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마음 사전 - 가장 향기로운 속삭임의 세계
오데사 비게이 지음, 김아림 옮김 / 윌북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꽃말(floriography)은 꽃의 언어로 꽃과 꽃의 배열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하는 일종의 관습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여왕이 즉위한 1837년부터 서거한 1901년까지 잉글랜드 전역을 휩쓰는 유행이었고, 곧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꽃 50가지를 선정하여 꽃말과 더불어 꽃말의 기원, 관련된 시와 문학작품을 담고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이 책의 묘미이다.

 

이 책에서는 꽃말의 전승뿐만 아니라 과학, 민속을 비롯해 먼 옛날의 의학적 쓰임새에 따라 각 꽃의 역사와 이름의 의미가 부여된 방식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어, 교양서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되는 도서이다.

 

미나리아재비가 영어권에서 버터컵이라는 일반명을 가지게 된 이유, 동백꽃이 샤넬 하우스의 상징이 된 이유, 푸크시아와 마젠타(magenta)와 관계, 이브 생 로랑 브랜드를 드러내는 고유한 색이었던 푸크시아, 제라늄 어원이 씨앗이 담긴 꼬투리의 생김새가 두루미를 닮았다 하여 두루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 게라노스(geranos)’에서 유래되었는 점, 붓꽃이 왜 아이리스(무지개)라 불린 이유, 프랑스의 문장 플뢰르 드 리스가 사실은 백합이 아니라 붓꽃이었다는 점, 크리스찬 디올이 가장 아끼는 꽃은 은방울꽃이었다는 점, 마리 골드가 원래 마리아의 골드(Mary’s gold)라고 불렸으며, 초기 기독교인들이 성모 마리아의 제단에 동전 대신 이 꽃을 바쳤다는데서 유래했다는 점, 황혼 무렵에 주변 색을 배경으로 한련화를 볼 때 일어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인 엘리자베스 현상’, 바닐라가 바닐라 플래니폴리아라는 난초로부터 생산되기 때문에, 재배하는 과정이 어려워서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바닐라는 실제 바닐라보다 바닐린이 첨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 다양하고 재밌는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다.

 

게다가 아름다운 시와 문학작품을 발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수국을 소개하면서 인용한 일본 시가 인상적이었다. 일본 고대 미술과 시에서 수국은 해소되지 않은 낭만적인 상황과 불확실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활용되었다고 한다. 12세기의 일본 고대시인 후지와라노 이에요시 후보쿠 와카쇼를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깜박이는 반딧불이의

불빛을 보며

해질녘에

수국으로 물든 정원에서

사랑은 더욱 여운이 남는다.


꽃의 마음 사전 p.96 

동화책 같이 아름다운 삽화와 더불어 알찬 내용이 가득 차 있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큰 기쁨이 될 것이고, 꽃에 관심이 없더라도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