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매우 다양한 생각을 담은 탓에 이상적인 작가에 대한 개념을 잡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핵심입니다. 작가들과의 인터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점이 있다
면,

글을 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며, 작품을 만들고 상상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이런 인터뷰를 할필요가 없고, 이 책을 (아니 어떤 책이건) 낼 필요도 없으며, 『파리리뷰』 자체도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완벽한 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시를 쓰면 세상이 마무리해줄 것입니다."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말입니다. 불완전한 것, 예상치 못한 것, 기묘한 것을 내놓는 것이 작가의 의무입니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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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겪는 병리현상은 헤아리기조차 힘들 만큼많고 다양하다. 상실감, 피로감, 우울증, 강박증, 자기부정과 같은 가치혼란, 정체성과 존재감의 혼돈 등이 우리가숨 쉬는 현대의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재독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은 현대인의 이런 병리현상은 각자가 착취자인 동시에 피착취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활동의 과잉이 낳은 활동사회 또는 성과사회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긍정성의 과잉,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무능함,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전부 할 수 있기 때문에생기는 우울증,

다시 말해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피로감과 우울증은 자아 바깥의 억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하는 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일 앞에서 좌초하며 얻는 병이라는 것이다.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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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우상의 황혼 Götzen-Dimmering》에서
"사람들은보는 법을 배워야 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말하고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세 가지 과제가 목표로 하는것은 고귀한 문화다"라고 말하고,

특히 보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를 자세히 설파하고 있다.
보는 훈련을 통해 "정신 성에 이르는 첫 번째 예비훈련",
"결정을 유예하는 능력", "자극에 저항하는 능력"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충동을 그대로 따른 데서 오는 몰락과
나의 삶을 망각한 채 물질적 욕망을 맹목적으로 추구한 데서 오는 탈진 증세에 대처하는
사색적 삶의 부활에 대한 요구를 읽어낼 수 있다.

‘멈춰 서서 심사숙고함Innchalten undNachdenken‘,

우리가 철학을 거칠게나마 이런 말로 규정할수 있다면, 나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실천적 철학을 통한사색적 삶을 과제로 받아들이고 치료제로 삼을 만하다.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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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고요 속에서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존재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존의 정지가 아니라,
우리가 둘러싸여 있는 쉬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이 협주 곡 안에는 쉼표가 없고, 존재의 영속성 안에는 조금의 틈도 없다. 이와 같이 어둠 속에서 하이데거적 경험을 한 어린아이는, 그와 동시에 이 철학의 분위기를 떠난다. 그는 불안 속에서 돌연 허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격한 공포 속에서 허무에 대한 불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가장 완벽한 침묵 안에서 모든 일상적 활동이 중단된 가운데 주위의 모든 것이 잠들어있을 때, 허무의 자리에 대치되는 것은 들릴락말락한 찰랑거림, 그러한 분위기, 즉 물질성이다. 실존은 배제되지 않았다. 가소로운 공포일까? 허무에 대한 불안보다도 결정적인 체험에서 오는 인간적 공포일 것 이다. 즉 존재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공포이다.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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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그런데 타인과 우정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근거는 자기 자신과 스스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와 친구 되기는 "자신과 하나가 되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달아나며,
삶에 싫증을 느끼고 타자들에게서 잊히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사랑할 만한것을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게 "어떤 다정한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공동체 안에서 기쁨과 고뇌를 함께 나누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 영혼의 한쪽이 괴로워할 때 다른 쪽의 영혼이그것을 즐거워한다. 자기는 다른 여러 부분들을 그야말로파편으로 조각내버린다. 그러고는 곧바로 그것을 후회할뿐이다. 자기연관을 명백히 하고, 자기 안에 일관성을 이루어내고,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해 최선을 지향하는 어떤 것을 실현하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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