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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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 제목만 보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을 떠올렸다. 이 책에서 건담이란, 만화에 나오는 로봇이 아니라 굳셀 건(健), 먹을 담(啖) 즉, 한자로 '잘 먹고 많이 먹는다' 라는 뜻이다. 건담은 주인공 두위광의 청요리집 이름이자, 평생 배곯지 말고 실컷 먹고 살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아명(兒名)이었다. 두위광은 건담직원들에게 '싸부'라고 불렸다. 책 제목인 '건담싸부'는 이 책의 주인공 두위광을 일컫는 단어이다.


솔직히 이 책 초반부를 읽기 굉장히 힘들었다. 주된 등장인물은 화교들이며 소재가 중국요리다보니, 성이나 이름들이 낯설어 이름과 인물을 매칭을 하기가 어려워 읽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주인공 두위광의 성격이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남한테 고함치는 개꼰대 스타일이라서 읽기 더 힘들었다. 이런 괴팍한 성격을 '책에서까지 봐야해?'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두위광의 꽉막힌 성격을 보여주기 위하여 책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고 있어 그 부분까지 읽는게 굉장히 벅찼다. 하지만 읽다보니 개꼰대가 아니라 국어시간에 공부한 '딸깍발이 선비'가 겹쳐졌다. 그리고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요리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어떠한 숭고함까지 느껴졌다.


보통 다른 일반적인 소설이었다면 여기에서 마무리 짓겠지만, 이 소설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70대 노인이 본인의 태도를 반성하기까지 한다! 보통 이런 세대간 소통이나 성장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소설 속에서 변화의 주체는 대부분 젊은 세대이다.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를 이해하게 되었다.'로 갈등을 해결하고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마무리를 짓는데, 이 소설은 반대이다. '노인의 성장'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이 책의 초반부터 건담에서 가장 젊은 세대인 본경과 나희가 오히려 두위광이라는 인간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두위광이라는 인간 그 자체를 존중하고 싸부로서 존경하고 있는 부분이 신선하였다.


그러다보니 주원신과 곡비소가 두위광에게 이를 갈면서도 수년동안 배우지 못했던 레시피를 본경과 나희는 아무렇지 않게 습득하게 된다.


소설의 읽는 재미를 위해서 줄거리에 대하여 자세히 리뷰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은 두위광이 깨달음을 얻으면서부터 너무너무 재밌어진다. 초반의 낯설음을 지나고 인물들이 매칭되고 나면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듯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다수의 드라마, 영화 각본을 쓰고 수상까지한 경력이 있었다. 재밌는 휴먼드라마 한 편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담싸부' 한 권을 추천한다. 

참고로 이 책의 요리 묘사가 정말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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