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단지와 잔을 끌어 당기며 - 이문열 중단편전집 6 (양장본)
이문열 지음 / 아침나라(둥지)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문열씨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세금만 10억원을 낸다는 인기작가로서의 그를, 아니면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신문에 가끔 뜨겁게(!) 오르내리는 그를 모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문열씨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가적 능력에 대해서 내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이문열씨가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기꺼이 인정한다.다만 그의 남성적인 문체가 싫을 뿐이고 그것은 나의 개인적 취향이다.

또 싫은 이유를 대라면 가끔 생각없는 듯이 보이는 그의 정치적 발언들이 싫다. 가끔은 그의 문학적 성과까지 깎아내리는 듯한 그의 발언들 말이다. 최근 벌어진 추미애 의원과의 공방과 언론세무조사에 관한 일만 보아도 이문열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최근 나온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라는 책에서도 그는 추미애 의원을 '개'라고 칭하는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 책에는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만 있는 것은 아니다.'김씨의 개인전'에서는 평생 조연으로 조각을 해온 김씨의 쓸쓸한 여정이 비춰지고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에서는 교수와 그의 정부,그리고 IMF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곁들여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그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그러나 이문열씨가 대외적으로 시선받은 일이 너무 많기에.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모조리 이 단편으로 쏠려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시선은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로 간다.대중들은 작가라는 있어보이는 사람과 직업을 궁금해하고,작가가 스캔들을 일으키면 수군거린다.그리고 그 얘기를 작가가 써낸다면 더 궁금해하며 수군거린다.나 역시 그런 비열한 엿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굳이 미사여구를 들지 않아도 그는 한국 최고의 작가이다.소위 '이문열 안티'라고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그런 최고의 작가가 자신의 지위와 파워를 이용해 공격을 가해야만 했을까? 누가 잘못하든 잘못하지 않았든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계속 읽다보면 오히려 측은해질 정도이다.'이 사람,그렇게 화났었나?'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을 조심스레 대해야하는 사람이고,글을 아껴야할 사람이다.더 이상 이문열씨가 자신의 소중한 필력을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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