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 이상석 선생과 아이들의 공고 생활기
이상석 글, 박재동 그림 / 양철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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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경남공고 재직때 써둔 일기를 바탕으로 꾸며진 것이다. 공고 아이들은 대부분이 가난한 집 자식들이다. 급식비를 못 내서 선생님께 눈총받으며 남는 반찬을 싸가는 아이. 알바 하다가 업주한테 맞아서 눈물을 펑펑 쏟는 아이. 두터운 ...잠바 하나 없어서 덜덜 떨며 봄은 언제 오려나 한탄하는 아이..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여 소외되어 왔지만, 선생님이 '가난이 너희를 키웠구나'라고 썼듯이 아이들의 마음은 담백하다. 아버지가 3주에 한번 들러서 10만원 정도 생활비를 주고 간다길래, 그 돈으로 어째 사노 하니 충분히 살아집니다 라고 대답한다. 산동네 단칸방에 식구들 모여 사는 것을 딱해하면 "이제까지도 살아왔는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저자가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알게된 아이들 삶의 속사정이다. 6, 7년 전 이선생님은 부산 각지에 흩어져있는 가난한 동네로 가정방문을 다니셨다. 아이들 사는 모습을 보아야 더 잘 이해할 것 같아서다. 학비며 급식비 지원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그 집 사정을 보는 것이 좋다.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모들도 간혹 있지만, 선생님은 함께 라면도 끓여먹고 소주도 두어잔 씩 돌려가며 아이들 삶 속으로 파고든다.

선생님은 학교의 비민주적이고 비인간적인 갖가지 관행과 규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맞서고, 오랜 세월 소외와 무관심 속에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있던 아이들 마음을 하나하나 일깨운다, 경쟁의 입시교육이 아니라 참된 인간교육, 글쓰기 교육을 해 나간 선생님의 기록들은 이 시대 민중과 그 자녀들의 생생한 생활사이다.

이상석 글의 재미와 감동은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에서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박재동화백과의 오랜 우정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이번 책에서도 박화백이 삽화를 그리고 중간중간 이선생님의 글을 만화로 만들었다. 전철에서 읽다가 혼자 콧물 훌쩍이고 히히거리며 웃게도 만드는 책이다. 학교와 학생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건강한 꿈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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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윤지형의 교사탐구 2
윤지형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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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진정한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될까. 학교는 희망이 있을까. 정말 교육불가능의 시대가 되어버렸나. 그래서 꾸역꾸역 수업시간만 때우고 나오는 교사가 되고 말아야 하나. 그러나 결코 교사들은 그렇게만 살 수 없다. 우리는 상품을 대하는 판매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그것도 싱그럽게 살아 움트는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불가사의며 예측불허다. 생명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교사는 아이들을, 아이들은 교사를 물건을 만지듯 맨숭맨숭하게만 쳐다보고 지나칠 수는 없다. 어떻게든 교사와 학생들은 만나고 부딪히며 사랑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은 기뻐하고 슬퍼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한 평생이다.

교사탐구 시리즈 2 <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은 오래된 선생들과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같이 보여준다. <우리교육> 시절에 쓴 글들을 다시 다듬었고, 그들의 이후 이야기를 실었으며, 새로운 교육 열풍의 중심에 있는 교사들을 보여준다. 아무리 스마트한 시대가 되어도 백묵 한자루와 진실한 열정 하나로 아이들의 진심에 가닿는 노(老)교사, 학생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 혁신학교와 배움의 공동체, 작은 학교 운동을 눈물겹게, 신명나게 꾸려가는 교사와 교장, 소외된 아이들을 연극으로 문화로 일깨우는 교사, 학교 안에서뿐 아니라 학교 밖 공부방에까지 열정을 쏟는 교사, 일제고사 거부와 통일학교 사건으로 해직된 꿋꿋하고 가슴 아픈 교사, 교사들의 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교사들의 삶과 교육은 현실 학교에서 얼마큼의 비중을 가진 것일까. 학교는 여전히 경쟁과 입시를 부르짖으면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그 길이 가장 크고 옳은 길인 줄 알고 무작정 달리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 시험과 경쟁이 없던 시절이 없었건만, 시험과 경쟁만이 이렇게 부각되는 시대도 또 없다. 그것이 유일한 길이어서가 아니라, 그 길이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에. 더 소리높이 외쳐지고 있다. 다수에게는 이미 효용성을 잃은 길이라는 것을 눈 밝은 이들은 모두 안다. 중등교육은 대학, 대학은 취업. 이 속에서 진정한 배움은 시들어가고 학생들은 피폐해져 간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과 입시로 몰아붙여도 아이들의 마음은 아주 죽을 수는 없고, 교사는 그런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

윤지형의 교사탐구를 읽고 나면 다시 뭔가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교사모임을 꾸리고, 아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외면당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일년이 아니라 이년 삼년, 더 먼 미래를 보고 진정성을 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을 다한 배움과 가르침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의 교사들은 보여준다. 신명과 힘이 넘쳐서 함께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젊은 선생도 있고, 아, 이 분도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하고 지친 우리들에게 너만 그런 것 아니야, 라고 함께 손잡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배선생님도 계시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배움은 계속 될 것이고 서당이든 학교든 공부방이든, 배움의 공간은 이어질 것이다. 선생도 학생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멋모르고 그냥? 그래도 좀 여유 있는 직업 같아서? 비교적 안정적이니까? 설사 이렇게 시작한 교직이라 할지라도, 교사라면 누구든 아이들을 향한 열정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안에 간직한 열정을 쏟아놓고 싶어한다.

문제는 열정의 방향이다. 열정적인 교사는 많이 본다. 그런데 어떤 인생과 어느 방향의 문명으로 아이들을 이끌 것인가. 학교와 교사가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열심히 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한결같이 진실한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려는 아름다운 교사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책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내 곁의 교사들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꾸려보고 싶은 의욕이 든다. 꼭 교사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기본 원리이기도 한 배움과 가르침에 관심 있는 이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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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시골로 간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종도 그림 / 양철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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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자급자족의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일깨우는 기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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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 꿈꾸는 돌고래 1
홍정욱 지음, 윤봉선 그림 / 웃는돌고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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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꼭꼭 씹으면 뭐든지 달다>를 며칠 동안 꼭꼭 씹어서 읽었다. 장르를 따지자면 동화라고 하겠는데, 청소년과 어른들도 같이 읽고 싶은 책이다. 도시의 아이들에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선생님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놀이와 공부와 이야기들이 감탄스럽고 여운이 길다. 도시의 학교로 날아든 비둘기와 직박구리와 두꺼비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아이들은 사랑을 배우고 상처를 치유해간다. 능청스레 곁에서 지켜만 보는 것 같지만, 함께 사랑하고 아파하는 ‘우리 선생님’은 콘크리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을 마음을 살려내는 마술사다.

저자의 어린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했을 옛날 시골 이야기들은 더욱 묵직한 깊이와 재미가 느껴진다. 내가 소띠라 그런지 이 책에서 특히 소 이야기가 좋았다. 노루와 송아지와 뱀과 놀고 노동하며 성장해 가는 아이들. 수박농사를 짓고, 소를 먹이고 뱀을 팔아서 중학교에 다닐 자전거 살 돈을 모으는 아이들은 요즘 도시에서 엄마의 치마꼬리를 잡고 학원가는 일 외엔 일이 없는 아이들과 다르다. 책을 읽으며 노동과 자연, 인간과 짐승의 깊은 관계와 힘을 되새겨 본다. 농촌에선 사람만이 가족이 아니다. 늙은 소, 젊은 소, 송아지와도 인간 식구 이상으로 함께 노동하고 교감하는 훈훈한 농가의 풍경. 이런 글을 읽으며 내가 열 살 때 이농을 결정하신 부모님이 아쉽다. 홍선생만큼 나도 시골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면 훨씬 여문 인간이 되었을 텐데.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무슨 공부를 시켜볼 거라고 그렇게 일찍 대처로 나가셨나. 진짜 공부는 마을과 자연, 짐승과 이웃들 속에 있는 것을..
이오덕 선생님이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책도 냈지만, 농촌의 고된 노동은 책상 앞 지식공부와 비교할 수 없이 고달프겠지만, 이것이 참다운 삶이고 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꾸역꾸역 해 내는 것도 격심한 노동 이상의 고문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늘 보호받아야 할 어린애가 아니고 열 너댓 살만 먹으면 집안의 훌륭한 일꾼 노릇을 하고 부모의 의논 상대도 되는 것이다. 아동이라는 개념은 근대 이후의 소산이다. 현대 도시 문명은 갈수록 인간을 더디 성장시키는 것 같다.

우리는 참된 배움, 건강하고 진실된 삶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학교는 과연 한 인간이 성장기를 보내는 데 충분한 공간이며 제도인가를 다시 묻게 된다. 책상과 교과서만이 아니라 동무들과 짐승들, 함께 일하고 어울려 놀 수 있는 들판과 마을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백면서생의 길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자와 농민의 삶이 훨씬 알차고 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제 이런 경험으로 글을 쓸 수 있는 필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런 살아있는 글의 대를 이으려면 아이들을 도시로 학교로 학원으로만 내몰지 않아야겠다. 다시 자연과 마을을 살려야 하고 그런 곳에서 아이 낳고 살 수 있도록 젊은이들을 불러 모을 수 있어야겠다. 마을을 지키고 마을을 살려가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는 생각. 이것들을 거의 다 잃어가는 시점에서 이 책을 읽고 더욱 강렬하게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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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싸움 애지시선 48
박일환 지음 / 애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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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얇지만 재미가 없으면 다 읽기 쉽지 않다. 금방 다 읽혔다. 박일환의 이번 시집, 좋다. 그의 시를 읽으니 부끄럽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참 부드럽고 치열한 삶 여전하다. 중학교 국어선생으로 아이들 가르치기도 만만찮은 일인데, 그 일만도 벅차서 옆도 안 돌아보는 선생들 많은데, 이 분은 온 나라 곳곳 의로운 싸움, 고통스런 이웃의 삶의 현장에 늘 함께 있었다. 용산 남일당, 부산 한진중공업, 삼성백혈병, 두리반식당, 밀양 송전탑 , 강정 구렁비...

 

이렇게 소개한다고 그의 시가 거칠고 불편한 투쟁시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그의 섬세하고 예민한 촉수가 세상 곳곳 아프고 슬픈 사람들을 얼마나 부드럽고 간절하게 감싸 안는지 모른다. 목소리 높은 구호가 아니라 깊은 슬픔 고요한 시선으로 이 시대를 바라본다. 그의 시는 자의식 과잉의 관념들, 분열증적인 현란한 언어로 독자를 곤혹스럽게 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시는 독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가.

 

 또 그의 시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처럼 맑고 고요해서 마음 정갈한 묵상으로 이끈다. 장난기 벗지 못한 소년처럼 재밌는 시편들도 많아서 빙그레 웃게도 한다.  치열함과 고요함, 꼿꼿함과 부드러움, 진지함과 유쾌함을 고루 갖춘 시집이다.

 

 

도마뱀붙이

 

 

도마뱀붙이를 길러볼까 해요

도마뱀 사촌쯤 된다는데

발가락에 빨판이 붙어 있어

벽이나 천장에도 맘대로 매달릴 수 있대요

 

나도 천장에 붙어서 방바닥을 내려다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공사장 비계에 매달려 일하다

철근더미 위로 떨어져 죽은 아빠

방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만 있다

아예 땅 밑으로 꺼져버린 엄마

 

꽃잎처럼 혹은 낙엽처럼

대책 없이 아무렇게나 떨어져 내리는 것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악착스레 매달리지 못한 죄를

누가 사해 줄 수 있나요

 

도마뱀붙이를 길러 볼까 해요

피붙이가 없는 나는

무엇보다 붙이라는 말이 좋아요

도마뱀붙이와 붙어살며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아귀힘을 길러볼까 해요.

 

 

마니차를 돌리며

 

 

마니차를 한 번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하니

경전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도

마니차를 돌리면 해탈과 열반에 이를 수 있겠다

 

사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원통으로 된 마니차를 돌리며 지나가고

손길이 닿을 때마다 마니차는

제 몸에 새겨진 중생들의 지문을 기억하리라

 

행렬은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지만

돌리는 일은 거룩한 일

나무아미타불을 외듯 마니차를 돌리는 동안

지구 역시 조용히 돌고 있을 테니

 

나고 죽는 일만큼이나

쉼 없이 이어지는 발걸음을 받아 안으며

지구는 얼마나 묵묵히 제 몸을 돌리고 있었던 걸까?

 

머나먼 길을 걸어

이곳 몽골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려보니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길이

저 단순한 묵묵함에 깃들어 있다는 걸 알겠다.

 

- 박일환 시집, 『지는 싸움』 (애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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