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서선정
길 벗 어 린 이
언젠부터인가 비는 귀찮고 번거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일단 비가 내리면 출근길을 더 막혀서 지각할까봐 동동거리게 되고
행여라도 비가 더 많이 와서 아이들이 등교하거나 하교할때
비 맞고 젖지는 않을까? 비 바람에 감기나 걸리지 않을가?
걱정해야 하는 일이 두배로 늘어가게 되니 말이죠.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바깥풍경을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본 적이 언제인지 모릅니다.
오롯이 비가 내리는 그 순간을 만끽하고 토독토독 내리는
빗줄기에 내 마음도 맡겨버리면서
아련하게 위로 받았던 적이 과연 있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있었겠지요.
알록달록 빗소리의 향연에 정신이 팔려서
하염없이 느끼고 경험했던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통해 자연의 온갖 생물들과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느껴보려구요.
다들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매일매일의 삶에
이런 잠깐의 여유라도 있어준다면 기껏이 감사하게
받아들여야겠습니다.
나한테 온전히 집중하고 나를 오롯이 기억하고
다독일 수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 와줘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즐겁게 마주하려고 합니다.
비 내리는 하루가 이렇게 다채로운 색감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니 참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