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경남공고 재직때 써둔 일기를 바탕으로 꾸며진 것이다. 공고 아이들은 대부분이 가난한 집 자식들이다. 급식비를 못 내서 선생님께 눈총받으며 남는 반찬을 싸가는 아이. 알바 하다가 업주한테 맞아서 눈물을 펑펑 쏟는 아이. 두터운
...잠바 하나 없어서 덜덜 떨며 봄은 언제 오려나 한탄하는 아이..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여 소외되어 왔지만, 선생님이 '가난이 너희를 키웠구나'라고 썼듯이 아이들의 마음은 담백하다. 아버지가 3주에 한번 들러서 10만원 정도 생활비를 주고 간다길래, 그 돈으로 어째 사노 하니 충분히 살아집니다 라고 대답한다. 산동네 단칸방에 식구들 모여 사는 것을 딱해하면 "이제까지도 살아왔는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저자가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알게된 아이들 삶의 속사정이다. 6, 7년 전 이선생님은 부산 각지에 흩어져있는 가난한 동네로 가정방문을 다니셨다. 아이들 사는 모습을 보아야 더 잘 이해할 것 같아서다. 학비며 급식비 지원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그 집 사정을 보는 것이 좋다.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모들도 간혹 있지만, 선생님은 함께 라면도 끓여먹고 소주도 두어잔 씩 돌려가며 아이들 삶 속으로 파고든다.
선생님은 학교의 비민주적이고 비인간적인 갖가지 관행과 규율에 문제를 제기하며 맞서고, 오랜 세월 소외와 무관심 속에서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있던 아이들 마음을 하나하나 일깨운다, 경쟁의 입시교육이 아니라 참된 인간교육, 글쓰기 교육을 해 나간 선생님의 기록들은 이 시대 민중과 그 자녀들의 생생한 생활사이다.
이상석 글의 재미와 감동은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에서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박재동화백과의 오랜 우정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이번 책에서도 박화백이 삽화를 그리고 중간중간 이선생님의 글을 만화로 만들었다. 전철에서 읽다가 혼자 콧물 훌쩍이고 히히거리며 웃게도 만드는 책이다. 학교와 학생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건강한 꿈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