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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삐리리 ㅣ 즐거운 동화 여행 209
정영숙 지음, 이소영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5년 11월
평점 :
외계인 삐리리
| 즐거운 동화 여행 209
정영숙 (지은이),이소영 (그림)가문비(어린이가문비)2025-11-14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행동보다 감정에 먼저 다가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전에 말이 먼저 나갈 때도 많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보다는 들여다 보기보다는
말이죠.
《외계인 삐리리》는 그런 어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아이의 마음을 먼저 바라봐 달라고
조용히 이야기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일단 아이의 마음이 더 다치지 않게, 아이의 마음이
더 아프지 않도록 안아주고 나서 훈육이나 교육은
그 후의 문제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이 책은 아빠에게 학대를 당하는 민수와
외계인 삐리리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재는 무겁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지만,
이야기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담담하고 따뜻하게 흘러갑니다.
삐리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영웅이 아니라
민수의 곁에 함께 있어 주는 친구이자 동료같은 존재입니다.
민수가 느끼는 두려움과 혼란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 주며
아이의 마음을 지켜 줍니다.
큰 위로와 용기를 전달해주지 않아도 묵묵하고 담담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힘으로 우리를 지탱하게 해주거둔요.
부드러운 색감과 정감 있는 그림체는
아이가 느낄 수 있는 불안함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합니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에 담긴 섬세한 감정 표현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주어,
책장을 넘길수록 자연스럽게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게 됩니다.
요즘 부쩍 추운 날씨에 몸이 오그라드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마음이라도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책 한 권을 만난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