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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아는 사람들
정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평점 :
‘난노’, ‘토미에’를 아는가? ‘난노’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태국 드라마 ‘그녀의 이름은 난노’ 의 주인공이며, ‘토미에’는 일본 유명 공포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 속 주인공이다. 그럼 이 소설의 장르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녀를 아는 사람들’은 공포 스릴러 소설로 ‘슬지’가 주인공으로 미스테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읽고 나면 무섭다 또는 통쾌하다기 보다는 찝찝하다는 느낌을 받는 소설이었다. 사실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면 스포일러가 되어 읽는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 간략한 소개만 해보고자 한다.
한 기숙 고등학교에서 남학생과 사감 선생이 함께 사라진다. 이는 ‘고등학생 납치 사건’으로 화제가 되어 뉴스에 사감 선생의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는데, 이상할 만큼 아무런 제보도 오지 않는다. 그와 관련한 열 세 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조롱당한 팬, 어린 시절 담임선생에게 사과받고 싶었던 남자, 성추행을 일삼는 식당 사장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아르바이트생, 돈 많고 잘생긴 친구의 남편을 탐내는 여자, 직장 상사에게 매일같이 폭언을 듣는 사원 등 앞에 ‘슬지’는 나타나서 들키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매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슬지가 알려준 방법을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한다. 그 결정은 주인공들마다 다르다.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으로 슬지의 이야기와 각 에피소드마다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맞물려서 전개가 되고 있다. 치열한 두뇌싸움이나 반전의 반전 따위는 없다. 슬지는 난노나 토미에와 같은 악마나 괴이한 존재가 아니다. 일종의 사이코패스라고 해야하나.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방법이 비상식적이라서 주변 사람들이 슬지를 꺼려하고 도망을 친다. 그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자 슬지는 더 기행을 일삼고. 사람이지만 괴물이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을 읽고 슬지를 불쌍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이코패스라서 찝찝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각 에피소드가 나중에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몇몇 에피소드를 없애고 각 에피소드를 조금 더 충실하게 서술하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많이 들었다.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수월하게 읽혔다. 장면 장면이 영화처럼 그려진다고 해야하나. 드라마화 되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평소 스릴러, 미스테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