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랍 더 비트 - 힙합을 듣고 궁금했지만 래퍼에게 묻지 못한 것
김근.남피디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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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현재까지 이런 저런 책을 많이 읽었는데, 힙합 관련 서적은 처음이라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요즘 힙합에 대한 이미지는 플렉스, 즉 지나친 돈자랑으로 괴랄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늙은이(?) 입장에서는 진짜 잘난 사람은 굳이 자기 입으로 '나 잘났다'라고 이야기 안해도 주변에서 알아주는데, 꽥꽥되서 오히려 없어보이는 느낌이랄까.

원래 힙합이라는 장르는 미국 비주류 흑인들의 자유와 저항을 노래하는 다소 반사회적인 모습까지 보이는 문화인데, 우리나라 현재 힙합은 그런 부분이 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힙합의 고장 미국에서도 돈자랑 랩을 많이 하긴 하지만.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라고 부른 노래에 공감이 많았다는 것은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그러나, 트로트만큼이나 힙합 관련 서바이벌 티비쇼가 여러 시리즈로 편성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아직도 힙합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마냥 시중에 인기있는 랩만 몇 개만 듣고, 힙합은 돈자랑 염병 장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알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드랍 더 비트> 라는 책은 재밌게도 힙합가수나 음악 평론가가 집필한 책이 아니라, 시인이 힙합을 리뷰한 책이다.

이 책은 25개의 힙합노래를 리뷰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사를 제시하고, 그 후에는 그 가사에 대한 리뷰를 담고 있다. 힙합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가사 구절 마다 저자가 생각하는 해석과 그 가사에서 파생되는 생각 등을 담담히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꽤나 예리한 지점이 많은데, "더 콰이엇-한강 gang megamix" 훅에서 한강 gang에서 'gang'이 패거리를 의미하며, 래퍼들의 한강에 관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한강에 다채로운 의미를 덧입힌다는 점, "던말릭-Paid in seoul"에서 마지막 훅의 'That's how I'm paid in Seoul'이 Soul로 들린다는 점, "비오-Counting Stars"가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이 연상된다는 점, "이센스-Writer's Block"에서 창작자의 깊은 공감을 드러내는 등 굉장히 다채로운 해석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특히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당 노래들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어봤는데, 의외로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게 편견이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고전시가들도 당시에는 노래가사였다고 한다. 지금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인 힙합가사 또한 시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힙합 장르의 좋은 노래를 알게 되었으며,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그냥 의미없는 문자 나열이 아니라 명백히 담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깨달음과 별개로 책 자체가 재밌었다.

이 책은 나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재밌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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