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고요 속에서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존재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존의 정지가 아니라,
우리가 둘러싸여 있는 쉬지 않는 존재인 것이다. 이 협주 곡 안에는 쉼표가 없고, 존재의 영속성 안에는 조금의 틈도 없다. 이와 같이 어둠 속에서 하이데거적 경험을 한 어린아이는, 그와 동시에 이 철학의 분위기를 떠난다. 그는 불안 속에서 돌연 허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격한 공포 속에서 허무에 대한 불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가장 완벽한 침묵 안에서 모든 일상적 활동이 중단된 가운데 주위의 모든 것이 잠들어있을 때, 허무의 자리에 대치되는 것은 들릴락말락한 찰랑거림, 그러한 분위기, 즉 물질성이다. 실존은 배제되지 않았다. 가소로운 공포일까? 허무에 대한 불안보다도 결정적인 체험에서 오는 인간적 공포일 것 이다. 즉 존재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공포이다.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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