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아이들 상상 고래 11
임지형 지음, 김완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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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늙은 아이들 |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글. 임지형, 그림.김완진

큰아이가 좋아하는 임지형 작가님의 책이다.

'슈퍼 히어로 우리아빠' 와 '슈퍼 히어로 학교'를 몇번씩 읽었던 아들이기에 의심도없이

이번 신간'늙은 아이들'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읽어내려갔다.

아이가 먼저읽고 나중에 넘겨받아 읽게됐는데 역시 이번책도 재밌다.

어쩜 이런 상상을 글로 재미나게 엮었을까? 엄지척이다!

하늘에서 꿀벌이 비처럼 떨어지고,

하루에도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는 이상기온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주인공 13살 해찬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간다.

그런데 학교분위기가 평소같지 않다.

가장 친한 친구 형석이를 비롯해서 몇몇 아이들이 말도 없이 전학을 갔다는것이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궁금해서 형석이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다.

몇일뒤 잠에서 깨어 거울을 본 해찬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노인이 되어버린 자신과 마주했기때문이다.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일하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엄마는 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선생님과 통화를 한후에 해찬이를 도와줄 정부사람을 기다리는것 밖에.

그동안 학교에 오지 않았던 아이들도 모두 해찬이 같은 일을 겪은 것이었다.

엄마는 늙어버린 아이가 해찬이만이 아니라는것에 안도했다.

몇번이나 거듭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사람들에게 학원처럼 속성으로 낫게할수 있는 치료법이 없냐고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자신의 아이부터 낫게 해달라고 말했다.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삐뚤어진 사랑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해찬이는 정부에서 비밀리에 제공한 격리보호소로 간다.

그곳에는 해찬이처럼 늙어버린 아이들이 모여있다.

아이들은 생체나이로 방을 배정받고 이름대신 번호로 불렸다.

해찬이는 B804! 아 어쩜 이렇게 잔인할까 싶었다.

아이들은 정말로 늙어버렸다. 목소리를 제외하곤 안과 밖이 모두 늙어버렸다.

움직이는것도 쉽지않고, 밥을 먹는것도 힘들고, 쉽게 피곤해지고

새벽엔 잠이 오지않고, 온몸은 아프고...

그러던 어느날 지하방의 비밀을 알게되고 해찬이는 친구들과 보호소를 탈출하기로 한다.

예린, 슬아, 윤모와 늙어버린 손주대신 보호소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들어온

진짜 늙은 어른인 김학봉할아버지도 함께였다.

산속에서 몇날을 먹고 자고 걸으며 간신히 탈출하는 동안 아이들은 더이상 노인이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완전히 아이들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에도 명확한 치료제가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아이들이 아이다울때에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았다. 80대의 몸을 갖게된 10대의 아이들.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그런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쉬쉬하며 비밀에 부쳤고, 무능력하게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고 지켜만 봤다.

이 상황을 해결한건 아이들 자신이었다.

아이들을 늙어버리게 만든 바이러스는 어쩌면 아이들 손발을 묶어버리고,

시킨대로만 하게 만들어버린 어른들이 아닐까싶다.

아이들에게 뛰놀고 생각할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쫓기듯 바쁜 아이들에게 '이제는 놀아라'한들 제대로 놀 수 있을까?

가슴아프게도 핸드폰과 게임기가 없는 아이들의 놀이를 쉽게 떠올리기도 힘들다.

몸을 움직여 노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점점 늙어간다고 저자가 알려주는것 같았다.

책을 덮고, 아이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늙은 아이들의 모습이 80세라고 하더라도 너무 흉측하고 징그러워보였다고 했다.

노인이라고 다 그런 모습은 분명히 아닌데 자기는 그렇게 늙긴 싫다고했다.

80대의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고,

책에 나오는 김학봉 할아버지의 모습도 그렇지 않았다고..

갑자기 늙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봐도 무서웠다.

노인은 세월과 연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완성된 사람이다.

갑자기 늙어버린 아이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지 않을까?

보호소를 탈출하고 산을 내려오면서

그동안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묻는 김학봉 할아버지의 질문에

해찬이의 대답이 두고두고 떠올라 가슴을 후벼팠다.

 

"저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편안했어요.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했던 엄마가 없으니까 편안해져서 그게....

그래도 되나 싶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흑흑"

 

우리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금쪽같은 아이가 내일 당장 80대의 늙은 아이가 된다는데

그걸 막을수 있다면 못할것이 뭐가 있을까?

많은게 필요하지 않다. 아이가 아이다울수 있는 시간만 내어주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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