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패스트푸드를 싫어하는 신세대가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20대 초반이니 어지간한 신세대에 속한다.따라서 대중문화와 함께 신세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정해진 듯한 패스트푸드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다.오히려 좋아했었다.단지 살찔 염려가 좀 많다는 것이 찜찜하다면 찜찜했을까.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면 '특별한 거부감'이 생긴다. 따끈한 감자튀김과 햄버거, 차가운 콜라에 대해서.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제목 그대로 이제는 거대산업과 문화의 전도사가 되어버린 패스트푸드의 제국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날카롭게 파헤친 책이다.로마제국이 사치와 항략에 들떴다가 망했듯이,패스트푸드 또한 그럴거라는 메세지를 은연중에 던지는 듯하다. 이러한 단점들을 계속 간과한다면 말이다.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패티'의 원료인 쇠고기와 프렌치프라이를 둘러싼 도살장,농장,농부들,거대기업,의회,로비스트 등과 변해가고 몰락해가는 도시들의 모습까지 풍부한 예시를 통하여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앞에 나열한 단어 때문에 혹 겁을 먹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사회과학 분류라는 딱딱함마저도 이 책을 어렵게 만들진 못한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즐겨먹는 패스트푸드에 대해서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살찐대'라는 단순한 상식에 대해서도 우리는 제대로 알고나 있는가?

패스트푸드를 둘러싼 고용문제,거대기업의 이해관계,몰락해가는 목장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인간의 가장 기본적인,그래서 더욱 사소해보이는 '먹는 행위'가 또다른 인간을 이렇게 비참하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것 말이다. 게다가 그 비참함은 우리의 위장속에 또다른 비참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엄청난 자본의 힘에 한없이 왜소해지는,기본권리마저 침해받는 바로 인간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고,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는 절망만을 말하지는 않는다.책의 마지막 부분에 양심적이고 올바른 방법으로 소를 키워내는 사람들과 위생적인 방법으로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을 제시하면서,'당신의 식단은 당신이 바꿀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권리는 끓임없이 주장하고 요구하고 외쳐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서 끓임없이 궁금해하고 요구하자.그것은 우리의 위장에 들어가서 살과 뼈를 만들고 힘을 이끌어내고 삶의 원동력을 만들어낸다.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고쯤은 당연시해야 하지 않을까.

혹 시간이 되신다면,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이 책과 비교하며 읽어보시길 권한다. '먹거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소박한 이야기들을,'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느낀 문제점과 비교하며 읽어보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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