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우리는 타의로든 자의로든 고전을 많이 읽는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필수 도서로 추천할만큼 유명한 고전이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헤르만헤세의 '환상동화집'이었다. 당시에 나는 헤르만헤세를 몰랐고,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 구입을 하여 읽었다. 어린시절부터 미스테리한 이야기, 기담, 동화를 좋아했다. 환상동화집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헤르만헤세의 다른 작품들 '데미안', '유리알유희'를 읽었다.


유년기시절 헤르만 헤세는 나에게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로 기억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유년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 나에게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으면서 향수에 젖어 들었다. 교보문고에서 아름다운 표지에 이끌려 '환상동화집'을 구입하고, 학급문고에 꽂혀 있던 '데미안'을 읽던 나의 유년기 시절 추억들이 물 밀듯이 밀려들어왔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삶을 견디는 기쁨'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의 소설 속의 이야기는 유리알같이 투명하고 섬세하면서 아름다웠는데, 에세이를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가 투명하고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에세이와 시로 구성되어 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이야기와 관련된 시가 나온다. 이야기가 식사라면, 시가 후식과 같다고 해야하나. 시가 한 잔의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되어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헤르만 헤세의 그림까지 삽입되어 있어, 이 책 한 권으로 그의 이야기와 시, 그림까지 즐길 수 있다.

그의 이야기는 일상 속의 짧은 일화 부터 어떤 주제에 대한 작가 본인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책 제목 '삶을 견디는 기쁨'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삶의 고통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많이 담겨 있다. 자살을 택하는 사람에 대한 작가의 의견부터 행복이란 무엇인지까지.


책을 읽고 난 후 헤르만 헤세에 대하여 찾아 보았는데, 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이 세상과 삶을 이토록 아름답게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선을 가진 책이었다. 책 제목이 '삶을 견디는 기쁨'이었을까에 대한 작은 의문이 해소되었다. 헤르만 헤세는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길가에 핀 작은 들꽃 등 작은 기쁨들을 통해 삶을 견디었던 것이다. 그 마음을 담아서 '삶을 견디는 기쁨'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집필하게 된 것이고.

올해 읽은 100권 가까이 되는 책들 중 가장 문장이 아름다운 책이었다.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특히 자연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몇 번이나 꼽씹어서 읽어 볼 정도로 좋았다.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하여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청소년들이 꼭 읽어 보아야 한다고 추천을 하였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감성적인 낮 시간의 삶은 절대로 순수하지 않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 있으며 우리의 분별력은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 상대방 목소리의 높낮이, 삶의 미세한 변화, 친구의 익살스러운 말 한마디에 숨겨진 의미까지 신경쓰면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밤의 영혼은 반쯤 눈을 감은채 그저 낮 시간을 관망할 뿐이고, 낮에 경험한 의존과 억압 속에 수개월 동안 영혼의 절반만 깨어 있는 채 살아가다가 근심에 싸여 있는 잠 못 이루는 밤에 멍에를 풀어낸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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