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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평점 :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감정을 맛으로 느낄 수 있어.˝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그것을 요리한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로즈의 이야기.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 신선하게 접근한 이야기라서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어린 나이에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알게 된 로즈는 어땠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 ˝그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은 어느 따뜻한 봄날 화요일 오후였다. 할리우드 근처 평지의 우리 집 쪽으로 서쪽 바다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와 화분에 새로 심은 팬지 꽃잎을 흩어놓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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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내리쬐는 부엌, 엄마의 따뜻한 눈길, 엄마가 아홉 번째 생일을 위해서 만들어주는 케이크. 따뜻한 버터와 설탕, 레몬과 달걀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우고, 오븐에서 막 꺼낸 케이크에 초콜릿을 듬뿍 묻혀서 한 입.
너무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이어야 하는데...아홉 살 로즈 안에 어떤 센서 같은 것이 켜지면서 ˝부재, 굶주림, 소용돌이, 텅 빔˝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의 즐거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로즈에게 이입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이 슬펐어요.
초반에 조금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서 잠시 쉬었는데, 다시 책을 들고 나서는 몰입해서 쉴 틈 없이 읽게 되었어요.
오빠 조지프의 절친한 친구 조지 오빠가 로즈를 믿고 함께 실험을 해주고, 마술 음식 심령술사같다고 해주어서 기뻤고,
🍋˝하지만 나는 나를 믿어주었다는 점에서 조지 오빠를 사랑했다.˝
로즈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낸 순간에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수프 맛은 내 안을 통째로 씻어내주는 것 같았다. 따뜻하고, 친절하며, 집중돼 있고, 온전했다. 그것은 당연히, 두말할 나위 없이, 내가 먹어본 최고의 수프였다. 요리에서 진정한 안식처를 찾은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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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 있지만 다 안다고 할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 때로는 알게 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로즈를 통해 희망을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엄마의 사랑을 우리 안에 쏟아부었다. 그런 엄마가 우리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은 엄마라는 존재가 고백할 수 있는 가장 초라한 말인 것 같았다.(중략) 하지만 나는 거기 서서 그 말을 들었고, 그것은 엄마가 한 말 중 아주아주 오랜만에 내가 오롯이 수긍할 수 있던 첫 번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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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벤더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 없이 읽었는데, 미국에서 푸시카트 상을 두 번 수상하고 판타지소설 분야의 문학상인 팁트리 상 후보에 오르는 등 마술적 리얼이즘 분야에서 인정받은 작가라고 해요.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과 감수성 때문에 벤더레스크 (벤더+그로테스크)라는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요.
그럴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 나오는 설정은 너무 신선하고 독특하지만,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그 감정의 결들이 굉장히 섬세했어요.
옮긴이의 말처럼 내가 먹는 음식에 어떤 감정이 들어 있을까, 내가 요리하는 음식에는 어떤 에너지를 담고 있을까를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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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페이지에서 인용한 문구로 서평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음식이란,
소화 작용을 통해
생명으로 동화되거나 변화됨으로써
살아가면서 인체가 겪는 상실을
메울 수 있는 모든 물질을 말한다.
-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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