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ㅣ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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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부디 안녕하기를』 



어느 날 내 몸에 다른 이의 영혼이 깃든다면? 그런데 그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있던 일이며, 내 운명을 뒤흔들 사건이라면?



📚 



이 책은 미래의 어느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열일곱 살 전후로 제 몸에 다른 이의 영혼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조상의 혼일 수도, 동식물의 혼일 수도 있다. 이곳에서 빙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깃들지 않은 자’는 소수 취급을 받으며 사회에서 배제된다.


주인공 ‘소로’에게도 마침내 영혼이 깃든다. 그 영혼은 행성에 속했던 존재가 아닌 듯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소로는 그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둘은 곧 온전히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이름은 ‘조영인’. 우수선 사고로 홀로 수백 년간 우주를 떠돌던 영혼이다.


많고 많은 영혼 중 하필 그가, 소로의 몸에 깃든 것은 왜일까? 무당들이 그의 영혼이 깃든 소로를 주시하는 이유는 뭘까? 

그가 깃든 뒤 소로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두 영혼은 끝까지 공존할 수 있을까?


빙의라는 소재를 SF로 재탄생시킨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접신의 개념이 아니라, 공존의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깃든 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그 영혼에 지배되지만 않는다면, 아주 멋진 동반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저도요. 운명을 믿어요. 하지만 운명을 바꾸는 것도 우리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거대한 강줄기에 작은 지류가 생겨 그곳으로 물이 흐르고 마침내 새로운 강이 되는 것처럼요. ❞ 



단순히 SF소설로 분류하기에는 소로의 성장을 참 멋지게 그려낸 책이다. 참신한 소재, 속도감 있는 전개, 떡밥을 회수하는 재미.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량이 너무 짧다!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정말 아쉬웠다. 후속편이라도 나온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싶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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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드림
강민영.황모과 지음 / 스프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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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드림은 황모과, 강민영 작가님의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두 작가는 각자 <옥춘당 귀녀회>와 <뱅가니갱>이라는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인 ‘퍼플드림’에서 연상할 수 있듯 페미니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옥춘당 귀녀회>는 조선시대의 여성들에 대해, <뱅가니갱>은 인도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 같은 두 세계의 여성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온갖 종류의 폭력에 노출되어있다는 것이다.

 

극 초반 이들이 겪는 수모를 지켜보다 보면 분통이 터진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만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입안이 씁쓸해진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 딸들이 똑같은 꼴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며 들고 일어서는 여성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조금 더 속 시원한 복수가 이루어지길 기대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분투하는 여성들의 서사를 지켜보며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언제든 ‘뱅가니갱’이 될 준비를 하고있는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읽은 뒤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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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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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겨진 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가족이란 잔인한 굴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다’는 엄마를 잃었다. 그는 오랜 기간 알콜에 의존하다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홀로 남은 이다는 위태롭게 살아간다. 엄마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에 빠지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이다의 앞에 크누트와 마리안네가 나타난다. 이다는 그들의 둥지에서 조금씩 숨 쉴 틈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라이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


나는 이 이야기가 로맨스로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어떤 고통은 결코 희석되지 않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쉬이 흘려보낼 수 없으므로. 좀 더 이다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길 바랐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좀 애매하게 느껴진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불안한 요소들이 산재한다. 그와의 관계가 이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수도 있지만, 쉬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점 때문에 비로소 현실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같은 결말이면 좋겠지만, 삶이란 게 그렇지 않다. 이다는 끊임없이 죽은 엄마를 발견할 것이며, 그 죄책감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건 누가 옆에 있고 없고와는 다른 문제다. 누군가에게 잠시 의지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이다가 쉽게 생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 언젠가 라이프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것처럼 늘 “폭풍으로” 들어갈 거라는 것. 


우리는 결국, 이 모든 상실과 고통을 품고 살아가리라는 것. 


초반 이다의 감정에 이입해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조금쯤 편안해졌다.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억지 위안보다 훨씬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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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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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네주 시노'의 자서전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한 성적 학대에 대해 기록한다.


그녀는 강간 생존자다. 그렇다, 나는 ‘생존자’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가해자가 행한 것은 그저 물리적인 폭력뿐이 아니라 정신적인 살인이므로. 그녀는 아마, 살아있는 내내 끊임없이 고통받을 것이므로.


고백건대 나는 이 책이 비유와 은유로 가득한 회고록일 줄 알았다. 아, 어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의 무신경함과 몰이해에 뒤늦은 수치심이 몰려온다.

  

저자는 담담하게, 아니 담담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 건조하게 피해자의 삶을 서술한다. 그의 범행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왜 저항하지 못했는지, 왜 끝내 고소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감정들을 가감없이 서술한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객관화하려는 시도가 강박적일 만큼 절박하여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그 고통을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야 그녀의 고통에 ‘괴롭다’라고 언급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세상은 피해자들에게 강요한다.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라고.

 

할 수만 있다면 그 면상에 대고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다. 너 같으면 그리 할 수 있겠느냐고, 당신이 눈곱만큼이라도 그 삶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

 

그녀는 현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거의 일에서 벗어나 “승리”한 것일까?

 

그녀가 밤마다 제 딸의 등을 쓸어주면서 ‘이 손이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간다면, 이 아이의 귀에 대고 이렇게 저렇게 협박한다면’ 손쉽게 제 의붓아버지와 같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매. 순. 간. 의식하는 것이 승리한 삶일까?

 

가해자의 저열한 충동이 일어나는 그 지점을 그저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받는 심정을 우리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숨이 막혔다. 몇 번이고 책장을 덮으며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해야 했다. 애초에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걸까. 도대체 왜 그 어린아이들을 보고 짐승 같은 충동을 느끼는 걸까. 어떻게 해야 이 끔찍한 일들을 막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 물음에 ‘메리 게이츠킬’의 단편소설 [딴 곳 The Other Place]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아이의 내면 어딘가에 딴 곳이 있다. 지금은 그곳이 조용하지만, 나는 그곳이 거기에 있음을안다. 나는 아이가 딴 곳에 혼자 있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중략) 하지만 나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아이는 딴 곳에 혼자 있지 않을 것이다.”

 

메리 게이츠킬이 말하는 딴 곳이란 정상 세계가 아닌 곳이다.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음험한 충동이 있는 곳. 인간은 누구나 그런 경계에 서 있을 수 있고, 그 경계를 넘어서 떨어지지 않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얼얼했다. 그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아마도 죽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는 그 수렁 속에서도, “비밀스러운 호의”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자는 이 책을 너무 많은 사람이 보는 것도, 그저 가십거리처럼 소비되는 것도 경계했지만. 나는 이 책을 꼭 많은 사람이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 가슴에 비밀스러운 호의를 품고 서로 경계선 너머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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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ㅣ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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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는 바둑 용어다. 바둑돌 석 점이 세모나게 펼쳐진 형국으로, 호랑이가 입을 벌린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구 안에 돌을 두면 다음 수에 상대에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호구’라는 뜻이 파생됐다. 


주인공 윤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호구다. 늘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의 부탁을 잘 들어주는 “호구”. 권이철은 그런 윤수가 못마땅하다. 그래서 슬쩍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보란 듯이 그를 비웃는다. 이철의 괴롭힘이 시작되며 윤수의 안에서도 무언가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곤두박질치는 윤수의 집안 환경과 더불어 악화일로를 걷는다.




성장이란 왜 항상 고통을 수반할까. 그냥 따뜻한 햇살 담뿍 받고, 할아버지가 먹여주는 방울토마토나 받아먹으며 쑥쑥 클 수는 없는 걸까.


‘호구’를 읽으며 인생이 마치 바둑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에서 보면 그저 흑과 백, 지루한 색채들의 나열일 뿐인데,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치열한 대국이 펼쳐지는 것이다. 


때때로 게임의 승자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돌아보면 그 역시 무수한 싸움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버텨낸 뒤에야 ‘나’를 마주할 수 있는가 보다. 구겨지는 게 아니라 펼치는 사람으로. 마침내, 파도를 타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나는 이 글을 읽는 내내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마침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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