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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빌라
이한나 지음 / 카노푸스 / 2018년 8월
평점 :

나의 빌라 / 카노푸스
글. 이한나
책을 읽는동안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바야흐로 1인 가구시대이다. 혼삶이 트렌드라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적지않다.
화려한 싱글족도 있겠지만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고달프다.
안하는것과 못하는것은 엄연히 다른법. 대부분의 혼족들의 고달프고, 외로운 삶도
'선택'보다 '포기'라는 단어와 더 닿아 있는것 같다.
책은 자신의 힘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의 노고를 낱낱히 보여준다.
독립하여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고개 끄덕여질법한 이야기.
돈, 취업, 외로움, 집 등.. 감당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들이 삶을 더 무겁게 하고 있고,
그런 그들의 삶을 저자는 소설속에 여러장르로 녹여놓았다.
나의 빌라

저자 이한나의 5가지 단편을 모은 소설집, <나의 빌라>
원룸 요정
사라지다
완벽한 혼자
100층
나의 빌라
<원룸 요정>은 극심한 생활고에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제발,제발 아니길..' 빌었던 결론이 뙁~!
어차피 같은 결론이지만 내 의도와는 조금 다른 마지막에 완전 빵터져 버렸다.
전재산 탈탈 털어 갖다바쳤건만..
괘씸한 요정놈이 어쩜 그렇게 가당치도 않은 짓에 사용할 수 있는지..
빵 터지긴 했지만 '보이스 피싱'격의 재난에 낚인 주인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마음 아팠음..ㅠㅠ
<사라지다>는 결말이 예상됐지만 그래도 그 줄을 읽을땐 소오름이 쫙~~!
제대로 공포다. 공시생 생활 정리하고 주인공이 겨우 갖게된 건물관리직,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사수의 추악한 비밀을 알게 되지만
일이 커질까봐 함구하게 되는데, 그게 계속해서 주인공의 발목을 잡게된다.
관리하는 건물 화장실에서 쓰고 있는 싸구려 화장지가 자꾸만 사라지게 되고
주인공은 간신히 알게된 팩트를 혼자 간직하게 된다.
함구한 사실 때문에 말할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리는데..
범인을 봤지만 말할 수 없는 상황. 아니 범인을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추악한 짓을 저지른 전 관리인은 전화도 받지않고,
이제는 자신에게도 무시무시한 공포가 찾아온다.
취업하기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좀 비겁하게라도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자리.
그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큰것을 잃게 된 상황에 빠져버렸다.
이 이야기 또한 너무나 이해가 되서 마음이 아팠다.ㅠㅠ
<완벽한 혼자>와 <100층>은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SF장르물인데..
외로움과 싸우는 혼족들의 고군분투를 잘 써내려간것 같다.
사실, 100층은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생각은 달라질 수 있으니 그냥 나대로 읽고 느끼고 넘어갔다.

책의 제목이 된 <나의 빌라> 나무(?)가 되어가는 주인공.
분명 사람이었는데 성인이 되어갈 수록 사람이 아니게 된다.
재개발로 집을 잃게 될 그는 자신이 뿌리내릴 집을 찾는다.
좋은 집도 필요없다.
햇볕이 들지 않아 곰팡이 득실거려도,
좁고, 낡고 허름해도.. 그냥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집만 있음 된다.
오히려 싸고 사람들이 꺼려하는 그런집이여만 한다.
자신의 엄마처럼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곳이면 되는데
대한민국에서 그런 집 구하기는 너무 힘들다.
점점 자신의 몸은 사람이 아닌 모습으로 변해가고,
뿌리내려야하는 그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가진 능력으론 뻗고 누울 방한칸 구하기가 힘들다.
그런 그가 기어이는 집을 구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는데..
평소 좋아하던 공원에서 그는 나른해진다. 그리고 모두 포기하고 눕고 마는데...
이 이야기 역시 주택대란에 허덕이는 우리의 이야기인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 땅에, 저렇게 높은 건물중에
내꺼하나 할 수 있는 작은 방 한칸이 없다는 현실이
고달팠을거고, 애탔을것 같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많은것을 바라는것도 아니고 모두가 꺼려하는 방한칸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이 와 닿았다.
작가는 5가지 단편에 혼자라 익숙하고 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활용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지낼수 있는 한없이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이면에는 견뎌야하는 외로움과 고독, 두려움이 존재하는 자신만의 공간.
그곳에서 홀로 싸우고 있는, 싸워야 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어쩌면 주인공처럼 고군분투중인 나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5편의 단편 모두 마음이 아팠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쉽게 읽을순 없었던 이유이다.
'공간' 과 '혼자' 라는 참신한 키워드로
재미와 공포와 환상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