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니다 - 프란츠 파농 평전
패트릭 엘렌 지음, 곽명단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프란츠 파농. 모 신문의 서평에서 이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파농'이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서평을 읽고나서도 한참을 잊고 있다가 서점을 돌아다니던 중 이 책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아니다' 단정적이면서도 확신에 찬 듯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길래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책을 접어두고 이 책을 고른 것도 그 이유였다.

프란츠 파농은 체 게바라처럼 의사이자 혁명가이며, 제 3세계의 독립과 통합을 위해 애쓴 사람이었다. 외적으로 그가 보여주는 치열한 행동들을 위해 그의 내면은 끓임없는 노력과 반성을 거듭하며 자아와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사실 이렇게 살아간 사람들은 많다. 체 게바라나 마르크스, 레닌 등 나름대로의 치열한 삶을 영위한 혁명가들의 이름을 우리는 적어도 한명씩은 알고 있다. 하지만 프란츠 파농의 이름은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왜일까?

프란츠 파농이 일생동안 느껴야했던 굴욕감의 원인. 그가 흑인이어서가 아닐까? 그는 똑똑했고 뛰어난 언어능력을 가졌으며 전쟁에서 무공훈장까지 받았다. 만약 그가 백인이었다면 아마 혁명의 'ㅎ'도 모른체 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우리는 살갗의 색깔이 아닌 내면으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백인들이 우리에게 '노란둥이'라고 부르는데는 그렇게 분개하면서도 우리는 흑인을 '깜둥이'라고 부르면서 비웃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그렇게 말하는 우리 자신을 통렬하게 비웃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괴롭고 아픈 과정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병들고 썩은 우리 자아의 한 부분을 도려내는, 그래서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프란츠 파농. 이제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흑인' 지성으로서가 아니라 노력과 실천을 통해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진정한 '지성'으로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