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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런게 프랑스소설인가? 이 소설집 속의 첫 소설인 동명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으면서 나는 이 작가가 참 프랑스스러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파트리크 쥐스킨트나 아나똘 프랑스 같은 작가들과는 분위기가 엄청 다른데 그들의 책을 읽을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요즘 1Q84로 뜨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특히나 파트리크 쥐스킨트에게는 프랑스적인 느낌같은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의 느낌이다. 물론.
바보같이 나는 이 책이 단편소설집인지도 모르고 첫번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은후 '류트'를 읽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 스토리가 이렇게 된 것인가 류트 중반이 다 되도록 주인공들의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바보같이.
열 여섯개의 소설들 전반에 흐르는 자잘한 감성의 조각들, 손수건처럼 날아가버릴 것 같은 허무함. 그러나 읽고난 후에 '급우울'해진다거나 멜랑콜리해진 않는다는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엔 요즘 유행하는 쿨한 감성도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나같은 소심한 인간들도 없다. 모두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특별히 악랄한 인간도, 천사같은 사람도 없다.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왜 나의 감성을 울리는 것일까.
(나는 하루키의 팬은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었을 때의 허무함 같은것이 로맹가리에서도 느껴진다. 이들의 소설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있는 것은 우리사회와 우리세대가 얼마나 쓸쓸한지를 말해주는 반증인 것만 같아 나는 이 책을 보면 왠지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