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암태도 아이들 ㅣ 큰 스푼
윤자명 지음, 오드리해브펀 그림 / 스푼북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굶어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 농성을 벌였던 600여 명의 민초 이야기"

암태도 아이들 | 스푼북
글. 윤자명, 그림. 오드리해브펀
스푼북의 고학년을 위한 문학 시리즈, 큰스푼 시리즈 책이다.
<헤이그로 간 편지>로 헤이그 특사 이야기를 재미나게 알려준 윤자명 작가가
이번에는 <암태도 아이들>로 '암태도 소작쟁의 사건'을 생생하게 담았다.
그녀가 전해주는 역사 동화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인기만점인것 같다.
이번에도 13살 큰아이는 일제강점기때 암태도에 있었던 부당한 사건으로 화가 단단히 났다.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나한테 따져묻는다.
(아들~~ 엄마가 그런거 아니야~~ㅜㅜ)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의 소작인들이 벌인 소작농민항쟁을
주제로 한 이번 책은 소작농의 아들 '정민'의 시점으로 사건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일본식민지 하에 있던 그 시절, 한 해 농사가 그 해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농민들에게
그야말로 천청벽력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으로 대부분의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말도 안되는 산미 증식 계획으로 농민들은 더 궁핍해진 것이다.
그런 지경인데 여기 암태도에서는 일제뿐만 아니라 같은 민족인 지주의 횡포까지 더해져
농민들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다. 싸우는 수밖에..
추수할 시기가 되었는데 한창 바쁠 농번기에 일하는 어른들이 없다.
정민의 아버지를 필두로 그들은 그간의 홍 지주와
지주를 대신하여 소작지를 관리하는 최 마름의 횡포에 맞서기로 계획하고 있다.
'추수거부, 소작료불납 동맹'으로 말이다.
원래 4할이었던 소작료가 6할이 되더니 이제 8할을 내라고 하니
일을 할수록 손해고 이리 살다간 자식들이 모두 가난하게 살게 될테니
후에 남게될 자손들을 위해서라도 움직여야했다.
피땀흘려 일군 농사를 엎어야하니 애간장이 끓지만 해야만 할 일이었다.
농민들은 마을 이장님의 아들인 서태준을 회장으로 한 '소작인회'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뜻을 홍 지주에게 전달하며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일본순사들을 앞장세운 폭력과 구속이었다.
정민의 아버지와 서태준 회장을 포함해 뭍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생기고,
이간질과 꾀는 말로 마을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최 마름의 야비한 행동도 계속되고 있고,
홍 지주는 여전히 꼼짝않고 있으니 책을 읽는동안 불안했다.
이 계획이 실패할까봐.. 마을 사람들이 회유되고 포기할까봐..
하지만 암태도 농민들은 더욱더 결연하여 하나로 뭉쳤다.

암태도 농민들은 홍지주 가문을 위해 세워뒀던 '송덕비'를 깨부수고
마지막 보루였던 '단식투쟁'을 결행하기로 한다.

배를 타고 나가 목포 법원 앞에 아이부터 늙은 노인까지 600여명의 암태도 주민들이 모였고
그들은 죽을 각오로 '아사동맹'을 맺고 단식투쟁을 진행한다.
이 소식은 신문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게 되고 그들의 뜻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그 목소리와 관심에 힘입어 드디어 1년만에 암태도 소작인의 뜻이 관철되고
그들의 승리로 끝이 난다.
1년 동안 진행된 소작 쟁의 운동을 지켜본 암태도의 아이들.
아이들 사이에도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했다.
지주보다 더 한 나쁜짓을 했던 마름의 아들 용수는 학교에서 왕인듯
패거리를 끌고 다녔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겐
소작할 땅을 뺏앗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였다.
실제로 용수에게 맞서다 모든걸 잃고 뭍으로 쫓겨난 집도 있다.
그러니 몇명을 제외하곤 용수의 응징이 겁이나 모두 그의 졸개가 되었다.
어느날 용수는 정민이에게 산수시험에서 답을 보여달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한다.
하지만 정민은 그러고 싶지않다. 용수의 꼬붕이 되고싶지않고 옳지 않은 일은 하고싶지않다.
하지만 그일로 아버지와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이었다.
정민은 산수시험에 답을 쓰지않고, 그 일로 용수는 약이 빠짝 올랐다.
하지만 정민은 뜻을 굽히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지만 결론은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어른들은 '소작인회'를 결성하여 바쁘고, 소작인회가 그들의 목소리를 낼수록
아이들도 점점 용수의 무리에서 빠져나온다. 좋아서 비굴하게 굴었던게 아니었으니..
주인공이 일본인이 교장이고 일장기 앞에서 조회를 하는 학교에 다니는것에
아이가 놀라 물었다. 이런 학교를 꼭 다녀야 하냐고..
공부못한다고 뺨맞고, 순사들이 드나드는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냐고..
우리나라를 도둑질한 놈들이 주인인냥 목소리를 높이는 학교에서 배워야했던
그때 그시절 아이들..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랬다고
그렇게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 다닌것이라고 말해줬다.
별로 와닿아하진 않지만..
나중에 아사동맹을 위해 간 목포에서
일본인들과 같이 학교생활하는 용수를 우연히 만나게 된 정민.
일본인들에게 일방적으로 놀림받고 폭행당하는 용수를 정민이 돕게된다.
그런 정민에게 사과하는 용수.
암태도에서 아이들을 군림하던 용수가 일본인에게 군림당하는 모습을 본 정민은
그순간 진심으로 용수를 용서하고 걱정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아팠다.
힘에 부쳤지만 옳은 일을 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정민도,
소작땅을 잃지않기 위해 굽신거렸던 동재도,
부인회 회장을 맡은 할머니의 강단을 그대로 이어받은 금희도,
학교에선 힘없어 보였지만 남아있는 농민들을 대신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영복이 형도..
마름의 아들이면서 지주의 아들인냥, 왕처럼 굴었던 용수도..
일제 강점기의 아픈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암태도 아이들은 어른들이 흔들리지않고 뜻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며 희망을 배웠을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것이 힘을 키우는 첫 발이라는 것도..
우리끼리 싸울때가 아니라 일본을 이겨야 할때라는것도.. 말이다.
"아사 동맹을 결의한 농민 600여 명은 대지를 요 삼고 창공을 이불 삼아
입은 옷에야 흙이 묻든지 말든지, 졸아드는 창자야 끊어지든지 말든지,
오직 하나 집을 떠날 때 작정한 마음으로 습기가 가득한 밤이슬을 맞으면서,
(...중략...)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p.129 <굶어죽기 동맹> 중..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