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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ㅣ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이웃집빙허각
온 세상을 책에 담은 두 여성의 눈부신 이야기
빙허각 이씨 (1759~1824)는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로, 한글로 쓴 실용 백과사전인 <규합총서>를 남겼어요. 또 다른 저서인 <청규박물지>와 산문, 시, 한문 소설의 한글 번역 등을 엮어 <빙허각전서>를 내었는데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고, <규합총서>만이 비교적 온전하게 전해진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먼저 젖니를 가는 것을 보고 스스로 젖니를 뺐다고 하니 한 성격했던 것 같아요.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르는 것이 여인의 도리라고 가르치던 조선 시대에, 유일한 여성 실학자가 되고 책을 남기기 위해서 불 같이 끓는 성미와 현실에 순응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조절하며 살았을까요.
조선시대의 여성에 대한 기록은 어찌나 빈약한지, 빙허각 이씨는 이름이 뭘까 궁금했어요.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서유본의 아내이자 서유구의 형수라고는 나오는데 빙허각 이씨의 이름은 없네요.
남편 서유본도 실학자로, 아내의 재능을 존중하고 함께 연구하는 동지로 지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안타깝게도 남편이 죽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뒤를 따릅니다. 그건 사랑때문이었을까요 끝내 벗어나지 못한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이웃집 빙허각>은 빙허각 할머니를 이웃으로 만나게 된 덕주의 이야기입니다. 멀리까지 흘러 나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눈에는 불을 담고 알 수 없이 일렁이는 마음을 가진 소녀에요. 빙허각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구체적인 마음을 깨달아 가고 책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덕주의 아버지는 덕주에게 자신을 낮추고 순종해야 한다고 계속 가르칩니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계속 읽다보면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느껴져요. 뭔가를 하고자 하는 여인에게 사람들은 더 가혹하게 굴고,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면 손가락질받고 미움 받으니까 딸이 굳이 험한 길을 가는 것이 싫었던 거지요.
덕주의 어머니는 선비(랍시고) 능력은 없는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지느라 너무 바쁘고 무심한 듯 하지만 점점 덕주를 이해해 나갑니다.
개구지기만 한 줄 알았던 윤보 도령은 알고 보니 엄마와의 추억을 가슴에 품은 속 깊은 소년이었어요. 덕주와는 환경이 너무 다르지만 덕주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기도 하죠.
재미있게 술술 읽혔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동화였습니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장편동화인데도 도입부와 마무리에서 이야기가 잘 전환되면서 더 감동적이었어요. 그동안 몰랐던 빙허각 이씨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좋았고요.
˝꿈꾸지 말라는 책을 봐도 마음은 자라니, 참으로 곤란한 노릇이지.˝
˝백성의 생활을 나아지게 하는 학문이란 결국 잘 먹고 잘 입고 건강하게 사는 방책을 연구하는 것 아니겠니.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게 누구냐. 생각해 보렴. 그런 학문이야말로......˝
˝마땅히 부인이 연구할 바다.˝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서, 먹고사느라 바쁜 사람들은 읽을 수 없는 글자로 쓴 게 이상하지 않나요? 그 진짜 글자라는 걸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글자 공부부터 하려면 밥벌이도 하지 못할 테고, 그러면 글을 배우기도 전에 꼴딱 굶어 죽어 버리고 말 텐데,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연구하는 게 대체 뭔 소용이래요.˝
˝아무래도 저 강물 때문에 그런가 봐요. 멀리까지 뻗은 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따라 흘러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그중의 절반은 여인일 텐데. 정말 그 많은 여인이 이리 똑같이 사나. 정말 모두가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사나 궁금해져요.˝
˝나는 내 뜻대로 살 거야.˝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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