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버린 순간 부모인 자신도 버린 거야."
엄마의 엄마 | 놀
글. 스즈키 루리카
천재라 불리는 일본의 신예작가 '스즈키 루리카'의 신작이 출간됐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까진 작가의 이력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이미 여러권의 책을 낸 10대 작가라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여러 가족상을 참 잘 녹여놓았단 생각을 했었는데
이 글을 10대가 썼다고?? 정돈된 글도, 깊은 울림도, 따뜻한 문장도 감동인데 술술읽히기까지 하니
어린작가의 글이라곤 상상을 못했다. 천재인정!!^^
사실, 이책을 읽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가족>이 떠올랐는데
다른 느낌이지만 또 같은 울림이 있어서 그런듯 하다.
책은 세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첨엔 각각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주인공 다나카 하나미와 연결된 이야기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전작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전하듯 연계시킨 내용이라고 하니 전작을 먼저 찾아 읽어도 좋을듯하다.
물론 전혀 모르고 읽어도 내용연결엔 문제가 없긴 하지만
전작부터 읽고 본다면 더한 감동을 받을수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태양은 외톨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다나카 하나미는 엄마와 단둘이 작은 연립주택에 세들어 산다.
모녀는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준다.
열심히 일하지만 딸의 교복 한 벌 여유롭게 살 수 없고,
단골 식료품 가게인 게키야스당이 폐점했을때도
당장 식비에 큰 타격을 받을 정도로 힘들어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의 영향때문인지 하나미는 구김없이 밝고 사랑스럽게 자랐다.
소소하게 별일없이 지내던 어느 날. 모녀에게 별 일이 일어났다.
인생의 쓴맛을 다본듯한 초췌한 모습의 엄마의 엄마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상당히 사납고 무례한 엄마의 엄마, 다쓰요.
엄마에게 받을 돈이 있어 찾아왔다는 그녀는 다나카모녀의 집에서 한동안 머물게 된다.
무슨 사연이 있어보이는 둘 사이엔 보통의 모녀같은 대화가 없다.
어색한 냉기만 돌고, 서로에 대한 애정은 1도 없어보인다.
나중에 하나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 엄마.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팠다.
어린시절 잦은 학대를 당하다 끝내 버려졌다는 엄마는 할머니 다쓰요를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맘을 쓰고, 챙기고 있었다.
할머니 다쓰요는 일부러 더 냉정하고 잔인한 말들을 내뱉지만
역시 마음 한켠엔 자신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용서를 바랄 자격도 없는 사람이니 지금처럼 계속 미워하면 된다고 말하는 다쓰요.
머물곳도 없지만 함께 할 자격이 없다는걸 알기에 그녀는 다나카 모녀를 떠난다.
앞으로도 혼자면 쓸쓸하지 않냐는 손녀의 말에
"태양은 언제나 외톨이"라는 말을 남긴채...
이야기 속에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한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아들 겐토와 하나미의 중학교 친구 사치코.
초등 담임선생님 기도.
특히 친구 사치코의 가족이야기는 하나미의 가족과는 대조되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읽는내내 짠했다. 큰 집에 살고있어도 머물곳 한켠이 없어 독립을 꿈꾸는 사치코를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감정이입하게 됐다.
수험실패로 가족에게 내쳐져 기숙학교에 따로 나와 살게된 중학생의 이야기인
<신이시여, 헬프>와
갑자기 사라진 형을 십년 넘게 찾아 온 남자의 이야기인
<오 마이 브라더>
세 편의 이야기는 주인공 다나카 하나미로 연결되어있고,
각편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상처를 간직한채 현재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는 묵힌 애환을 털었을것이고
또 어떤이는 그대로 끌어 안은채 그렇게 말이다.
"부모를 싫어하는 자식도 있고, 자기 자식을 도저히 사랑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