있는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조차 가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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