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늙는 기분
이소호 지음 / 웨일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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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서른다섯, 늙는 기분

나는 나를 사랑하는 데 35년이 걸렸다


저자와 비슷한 연배로 최근 '늙는 기분'을 겪고 있는 사람으로 이 책은 안 읽어 볼 수 없었다. 저자의 에세이인데, 왜 내 삶을 훔쳐 보고 글을 쓴 느낌이 드는 것일까?


흰머리가 가르마사이로 듬성듬성 나오고 있어, 엄마에게 언제부터 흰머리가 났는지 물어본 일화부터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살이 안쪄서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어 기초대사량이 줄어 똑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쪄서 우울해진 이야기까지.


앉아 있는 자의 숙명

나는 옷장을 열어본다. 가을에 겨울옷을 대본다. 1년전 프로필 사진을 찍었을 때 입었던 옷을 다시 입어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옷장에 걸린 옷 중에 '진짜로'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사실을. 갑자기 울적해졌다. 나는 얼마 만에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껏 살면서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낯설다. 이건 내가 아닌데

서른다섯, 늙는 기분 p.40


나도 저자처럼 이젠 호스텔보다 호텔이 더 좋다. 잠자리에 무던한 편이고 아무데서나 잘자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비싼 호텔에 지불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많은 부분이 무던해졌지만, 중요한 것은 꼭 챙기려는 것도 깊이 공감되었다.


아무거나

갑자기 없던 취향이 견고하게 생긴 것 같다. 이제 보니 쓸데없이 예민했던 지점들은 무던해지고 꼭 가지고 싶은 것은 가지고 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 버릴 것은 버리자. 버릴 것은 버리고, 갑자기 좋아하게 된 것은 좋아하고 갑자기 싫어하게 된것들도 받아들이자.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갑각류알어지가 생겨서 좋아하던 새우를 포기한 것처럼. 그리고 또 다른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먹으면서 맛있다고 느꼈을 때 처럼. 받아들이자. 전부.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아무거나'다.


서른다섯, 늙는 기분 p.70


저자는 굉장히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훈을 주는 사람' 편에서는 글이 미묘하게 리듬이 있어서 랩인 줄 알았다. 저자가 이 편은 단숨에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라는 재미난 상상이 들었다.


교훈을 주는 사람


그럼 내 방식대로 이제부터 삼십 대 노화의 진정한 교훈을 읊겠다.


듣거라.


삼십대가 왜 망했는지 말해주고 싶다. 일단 물리적으로 정신저으로 성숙해지진다. 나는 일단 나로서는 망하지 않는다. 근데 사회가 망했다. 사회가 날보는 태도는 망할대로 망가져 있다나는 가만히 있지만 사회는 나를 늙은 여자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내가 신체적 노화에 대해서 구구절절하게 썼지만 사실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내가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 노처녀라는 농담을 내게 던지면서도 본인의 수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부딪쳐야 한다는 것. 이제 여기서 무럭무럭 자라도 내가 뭐나 더 대단한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일이나 가정 둘 중 하나의 선택이 왜 여성에게만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모두 삼십 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다. 이게 내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교훈이다.

서른다섯, 늙는 기분 p.147


삼십대 중후반은 어중간한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의 노화도 느끼게 되고, 결혼시장에서는 늙은 여자 취급을 받고, 친구들사이에서는 미혼녀와 기혼녀로 무리가 나뉜게 된다. 직장에서는 선배들에게 치이고 후배에게도 치이고. '저도 내일 모레 사십이에요.' 라고 항변하면 라떼는 말야로 시작하여 너는 아직 젊다로 종결되고, 후배들의 선 넘는 농담에는 '나이가 있으니 참으라'는 식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걸이 걸면 귀걸이 어중간한 나이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건 직장생활하는 삼십대 중후반 나이대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동일하게 겪는 내용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20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NO다.

10대, 20대는 지나온 과거이기 때문에 미화되어서 그렇지, 어떻게 내가 힘들게 살아왔는데, 지금 쌓아온 노력들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지금이 훨씬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외모적으로도 훨씬 예뻐졌기 때문이다. 저자도 '나는 단 하루도 어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또한 몸의 노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늙었다고 투정하면서도 사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10대, 20대의 체력은 뺏어오고 싶다.)


분명 40대가 되면 30대가 좋았지라고 생각할테니깐. 내 몸의 노화를 몸으로 느낄 뿐 마음만큼은 건강하지 않은가? 현재에 충실하자.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30대 중후반 여성들뿐만 아니라 시인이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글을 쓰기 위한 고통과 본인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어, 작가의 삶을 막연하게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족이지만, 작가님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응원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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