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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류정인 지음 / 라브리끄 / 2024년 11월
평점 :
우울증 영수증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읽어보게 되었다.
무슨책일까 궁금해하며 첫장을 넘기자마자 내이야기 인가 싶을정도로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 이 물건들의 쓸모는 구매하는 그 찰나에 찬란하고 영롱하게 반짝 빛났다가 금세 빛을 잃어, 정작 물건의 원래 기능으로는 쓰이지 못한 채 그저 전시되어 있다. 우울과 자기혐오로 무채색이 된 내 정신과 일상에 조금이라도 색체를 가져다 놓으려고 아득바득했지만, 지금의 내 방 상태는 어지럽고 과하고 얼룩덜룩한 모양새가 되었다.'
중독을 포함해서 어떤 문제든 문제 상황을 직면해야 해결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도 그저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파서 도망다닌것 같다.
내가 이 작가와 같이 나는 문구 덕후라는 이유를 붙여가며 이쁜쓰레기를 사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쌓아놓진 않지만 지금 내가 사고 버리고 하는 이 행위들이 ' 아 우울증일수 있겠구나 ' 머리를 탁 망치로 내려 치는 것 같았다.
p.22
예쁘지 않고 얼룩덜룩하기만 한 내 삶은 일종의 환기이자 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삶꾸(삶꾸미기)'와 같다고 봐야 할까.
내 소비 내역을 보고 있으면 죄책감과 뭔가에 불편한 기분으로 다시금 정리해 버리곤 했고,, 가계부를 구입해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지 말자 했지만금새 물렁한 유전자는 우울증 영수증들을 쌓아나갔다.
p.58
카드사가 보내온 청구서 편지를 받을 때면 항상 후회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나는 여지없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일종의 발악이었다.
나는 타인에게서 자존감을 샀다.
(고마워! 잘 쓸게, 잘 먹을게, 등의 인사들) 자존감의 연료로 사용했다.
뭐라고 정의할수 없던 나의 이 소비 습관 또는 들여다 보고싶지 않았던 나의 소비습관에 저 문장은 위로받게 되었고,
내가 타인을 위해서 행하던 소비는 사실 나의 알량한 자존심과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구매였음을 깨달았다.
라는 문장은 나의 앞으로의 소비에 대한 마침표를 찍게 해준 문장이었다.
작가는 상담을 통해서 왜 우울한지,
왜 나를 구성하는 것들을 부끄러워하는지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병원에 가며 똑같은 고민에서 허우적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료 과정은 쳇바퀴가 아니라 용수철이었다고,
자전을 하며 태양주위를 끝없이 도는 지구처럼,
시간이 지나서 보이는 나만의 궤도가 있음을 믿는다고,,
비슷한 가정환경 비슷한듯 다른 성장과정을 겪었지만
내 아픈곳들이 많이 건들여 졌음은 분명하다.
즐거운 소비라고, 이유가 분명한 소비였다고 내 뇌를 속여왔고,
내 별 볼일 없는 실체가 들킬까 내재 되어 있는 긴장감을 소비로 해소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이제는 회피하지 않고 조금 더 나와 직면해볼 용기가 생기게 해준 책이었다.
-미자모카페를 통해 제공받고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