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이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게 팬이 많은거지?  

나의 알랭 드 보통 읽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그저 자기 주변의 풍경을 묘사하기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읽다보면 뭔가 건조한듯한 문체 사이사이에 위트가 숨어있다. 때되면 대단한 이벤트로 사랑을 표현하기보다는 경상도 사나이처럼 말이 없지만 문득문득 느껴지는 사랑같은 느낌이랄까.  

그가 이 책을 쓰려고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는 아마 이 책을 쓰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부둣가를 드나들고 거칠고 못생긴 공장 앞에서 한참을 앉아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느끼려고 사색에 잠겨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표지는 가방을 바닥에 두고 저 멀리로 떠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사실 이 책은 일에 대한 찬양집이다. 그것도 변호사나 정치인 같은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조차도 관심은 갖지 않는 화물이나 택배, 공장에 천착한다.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건조한 문체 속에서 톡톡 튀어나오는 위트.

왜 이렇게 팬이 많은가에 대해 내가 찾은 답은 이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았던 풍경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결국에는 정겨운 느낌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하는 것. 소파 밑을 청소하다 발견하는 백원짜리 동전처럼 위트를 발견하는 것.  

그의 책이 있다면 놀이동산에 가지 않고 공장 건물만 보고 있어도 충분히 즐거운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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