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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ㅣ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평점 :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이나 업무는 광고쪽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광고 전문업체 맡기지 못하고 가내 수공업처럼 내가 직접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아이디어가 많고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었다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으려나. 불행히도 주입식 교육의 희생양(?)이자 재미없는 모범생인 나로서는 홍보 문구를 만드는 일은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차라리 일이 많으면 야근을 하면 되는데, 이런 쪽은 체력으로 떼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날며칠을 잠들기 전까지 쥐어짜고 쥐어짜서 만들어 낸 홍보문구는 고루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경험들이 몇 번 있다보니, 카피라이터 관련 책들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몇 권을 읽어 보았는데, 사실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카피라이트 관련 책이라고 해놓고서는 책장을 펼치면 실상 내용은 자기 자랑 에세이였던 책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카피책>은 진짜 카피라이팅 교본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쓰여진 '카피라이팅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은 유명 카피라이터 정철님이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좋은 카피라이트를 만드는 32가지의 방법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게다가 350페이지를 꽉꽉 채운 책이라서 양질의 많은 홍보문구를 만날 수 있다. 만약 저자가 대학교에서 카피라이팅 관련하여 한 학기 강의를 하게 된다면, 이 책 한 권만 사용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카피라이트에 문외한 사람이 읽어 보았을때, 쉽게 이해가 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사실 좋은 카피라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좋은 예시들이 가득 담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해야하나.
카피라이터가 집필한 책 답게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감각적으로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저자의 과한 의욕으로 알록달록해서 번잡한 책이 있는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하얀 표지에 적당한 색상과 풍부한 광고사진, 감각적인 글자의 배치가 돋보인다.
저자는 카피라이터가 될 건 아니더라도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배운다는 관점으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실로 공감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카피라이트와 관련 없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 속에 가득 담긴 기발한 문구를 읽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영감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