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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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문예출판사

글. 도리스 레싱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도리스 레싱.

1950년 첫 장편을 시작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마침내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대단한 이력의 여성작가이다.

 

9편의 단편이 실린 <사랑하는 습관>은 1994년에 출간된

<19호실로 가다>에 실린 20편의 단편 중

9편을 엮은것으로 우리나라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나머지 11편은 2018년 7월 <19호실로 가다>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출간된 도리스 레싱의 9편의 단편을 읽을 수 있는 영광이ㅜㅜ

사실 그녀의 이름도 작품들도 처음 만나보는거라 책장을 넘기는 것부터 떨렸다.


 

사랑하는 습관

사랑하는 습관에 실린 9편의 단편들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들의

사랑과 정치적인 사건을 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1950년대이고 전쟁의 후유증과 이념갈등이 여전하던 시기이므로

그녀의 작품도 폐허가 된 국가위에 정신적으로 피폐하던 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사랑하는 습관>의 조지, <그 남자>의 롭, <다른 여자>의 지미가 사랑을 찾아다니며

외도를 하고, 일탈을 하고, 진짜 사랑이 아니어도 그녀들은 그들을 받아들인다.

그 시대의 외로움과 괴로움이 투영된 그녀들만의 사랑 방식이 아니었을까..

물론 결론은 다 다르다.

<사랑하는 습관>의 보비는 사랑하는지 조차 알수 없는 조지와의 습관적 사랑을 선택했고,

<그 남자>의 애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 롭을 향한 어쩔수 없는 감정을 받아들였고,

<다른 여자>의 로즈는 론을 떠나 강단있게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녀들은 무너지고 피폐해진 감정의 소용돌이에 노출되고, 아파했다.

 

사랑이 습관이 되었다는 표현이 조지의 마음속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그 말이 맞다. 그는 생각했다.

충격이 너무 커서 자신의 맨살에 누군가의 맨살이 닿는 느낌,

젖가슴이 닿는 느낌에 본능적인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보비가 지금껏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사실상 그녀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38 <사랑하는 습관>

 

 

그시대에 소설속 주인공들과 지금의 현재의 우리의 사랑법이

특별히 다르지않다는 생각을했다.

사랑에 상처받고, 그 상처를 잊으려 습관처럼 또다른 사랑을 찾고..

외로움과 상처를 견디지 못해 다른 사랑으로 채워야지만 견디는 습관적이고 중독된 사랑.

모든 이들이 같은 사랑을 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사랑때문에 아파본 적 있는 이들이라면

본질적인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다른 사랑으로 덮어버리는 실수를 경험해본 적이 있을것이다.

전쟁을 겪고, 보고 자란 이들이 무너진 폐허 속에서 찾으려 했던 것은

사랑이든 무엇이든 헛헛함과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모든것이었을거다.

그 중 제일 빠지기 싶고, 아무것도 없이도 가능한것이 사랑이었을지도..

물론 간직하기도, 유지하기도 가장 힘든것이지만..

 

사랑하는 습관, 그여자, 동굴을 지나서, 즐거움, 스탈린이 죽은 날,

와인, 그 남자, 다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

 

9편의 단편 모두가 사실 쉽게 읽힌것이 없다.

작가가 말하려는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게 맞나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글 밖의 모든것은 그저 독자의 능력으로 풀어내야하는 과제인듯하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느끼든 그건 개인의 몫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사랑과 전쟁, 이념에 대해 무엇을 상상하든 그건 그냥 내 깜냥인것이다.

오랜만에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 한권을 만난것에 만족한다.

나머지 11편의 단편이 실린<19호실로 가다>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처음 만난 그녀의 매력적인 글에 흠뻑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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