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말을 걸 때 - 아트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예술 인문학 산책
이수정 지음 / 리스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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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오묘한 점이 보이시나요?

저 멀리 어둠을 가르고 밀려오는 새벽.

밤사이 결투를 벌인듯 셔츠를 물들인 붉은 피와 오른쪽 어깨위의 칼자루.

한눈에도 칼끝에 심장을 찔려 숨이 멎어가는 남자의 모습 입니다.

하지만

이 비극적 맥락에 균열을 일으키는 그의 표정.

죽어가는 자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남자의 표정이 왜 이토록 평온한 것일까요?

이 그림은 오르세 미술관(프랑스 파리)에 있는 귀스타브 쿠르베(1844~1854)의 <상처 입은 남자> 입니다.

쿠르베 자신의 자화상인데, 쿠르베의 이 표정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가슴에 칼이 찔린 남자의 표정이 이토록 평온한가에 대한 의구심은 2007년 프랑스 국립 미술품연구복원센터에서 시행한 X선 분석을 통해 실마리가 풀렸다고 합니다.


X선 촬영 결과 그림 아래에 다른 그림이 있었는데

쿠르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는 여인의 모습이 드려났다고 합니다.

그 여인은 비르지니 비네.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며 결혼제도를 거부하던 쿠르베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된 그녀.

사실혼 관계로 10년간 관계를 유지하며 아들도 태어났지만

가정에 소흘한 쿠르베를 아무말 없이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부재는 쿠르베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비르지니와의 달콤한 낮잠이 그려진 캔버스 위에 어두운 물감을 덧칠하여 그녀의 흔적을 지우고,

자기 얼굴에는 거친 수염을 그려넣고,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의 그의 그림에서 실제로 찢어진 가슴으로 형상화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하는듯 합니다..

작가는 그의 표정만큼은 모든 변화를 부정하듯 끝내 수정되지 않았다고 표현합니다.

이 작품을 쿠르베는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로 망명해야 하는 어려운 순간에도 끝까지 간직했다고 하네요.

어떤가요?

이 그림의 이런 해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그림을 보고 어떻게 느꼈을까요???

그림의 해설을 듣고나니 짜릿하지 않은가요?

이번엔 미켈란젤로 이야기를 볼까요?

미켈란젤로는 조각가 일까요? 화가 일까요?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미켈란젤로라고 합니다.

위 작품들

피렌체에서 버려지다시피 했던 거대한 대리석을 멋지게 조각해낸 <다비드상>,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아담의 창조>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너무나 유명하죠.

그런데 이 책에서 다비드상 조각만 실은게 아니라 다비드상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 사진이 실려있어서 감동입니다.

그러지 않고는 다비드상 크기가 얼마만한지 가늠하기 어려우니까요.

사실 얼마전까지 다비드상이 사람 실물크기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같이 있으니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되잖아요? 작가님의 세심함에 감동..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는 미켈란젤로가 무려 70대에 그린 벽화라고 합니다.

그는 이 벽화를 의뢰받고 자신은 화가가 아닌데 어쩔수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친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20미터 높이에 올라가 333평의 넓이의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젖은 석회반죽을 붙이고 마르기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하루종일 작업해야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얼굴위로 물감이 떨어지고 목이 등에 닿아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작업 중단을 요청할 정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결국은 이겨내고 완성한 벽화였죠.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가끔 힘에 부치거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땐 천장화를 그리는 미켈란젤로를 떠올린다.

그러면 뭔지 모를 울컥함과 함께 버틸 힘이 생겨난다.

저도 실제로 시스티나 성당에 가서 벽화를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의 작품 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입니다.

위의 피에타는 너무 유명한 조각이죠.

예수를 끌어안고 슬픔에 잠긴 마리아 입니다.

미켈란젤로 24살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피에타도 알고 계셨나요?

미완성인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죽기직전까지 작업하던 조각이라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20대의 피에타는 완벽한 아름다움 이라면

80대의 피에타는 삶의 무게와 고독,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렇지 않나요?

비록 완성된 작품을 볼 수 없지만

황혼을 보낸 거장 작가의 손끝을 통해 작가님이 말씀하신 깊이와 고독, 성찰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설명이 없었다면

미켈란젤로가 죽기직전까지 조각하던 피에타였다는걸 몰랐다면

과연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이를 비롯하여 이 책에는 고흐, 밀레, 프리다, 샤갈 등 우리가 잘 아는 작가와 혹은 잘 몰랐던 작가들의

삶과 그림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이수정 아트 스토리텔러님의 삶, 경험, 이야기, 감상과 함께 말이죠..

이 책을 쭉 읽다보면 친절하고 깊이있는 큐리에이터를 따라다니며 '이런 그림이 이런 배경이 있었구나!' 하고 깨달으며 그림을 보는것 같습니다.

그림을 보고 잘그렸네, 못그렸네 혹은 이게 어쨎다는거지? 에서 머물렀다면

그림과 작가의 배경을 알게 됨으로써 작가의 치열하고, 때론 비극적이었던 삶,

작가의 고통과 인내, 아픔을 점자 읽듯이 읽어나가며

위로가 되고, 숙연해 지고, 전율이 느껴지는 경험을 여러분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클래식이 땡기는 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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