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작품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 부터 속죄에 대한 올바른 자세란 무엇인지 저자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물어왔다고 한다. 사실 야쿠마루 가쿠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읽어 본 적이 없다. 나에는 '어느 도망자의 고백'이 첫 작품이다. 이 책은 뺑소니 사건 가해자 즉, 도망자의 고백을 주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다.
명문대생 마가키 쇼타는 늦은 밤 여자 친구 집에 가기 위해 빗길에 음주 운전을 하다 뺑소니 사고를 낸다. 사람을 치고 200미터를 뭉게서 끌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체포된다. 본인은 사람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였지만 인정되지 않아 결국 징역 4년 11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는다. 그 일로 쇼타의 가족들은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쇼타의 여자 친구 구리야마 아야카는 자신의 문자로 뺑소니 사고가 발생한 것 같아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피해자의 남편 80대 노인 노리와 후미히사는 해야할 일이 있다며 형기를 마친 쇼타를 만나러 가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 이후에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망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가해자가 된다면, 나는 내가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계속 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범죄자가 되면 가족들까지 범죄자 가족으로 낙인 찍혀 피해를 볼 것인 뻔한데, 거짓말을 한 마가키 쇼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잃고 범죄자라는 낙인으로 미래조차 꿈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우리의 죄를 진심으로 늬우칠 수 있을까? 오히려 억울해 하지 않을까? 형기를 마침으로써 값을 다 치뤘다고 분노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근래에 읽은 일본 소설들 중에서 가장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 소설인 것 같다.
번역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서 읽는데 껄끄러움 없었다. 내용도 흥미롭고 긴박하게 사건이 흘러가서 책을 펼치자마자 끝까지 집중해서 다 읽을 정도로 너무 재밌는 소설이었다. 간만에 주변에 추천해 줄만한 재밌는 일본 소설을 만난 것 같아서 기쁘다. 재밌는 일본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