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나는 공포 콘텐츠를 좋아한다. 이런 무더운 여름 날씨에는 공포 콘텐츠가 땡긴다고 해야하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공포 사이트에서 실화괴담을 읽거나 무서운 사진이나 영상을 보기보다는 공포 유튜버들의 공포 방송을 즐겨 듣는다. 라디오 켜놓듯이 빨래를 널거나 집안일을 할 때 공포 유튜브 방송을 틀어 놓는다. 아직 귀신을 직접 본 적은 없어서 귀신의 존재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믿거나 말거나 전래동화 이야기를 듣듯이 들으면 한순간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등꼴이 오싹해지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에 이만큼 시원한 컨텐츠가 있을까 싶다. 최근에는 심야괴담회도 애청하고 있다. 잠들기 전에 공포 방송을 틀어 놓고 잠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매우 겁 없는 사람으로 본다. 우습게도 나는 공포 영화를 눈 뜨고 못보는 겁쟁이 중에 겁쟁이다. 이런 나와 같은 사람이 쓴 호러 예찬 에세이가 있다면?

<소름이 돋는다>의 저자는 자칭 호러장르를 좋아하는 겁쟁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호러 장르에 조예가 깊다고 해야 하나? 호러 장르에 사랑이 깊다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괴수물이나 좀비, 슬러셔, 고어 등 징그렇고 잔인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비해, 저자는 그 분야도 즐긴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호러 장르를 전반적으로 매우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은 겁쟁이라고 하는데, 겁쟁이가 아니었다. 첫 에피소드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의 행동은 겁쟁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읽는 재미를 위해서 첫 에피소드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충격적이라고 해야하나. 첫 에피소드를 읽고 나면 책표지가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저자가 공포 컨텐츠를 짧게 짧게 소개를 하고 있는 것도 매우 좋았다. 예를 들어서 단순히 <이벤트 호라이즌>이라는 영화 제목만 언급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짧게 줄거리를 소개하여 ‘이 영화는 처음 들어 보는데, 재밌겠다. 찾아봐야겠다.’ 라는 마음을 먹게 하였다. 또한 내가 인상적으로 본 영화에 대하여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름이 돋는다>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에 조예가 깊은 사람의 에세이를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책을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완독해버릴 정도로 즐겁게 읽었다. 솔직히 최근에 몸이 안좋아지면서 독서에 시들하였는데, 다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라고 해야하나?

호러장르에 대한 에세이는 정말 귀한데. 필력도 좋아서 술술 잘 읽힌다.

호러 장르, 공포 콘텐츠를 좋아하는 누구라도 <소름이 돋는다>를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러 장르, 공포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름이 돋는다>를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