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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ㅣ 윤지형의 교사탐구 2
윤지형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8월
평점 :
교사의 진정한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될까. 학교는 희망이 있을까. 정말 교육불가능의 시대가 되어버렸나. 그래서 꾸역꾸역 수업시간만 때우고 나오는 교사가 되고 말아야 하나. 그러나 결코 교사들은 그렇게만 살 수 없다. 우리는 상품을 대하는 판매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그것도 싱그럽게 살아 움트는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불가사의며 예측불허다. 생명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교사는 아이들을, 아이들은 교사를 물건을 만지듯 맨숭맨숭하게만 쳐다보고 지나칠 수는 없다. 어떻게든 교사와 학생들은 만나고 부딪히며 사랑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은 기뻐하고 슬퍼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한 평생이다.
교사탐구 시리즈 2 <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은 오래된 선생들과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같이 보여준다. <우리교육> 시절에 쓴 글들을 다시 다듬었고, 그들의 이후 이야기를 실었으며, 새로운 교육 열풍의 중심에 있는 교사들을 보여준다. 아무리 스마트한 시대가 되어도 백묵 한자루와 진실한 열정 하나로 아이들의 진심에 가닿는 노(老)교사, 학생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 혁신학교와 배움의 공동체, 작은 학교 운동을 눈물겹게, 신명나게 꾸려가는 교사와 교장, 소외된 아이들을 연극으로 문화로 일깨우는 교사, 학교 안에서뿐 아니라 학교 밖 공부방에까지 열정을 쏟는 교사, 일제고사 거부와 통일학교 사건으로 해직된 꿋꿋하고 가슴 아픈 교사, 교사들의 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교사들의 삶과 교육은 현실 학교에서 얼마큼의 비중을 가진 것일까. 학교는 여전히 경쟁과 입시를 부르짖으면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도 그 길이 가장 크고 옳은 길인 줄 알고 무작정 달리고 있다. 사실 학교에서 시험과 경쟁이 없던 시절이 없었건만, 시험과 경쟁만이 이렇게 부각되는 시대도 또 없다. 그것이 유일한 길이어서가 아니라, 그 길이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에. 더 소리높이 외쳐지고 있다. 다수에게는 이미 효용성을 잃은 길이라는 것을 눈 밝은 이들은 모두 안다. 중등교육은 대학, 대학은 취업. 이 속에서 진정한 배움은 시들어가고 학생들은 피폐해져 간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과 입시로 몰아붙여도 아이들의 마음은 아주 죽을 수는 없고, 교사는 그런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
윤지형의 교사탐구를 읽고 나면 다시 뭔가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교사모임을 꾸리고, 아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외면당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일년이 아니라 이년 삼년, 더 먼 미래를 보고 진정성을 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을 다한 배움과 가르침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의 교사들은 보여준다. 신명과 힘이 넘쳐서 함께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젊은 선생도 있고, 아, 이 분도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하고 지친 우리들에게 너만 그런 것 아니야, 라고 함께 손잡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배선생님도 계시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배움은 계속 될 것이고 서당이든 학교든 공부방이든, 배움의 공간은 이어질 것이다. 선생도 학생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멋모르고 그냥? 그래도 좀 여유 있는 직업 같아서? 비교적 안정적이니까? 설사 이렇게 시작한 교직이라 할지라도, 교사라면 누구든 아이들을 향한 열정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안에 간직한 열정을 쏟아놓고 싶어한다.
문제는 열정의 방향이다. 열정적인 교사는 많이 본다. 그런데 어떤 인생과 어느 방향의 문명으로 아이들을 이끌 것인가. 학교와 교사가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열심히 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한결같이 진실한 교육의 본질을 실천하려는 아름다운 교사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책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내 곁의 교사들과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꾸려보고 싶은 의욕이 든다. 꼭 교사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기본 원리이기도 한 배움과 가르침에 관심 있는 이들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