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오에게 남아 있는 기억은
부모도 모르고 머리가 다친 채 쓰러져 있던 순간뿐입니다.
그래서 고기오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고자 스스로 긴 여정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두더지, 펭귄, 타조, 사슴이라고 믿으며
여러 동물들과 지내 보지만,
어느 곳에서도 마음 깊은 곳의 허전함을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기오는 마침내 외형이 가장 비슷한 닭 무리를 만나고,
그 순간 자신이 닭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닭들과 비교했을 때 더 큰 몸집과 목소리,
그리고 닭들과 달리 날 수 있다는 사실은 고기오를
다시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닭 무리 역시 고기오를 경계하며 나흘 동안 스스로가
닭임을 증명할 수 있으면 함께 지내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독수리 한 마리가 닭 한 마리를 낚아채 가는 순간,
고기오는 잠시 고민하다가 곧바로 날아올라
그 닭을 구합니다.
닭들 앞에서 스스로 날아버린 이 행동은
고기오에게 더 큰 고민을 남기지만,
동시에 닭들에게는 고기오를 향한 새로운 감정을 싹트게 합니다.
닭들은 고기오가 진짜 닭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하기 위해 날기 연습까지 하며 마음을 다합니다.
그 진심은 비현실적인 희망처럼 보이지만,
슬픔보다 따뜻한 빛으로 다가옵니다.
고기오가 닭인지, 아닌지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고기오를 지켜주고 싶은 친구들,
그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고 싶은 존재들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
누구와 함께하며 어떤 마음을 주고받는 존재인가라는
더 깊은 의미를 남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