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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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期), 작물, 침략자, 자녀 - 이런 것들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는 근심하고 그래서 신들을 만들어낸다.

84p


이런 작은 의식들이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일종의 리듬이나 패턴을 만들어주고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90p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원리를 안다고 해서 마법처럼 생각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입증ㄹ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재미도 없는 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91p


삶의 아주 사소한 신비들까지도 다 찬미하면서 살 수 있다면 우리 일상은 얼마나 많이 달라질까?

91p


"과학은 모호함을 허용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믿음을 유보해야 한다. 불확실성 때문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98p


"그건 원래 그런 거야"라든가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라는 식으로 대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아버지는 웃으면서, 유리로 만들고 형광색을 칠한, 약간 조악한 입체 은하수 모형 위에 죽 꽂혀 있는 갈색과 녹색 장정의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중에서 한 권을 꺼냈다.

100p


나는 딸아이가 좀 자란 뒤에 세계의 역사와 예술과 그 안의 존재들과 그들 삶의 방식, 우주에 관한 탐구를 노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에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는다.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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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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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어떤 모양으로 오렸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이 보낸 시간이 중요했다. 엄마와 내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 교육적이기도 하고 창의적이기도 한 무언가를 했다. 의식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했다는 것도 적절했다.

53p


여느 종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의례로 하듯,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세계의 중심에 있는 헌신과 기쁨을 정기적으로 재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도 화가 났을 때도 소중한 것을 일깨우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 솔직히 정말 하고 싶지 않을 때도 해야 하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 이름 모를 택시 기사가 (이름을 알아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미처 그러지 못했다) 우리에게 그런 것을 만들어준 셈이다.

59p


아이는 날마다 보니까 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운데 넷이 같이 있는 걸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가장 신성한 존재를 시간을 들려 목격하면서 조금 더 깨달음을 얻는 듯하다. 나에게는 이 음악교실이 또다른 기적을 기리는 또다른 교회다.

61p


어느 쪽이든, 봄의 기쁨은 신앙이나 교리 같은 것과 무관하게 누구든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66p


다른 문화를 접할 때 우리는 마음에 드는 부분,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을 받아들인다. 훔치거나 유용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경의를 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시대의 것을 새로운 무언가,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무언가와 결합하는 것이다.

74p


우리 민족은 노예였고 무척 끔찍한 일을 겪었다. 이제 다행히 자유를 찾았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노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가난 때문에, 차별 때문에, 폭력 때문에. 그들을 도와야 한다.

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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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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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잘 쓴 글이라는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생각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기술적으로(technically), 혹은 형식적으로(formally) 잘 서사 된 글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기보다, 글로 서사 된 가치관, 사고방식, 생각이 마음에 드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물론, 이 책에 서사 된 내용이 오직 작가 자기 일만은 아니다. 그녀의 가족사이기도 하다.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의 선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의 아들. 그 아들은 가족의 종교에 수긍할 수 없었다. 집안 최초로 대학을 다닌 아들은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됐고 종교적 회의에 빠졌다. 그는 부모를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는 율법을 지키지도, 기도를 올리지도, 금요일 밤마다 예배당에 가지도 않으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박해를 피해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탈출했으며 신세계에서 본래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자식들에게도 열심히 믿음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웃음을 띠고 이렇게 말했다.

 

믿지 않으면서 믿는 척하는 것만이 죄다.”

 

현재 화자는 1(chapter)을 읽고 있다. 이미 서문에서 이 작가의 생각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벌써, 책에 관한 생각을 쓰고 있다. 쓰고 싶었다.

 

이 책의 생각이 마음에 든 이유는 또 있다. 천문학자이자 교육자인 칼 세이건의 딸인 작가는 어려서부터 과학적 접근법에 익숙해 있다. 과학적 접근법은

 

과학은 다른 사상과 비교하고 대조해볼 수 있는 사실 체계가 아니라, 어떤 견해가 면밀히 들여다보아도 무너지지 않는지 검증하고 확인하는 방식

 

이라고 했다. 작가의 부모는

 

과학을 통해 밝혀진 자연의 신비야말로 위대하고 가슴 벅찬 기쁨의 원천

 

이라고 했다.

 

작가는 신앙을 갖지 말라거나 종교를 믿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기뻐할 만한 것을 더욱 늘리라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을 무교자, 무신앙자, 불가지론자, 무신론자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입증할 수 있는 기적과 심오한 의미로 가득한 곳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신앙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중히 지켜온 의식들을 포기하라고도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격식을 갖춘 의식을 수행한다는 느낌 없이 진심으로 전통과 조상을 기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화자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타인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상황이 마음에 든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진실은 아니다. 자신에게 진실일 수 있지만, 진실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켜나가는 것은 기쁜 일이다. 타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굳이 인정하고 받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타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비판하고 변경할 이유를 나는가지고 있지 않다. 과학적 접근법으로 세상의 기적을 밝혀내고 자연의 신비를 파악하는 것도 기쁨의 원천이자 마음의 중심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점점 굳어지는 사고방식 혹은 가치관이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강요하지 않는 것. 타인이 옳다고 믿는 바를 공존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즐겁게 듣는 것. 가장 위험한 순간, 타인이 옳다고 믿는 것이 정확히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대치되는 순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집착을 입 밖으로 끌어내지 않는 것.

 

그래서 지금 화자는 이 책을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예전 한 교수가 독서하는 방법을 출판사가 정하는 것이냐고 일침을 놓았을 때 동의의 한 표를 던졌다. 지금 화자는 이 책을 소개한다. 읽던지, 좋다고 느끼던지, 타인에게 소개하던지 그것은 당신 세계의 일이다. 그런 의미의 독서 감상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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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세이건을 읽고 있다, 그 첫 번째.


"사실이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면 위험해." - P10

아무리 그렇게 믿고 싶더라도 무엇이 사실인지 아는 편을 택하겠다고 했다. 가슴속의 진실이나 나에게만 진실인 것, 진실처럼 들리고 느껴지는 것 대신, 입증하고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택하겠다고. "인간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경향이 있어." - P11

옛날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해가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하지만 믿는다고 해서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가 믿는 것들 가운데에도 나중에는 어떻게 그것도 몰랐느냐고 폭소와 경악을 자아낼 일들이 분명 있을 테다.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앎도 달라진다. 아니 달라져야만 한다 - P12

과학은 다른 사상과 비교하고 대조해 볼 수 있는 사실 체계가 아니라, 어떤 견해가 면밀히 들여다보아도 무너지지 않는지 검증하고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 P12

아이가 자라면서 생각도 자랄 때 이 광대한 우주 안 우리의 작은 자리에서 가슴 떨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끔 생각의 틀을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 P16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새로운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 안에 생겨날 때, 격한 감정과 함께 우리는 삶이라는 막대한 경이의 일부를 경험한다. - P32

아버지는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증거가 없으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말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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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 도쿄 - 디자인 산책 여행
신현경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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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azmin Quaynor on Unsplash

 

지난 시간의 물건들을 지금의 사이사이에 끼워둠으로써 이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장소가 된다.

 


 

사이사이에 끼울 물건의 시간은 언제로 할까?

 

옛 시간을 고정할까?

 

시간은 흐르니 물건을 바꾸며 그 옛 시간을 조금씩 앞당길까?

 

옛 시간에 내 추억을 포함할까, 아니면 배제할까?

 

배제는 의도치 않은 번잡함과 함께하지 않으려는 연약한 마음이다.

 

추억을 포함해도 강한 마음이라 할 수 없다.

어쩌면, 번잡함을 씻고 좋은 요소만 가져오겠다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어리광일 수 있다.

 

지난 물건을 지금의 시간 사이에 끼워 지금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하는 이유는, 앞으로 현실 속 등장 물을 하나씩 놓치지 않고 목격하겠다는 마음이다.

 

지금 내 걸음마저 숨이 차다는 마음이다.

 

업무로 외출해서 발 빠르게 걷다가 만난 벤치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이젠 잠시 앉아 깊은 호흡 한 번 하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오래된물건 #잡화 #여유 #여백 #시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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