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는 옳다 - 프로문구러의 아날로그 수집 라이프
정윤희 지음 / 오후의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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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소하지만 늘 설레게 하는 존재가 있다!"

문구는 옳다 | 오후의 서재

정윤희 쓰고 찍음.

책을 펼치기 전부터 가슴이 떨렸다.

'프로 문구러'라 불리는 저자의 문구를 훔쳐보는 영광을 누릴수 있다니..

뭔가 희귀템들과 리미티드 제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것 같았다.

과연 ,어찌 득템했을까 싶은 수집품들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책은 글과 함께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문구들을 소개했는데

사진만 봐도 얼마나 애정하는 아이들인지를 알수 있었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게 찍혀서 당장 갖고 싶을 정도였으니..

나도 어릴적 알아주는 문방구 죽순이었다.

친구들과 오락실에서 신나게 기록 세우느라 늘 바빴지만

혼자 조용히 문방구에서 학용품과 갖가지 문구류를 구경하는 시간만큼 신나진 않았다.

그땐 모닝글로리와 바른손팬시가 쌍벽을 이루고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때 초딩 저격 캐릭터들이 많았던 바른손팬시에 빠져있었다.

특히 리틀토미와 금다래 신머루! 엄청나게 모았던 기억이 있다.

리틀토미 스카치테이프 케이스는 친정책상서랍 어딘가에 아직도 있을듯..

떠올리니 신기하게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용돈의 대부분을 오락실과 문방구에서 탕진한 초딩생. ㅋㅋ 아~ 웃겨~

요즘은 매년 새해면 새 다이어리에 사각사각 소리 나는 펜으로

한해 다짐을 적어두는게 연례행사다. 사각사각 소리가 나야된다.

다이어리 작성과 일기, 필사까지.. 손글 쓰는일을 꾸준히 하다보니

자연히 펜은 좀 예민하게 고르는 편이다.

엄청 고르고 골라 이제 사용하는 것은 몇가지로 정해졌지만..

사라사 젤펜과 제트스트림 0.38 삼색이들, 모나미 에버그린 수성펜 몇가지..

그리고 시리즈를 알수 없는 파커 만년필과 샤프!

비싸고 좋은것도 필요없고 색이 많을 필요도 없이 딱 요아이들만 계속 찾게된다.

손에 익으니 다른 펜은 쓰기 힘들정도...

어릴적 문방구 죽순이의 필통은 홀쭉해졌지만 여전히 그때의 추억만큼은

차고 넘칠만큼 많아 이 책이 반갑고 설레는건 어쩔수가 없다.

방송작가이자 포토그래퍼인 저자가 애정하는 문구 30가지를 소개한 이 책은

빠져들면 헤어나올수가 없는 블랙홀 같았다.

나는 이미 신이나서 구경하는 초딩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고,

용돈이 넉넉하면 죄다 사다모으는 문방구 죽순이가 되어있었다.

 

 

추억이 담긴 만년필들과 블랙 포스트 잇, 스페셜 에디션으로 득템한 몰스킨,

노랑 형광색 잉크는 나도 소장하고픈 욕심이 날 정도였다.

묵직한 만년필 닙이 전하는 '사각사각'을 맛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수 없으니

여러종류의 만년필들을 소장하고 싶은 욕심은 어쩔수 없는듯..

저자가 친절히 하나하나 설명까지 해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소장각ㅎㅎㅎ

음... '북다트'로 불리는 펜촉 모양의 얇은 금속 책갈피는

너무나 필요템이라 실제로 결제까지 해버렸다.

시간을 들여 정독하는 스타일이지만

종류에 따라 이 책 저 책 야금야금 읽기도 하기때문에 북마커는 필수 문구템이다.^^

적당한걸 찾고있었는데 요녀석이 딱이었다! 책이 문구 브로슈어로 변신!ㅎ

 

 

 

저자는 문구들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들과 쓰임새들을 이야기한다.

풀어내는 이야기들마저 재미있어서 책을 쉽사리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어렵게 구한 보물들을 펼쳐놓고 하나하나 닦아 넣으면서 자랑하는 탐험가같은 저자.

그녀가 그녀의 문방구로 나같은 독자를 초대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오랜만에 추억소환하며 아날로그 감성 물씬 느낄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누구나 각자의 인생 속에서 형광펜으로 밑줄 긋고 싶은 찬란한 순간이 있다.

나도 가끔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지만,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절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청춘이나 리즈 시절은 흘러간 시간일 뿐,

생을 다하는 동안 우리의 인생 최고 기록은 끊임없이 갱신되기 마련이다."

-<펠리칸 듀오 하이라이터 형광 만년필>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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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행히 부부입니다 - 너무 밉지도 좋지도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명로진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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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밉지도 좋지도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다행히 부부입니다 | 아침의 정원

글. 명로진

배우로만 알고 있었던 저자의 이력에 새삼 놀랐다.

그는 이미 50여권의 책을 쓴 작가였고, 고전을 알리는 고전 전달자였다.

그런 그가 상처받고 아픈 부부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책을 썼다.

개인인터뷰와 집단상담을 하며 모은 이야기를 이 책에 사례들로 풀어냈는데

다양한 커플들의 실제 사례들이라 몰입도가 높았다.

새해 첫 날, 남편과 더 잘지내고 싶은 막연한 마음으로 펼친 책이 술술 읽힌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된 책의 구절들과, 영화나 드라마 내용이 찰떡이었고,

자신의 경험과 지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례자들의 인터뷰 내용들이

주제와 잘 어우러져 상황이 눈에 그려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행복한 부부가 아니라 불행한 부부를 위해 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들의 불완전한 생활을 벌충하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커플들을 위로하고 싶다고했다.

아닌게 아니라 글을 읽는동안 확실히 위로받고 이해받는 기분이 들었다.

글 중간중간에 자신의 속마음을 빨간색 줄글로 덧붙였는데 그게 또 너무 핵사이다라

속이 뻥,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다.

15년 나의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면 특별할것도 애틋할것도 없는

그냥 평범하고 소소한 하루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스펙타클한 재미는 없었다.ㅡㅡ;;

첫째 출산과 동시에 경력단절녀가 됐고, 육아와 살림에 에너지를 쏟아붓다보니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건 당연지사였다.

그러한데 남편과의 관계를 돌아볼 여력은 하물며 있을턱이..

그래도 ' 싸우지 말고, 애먹이지 말고 살자' 다짐을 하며 그냥저냥 지내다가

남편의 다정한 한마디에 '아~ 이 사람이 내편이지'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럴땐 나도 반찬갯수를 늘려가며 좋은 아내 코스프레를 하기도..ㅎㅎ

그냥저냥 15년을 지내다보니

"너무 밉지도 좋지도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저자의 말을

100%는 아니어도 제법 알것 같았다. 벌써 이럼 안되는건가?ㅎㅎ

지금 집착과 포기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부부들에게 조곤조곤 위로를 건네는 저자.

너무 잘~ 너무 시원하게 긁어줘서 몇번을 "내 말이~~!!"를 외쳤나 모르겠다.

내맘을 대변해주고 어루만져주니 이것만한 위로가 또 있을까싶다.

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조금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까지(폭력, 폭언, 성생활)

속시원히 짚어준 저자 덕분에 심도깊은 <부부의 세계>를 들여다 본 기분이다.

참! 마지막에 덧붙인 <명 석사가 제안하는 부부 십계명>은

올한해 남편과 내가 좀더 성숙한 부부가 되기 위한 리스트로 삼고

상대방을 위해 찬찬히 읽고 되새겨야 겠다고 다짐했다.

왠지 모를 헛헛한 마음에 사로잡힌 부부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분명 살짝 웃음이 날테니...

"같이 있으면 괴롭고 혼자 있으면 외롭다.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 속을 뒤집어 놓지만

그래도 돌아서면 오롯이 떠오르는 오래전 어떤 웃음 때문에

나는 그녀를 용인하고 그녀는 나를 용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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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늑대 루피넬라 이야기
주세페 페스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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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노력으로 알프스 산맥에 돌아온 늑대 이야기"

 

알프스 늑대 루피넬라 이야기 | 뜨인돌어린이

글. 주세페 페스타, 그림. 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조

표지에 호박눈을 가진 너무나 신비로운 늑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요.

얼굴에는 이 늑대가 살아온 숲의 한자락이 그려져있는데

늑대가 자신의 삶의 한부분을 보여주려는듯 눈을 맞추고있지요.

이 책은 유럽연합에서 지원하는 '알프스 늑대 살리기' 프로젝트로

멸종위기에 처한 사라진 늑대를 돌아오게 만들기위해 실현되었다고해요.

언젠가 '늑대가 돌아왔다'는 책을 읽었는데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벌어진

생태계 변화를 기록한 그림책이었지요.

포식자인 늑대가 사라지니 초식자인 동물들이 늘어났고,

식물들이 씨가 말라 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것을 다시 되돌리는데 족히 100년은 걸렸다고 하니,

사람이 함부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것을

혹독하게 알려준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이 책도 다르지 않아요..

멸종위기의 늑대 종을 보존하기 위해 각나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펴냈다고해요.

늑대에 관련된 올바른 지식을 널리 알리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기위한 활동에도 애쓰면서 말이죠.

 

 

책의 주인공은 루피넬라~ 알프스산맥에서 태어난 암컷 아기 늑대에요.

책은 루피넬라가 태어나서 자란 2년의 기록을 엮었는데

오롯이 늑대 루피넬라의 눈으로 본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늑대에 관해 좀 더 깊이 알수 있었어요.

6살 아이를 앉혀놓고 읽어줬는데 아이가 늑대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재밌어하더라구요.

인간이 등장할땐 "우리가 나왔어요~"하며 신기해 했어요.

한무리의 늑대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늑대에 관한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을 수 있었어요.

루피넬라의 이야기와 함께 늑대의 습성을 자세히 알려준 늑대박사님 덕분이었지요.

중간중간 프란체스카 박사님이 등장하셔서 늑대에 관한 지식을 낱낱히 알려주는데

완전 꿀팁이에요~ 이 책 한권으로 늑대에 관한 습성과 특징을 모두 알수 있답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악당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착하고 겁많은 늑대들의 일대기.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기까지 숲의 4계절과 함께 한

늑대들의 이야기는 신비롭고 또 아름다웠어요.

무리를 떠나와 완벽한 홀로서기를 한 루피넬라가

알프스산맥 어딘가에서 무리를 이끌고 안전한 삶을 살수 있기를 응원해봅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는 대상을 파괴하려 해요.

하지만 알게되면 달라지죠. 여러분도 자연을 이해하면 나만큼 자연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자연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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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이들 상상 고래 11
임지형 지음, 김완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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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늙은 아이들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글. 임지형, 그림.김완진

큰아이가 좋아하는 임지형 작가님의 책이다.

'슈퍼 히어로 우리아빠' 와 '슈퍼 히어로 학교'를 몇번씩 읽었던 아들이기에 의심도없이

이번 신간'늙은 아이들'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읽어내려갔다.

아이가 먼저읽고 나중에 넘겨받아 읽게됐는데 역시 이번책도 재밌다.

어쩜 이런 상상을 글로 재미나게 엮었을까? 엄지척이다!

하늘에서 꿀벌이 비처럼 떨어지고,

하루에도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는 이상기온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주인공 13살 해찬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간다.

그런데 학교분위기가 평소같지 않다.

가장 친한 친구 형석이를 비롯해서 몇몇 아이들이 말도 없이 전학을 갔다는것이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궁금해서 형석이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다.

몇일뒤 잠에서 깨어 거울을 본 해찬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노인이 되어버린 자신과 마주했기때문이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일하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엄마는 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선생님과 통화를 한후에 해찬이를 도와줄 정부사람을 기다리는것 밖에.

그동안 학교에 오지 않았던 아이들도 모두 해찬이 같은 일을 겪은 것이었다.

엄마는 늙어버린 아이가 해찬이만이 아니라는것에 안도했다.

몇번이나 거듭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사람들에게 학원처럼 속성으로 낫게할수 있는 치료법이 없냐고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자신의 아이부터 낫게 해달라고 말했다.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삐뚤어진 사랑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해찬이는 정부에서 비밀리에 제공한 격리보호소로 간다.

그곳에는 해찬이처럼 늙어버린 아이들이 모여있다.

아이들은 생체나이로 방을 배정받고 이름대신 번호로 불렸다.

해찬이는 B804! 아 어쩜 이렇게 잔인할까 싶었다.

아이들은 정말로 늙어버렸다. 목소리를 제외하곤 안과 밖이 모두 늙어버렸다.

움직이는것도 쉽지않고, 밥을 먹는것도 힘들고, 쉽게 피곤해지고

새벽엔 잠이 오지않고, 온몸은 아프고...

그러던 어느날 지하방의 비밀을 알게되고 해찬이는 친구들과 보호소를 탈출하기로 한다.

예린, 슬아, 윤모와 늙어버린 손주대신 보호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들어온

진짜 늙은 어른인 김학봉할아버지도 함께였다.

산속에서 몇날을 먹고 자고 걸으며 간신히 탈출하는 동안 아이들은 더이상 노인이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완전히 아이들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에도 명확한 치료제가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아이들이 아이다울때에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았다. 80대의 몸을 갖게된 10대의 아이들.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쉬쉬하며 비밀에 부쳤고, 무능력하게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지켜만 봤다.

이 상황을 해결한건 아이들 자신이었다.

아이들을 늙어버리게 만든 바이러스는 어쩌면 아이들 손발을 묶어버리고,

시킨대로만 하게 만들어버린 어른들이 아닐까싶다.

아이들에게 뛰놀고 생각할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쫓기듯 바쁜 아이들에게 '이제는 놀아라'한들 제대로 놀 수 있을까?

가슴아프게도 핸드폰과 게임기가 없는 아이들의 놀이를 쉽게 떠올리기도 힘들다.

몸을 움직여 노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점점 늙어간다고 저자가 알려주는것 같았다.

책을 덮고, 아이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늙은 아이들의 모습이 80세라고 하더라도 너무 흉측하고 징그러워보였다고 했다.

노인이라고 다 그런 모습은 분명히 아닌데 자기는 그렇게 늙긴 싫다고했다.

80대의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고,

책에 나오는 김학봉 할아버지의 모습도 그렇지 않았다고..

갑자기 늙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봐도 무서웠다.

노인은 세월과 연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완성된 사람이다.

갑자기 늙어버린 아이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지 않을까?

보호소를 탈출하고 산을 내려오면서

그동안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묻는 김학봉 할아버지의 질문에

해찬이의 대답이 두고두고 떠올라 가슴을 후벼팠다.

 

"저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편안했어요.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했던 엄마가 없으니까 편안해져서 그게....

그래도 되나 싶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흑흑"

 

우리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금쪽같은 아이가 내일 당장 80대의 늙은 아이가 된다는데

그걸 막을수 있다면 못할것이 뭐가 있을까?

많은게 필요하지 않다. 아이가 아이다울수 있는 시간만 내어주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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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보는 마음 - 생명과학자의 삶에 깃든 생명 이야기,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김성호 지음 / 풀빛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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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자의 삶에 깃든 생명 이야기"

 

생명을 보는 마음 | 풀빛

글. 김성호

"가을빛 고운 날입니다~" 로 시작하는 책의 첫장을 펼치자

그 이쁜 문장만큼의 아름다운 글들과 경이로운 사진들이 빼곡하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내가 몰랐던 자연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따뜻하게 또 큰 울림으로...

 

                             "나의 삶에서 큰 축복이라 여기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들과 딸이 나의 아들과 딸로 세상에 와 준것이고,

둘째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방학이면 시골 외가댁에서 생활한 것이며,

셋째는 지리산과 섬진강 곁에서 내 삶의 절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글만으로도 저자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알것 같았다.

자연과 벗삼은 어린시절과 자연에 뿌리내린 현재의 삶 그리고 그 삶을 함께하는 소중한 가족.

이것이 큰 축복이라 말하는 저자가 알려주는 생명이야기가 어찌 아름답고, 경이롭지 않겠는가.

생명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저자가 자연과 함께한 60여년의 삶을 기록한 글을

책으로 만날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책은 이땅이 품고 모든 생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 식물, 미생물로 나누어 학문으로, 연구 결과로, 관찰기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데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녹여놓아 읽는 내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새들의 관한 이야기들은 그가 얼마나 생명들에게 진심인지를 알게한다.

그 진심이 너무 전해져서 책을 읽고 있는 나마저도 새들의 숭고함과

자연의 아름다움,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큰오색딱따구리 어린 새 둘째마저 둥지를 떠나 마침내 둥지가 비던 날 많이 울었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에 대한 죄송함과

아비로서 해야 할 일을 온전히 하지 못하고 잇는 것에 대한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이렇게 따뜻한 글을 옮기는 그가 유독 사람에 의해 벌어진 사태에 관해서는 냉철하다.

동물을 대하는 마음 10개의 장 중에 8개 장이 불편한 진실에 관한 글이다.

반려동물, 멸종위기 생물, 동물축제, 동물원의 동물들, 실험동물, 동물전염병등..

알고 있었지만 마주하기 힘든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직시할때마다 마음이 쓰라렸다.

자연은 함부로 다루거나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그 자연의 일부임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는 저자. 그의 간절한 마음가짐이 모든이에게 전해지길 바라본다.

모든 생명의 이야기가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식물을 대하는 마음 4개의 장 중

<식물의 생존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실은 세번째 장이 가장 좋았다.

4가지 전략 경쟁, 순응과 적응((저항과 극복), 양분쟁 탈전, 경쟁을 넘어거는 공존.

씨앗이 싹을 틔우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에도 무수히 많은 전략이 존재했으며

그렇게 살아남은 그들도 모든 생명들과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살이있는 모든 생명은 자신만 홀로 존재하기위해 살아가는것이 아니라는

간단한 깨달음을 왜 우리는 더디 아는것일까?

책장을 덮을때까지 사진과 글로 생명의 경이로움을 차고넘치게 배울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이곳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생명에 관한 고찰을

쉼없이 해야함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크든 작든, 보이든 보이지 않든,

움직일 수 있든 움직일 수 없든,

이 땅이 품은 모든 생명에게 바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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